아! 노자형~
벌겋게 물 듦의 정점을 찍은 November 낙엽이 줄줄이 떨어져 고단한 삶의 나무에서 화려한 이별을 준비하는군요~
2,500년 전 형이 그랬듯 노을빛 물든 11월 가을 숲길을 형이 남긴 81장의 글귀를 천천히 읽듯 제 느린 발자국 한 땀 한 땀 낙엽 바스러지게 도덕경의 숲을 해쳐 걸어갑니다.
형은 생전에 서늘하고도 따스한 11월의 가을날 숲길을 걸으며, 생의 나무에서 체득하고 채운 것들을 돌아보고 해석하셨나요? 모두들 천화 동인(天火同人)을 외치며 광장에서 공명심으로 내 것을 채울 때 거꾸로 노자형은 낙엽 깔린 서재 뒤편 숲길을 걸으며 무위와 비움의 고독한 시간을 보내셨나요?
당신은 시나브로 순환하는 사계절 흐름 속에, 화려하게 천하를 살다 종국엔 말라 바스러진 낙엽처럼 명멸한 위인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화선지 위에 검은 먹 갈아 붓글씨 한 땀 한 땀.. 그렇게 도덕경을 써내려 가셨나요?
노자형!
만리장성과 불로초로 불멸의 채움을 욕망하고 연명한 진시황제 마저도 인생의 모퉁이 한 가을날에, 한 움큼 재가 되어 익명의 단풍잎으로 사라 졌지요!
세상의 모든 것을 소유한 자도 무상함을 증명한 역사는 당신의 간결한 말 ‘인생은 채움과 비움의 보이지 않는 순환일 뿐’ 임을 증명하는 우주 무위의 바닷속 일엽편주 조각배 같은 것이겠지요.
단풍잎은 늦가을 서릿발에 어쩔 수 없어 떨어지지만 인간의 품격은 때가 오면 스스로 내려놓을 때 가을 벤치에 단정히 내려 않은 단풍잎 인생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낙엽 밟는 소리로 형이 저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인간이 낙엽과 다른 점은.. 욕망의 주머니를 이웃과 나눌 주체적 존재이며, 신의 소리를 듣고 자발적으로 내려놓고 비울 줄 아는 성숙한 깨달음이 가능한 생명체 이기 때문 아닐까요 형!
그리운 노자형!
道는 채움과 비움의 영원환 순환이라며, 물러 날 줄 아는 것이 바로 도덕경의 깨달음이라고.. 2,500년 후세에게 남긴 형의 여든한 구절 도덕경으로 만세에 일갈한 형님 생각에, 개울가 적신 낙엽을 상선약수 흘려보내는 물소리 따라 무위의 심연으로 깊어 가는 늦가을입니다.
‘세상이 왜 이래?’ 하며, 채우지 못한 재물과 이루지 못한 공명심으로 궁핍한 아우성을 지르는 이십일세기 AI 과학시대의 후손들에게 이 가을날 형은 뭐라고 대답해 주실 건가요?
당신의 가을은 어떤 가을이었나요?
당신도 저와 같이 멜랑꼴리 한 가을을 보내셨나요?
I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