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 없다 참

25.12.15

by 위 래


나는 엄청 낙천적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해외 어딜 나가서도 잘 살았었고, 그 이유의 중심에는 내 주변은 항상 좋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또한 혼자 있는 시간들도 잘 나름 활용했다고 생각했다.

다롄에서 스피커를 들고 달렸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갑자기 그 기억이 떠오르네


이런 낙천적인 나도

가끔은 굉장히 예민해지고 손과 발이 땀이 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날들도 꽤나 있다.

이와 같은 불안전함은 사실 연말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내년에는 이제 25살이 된다.

누구한테는 아직 젊은데 뭘 길게 떠들고 있냐 할지도 모르겠으나

25살, 내 주변 한국 여학생들은 대부분 다 졸업했을 나이.

일본이라면 이미 사회인이 된 애들이 대부분인 나이.


내가 아는 대학 교수님이나, 커리어 오피스에서는 첫 스텝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미국으로 대학원을 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초대형 일류 기업에 입사하기도 한다.


나와 같이 퍼스트 프로그램 ( 교내 해외연구 프로그램 )을 함께 참가했던 친구는

이번 겨울 딜로이트를 내정받아놨었고, 나는 어제 딜로이트에 떨어졌다.


대학교 졸업 단위는 1학년 코로나 한국 때 뭐에 정신이 팔렸는지

지금이면 생각할 수도 없는 정신머리로 빵꾸를 낸 과오가 지금도 나를 붙잡고 있다.

20학점 풀로 들으며,

세션 수업에, 추가 프로그램들 다니며 단위들을 따고 있어도 아직도 긴장을 놓을 수 없고


모국어도 아닌 일본어 영어로 보는 시험들이나 과제들이나 처음에는

내가 유학생이라는 기분에 들뜨고 야루키가 생겼어도 이제는 다 피곤해진다.

주변 한국인도 없어 한국어로 글 써왔던 거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니었으면 한국어가 조금 퇴화되었을지도..


다시 위에 이야기로 돌아가 이런 불안한 날들이 종종 있다.

회사 취직에 떨어졌을 때나, 스트레스받아 늘어난 체중을 볼 때나

해야 할 것 태산인데 내 사정을 모를 학교의 과제를 받아낼 때나


잠시 이런 날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침대에 들어가

전기장판을 켜고 휴대폰을 보아도

바다 앞 조용한 내방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잔소리하는 엄마도 없다.


이 사실이 더 무서워서, 요즘은 하루 중 침대에 잘 안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하루노와 조금 트러블이 생기면 밉게 말하는 나 스스로가 너무 미울 때도 있고

주변 친구들에게 시간을 더 할여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움이 크다.


대학생활이 이제 1년 남았는데, 더 도전을 하라는 학교 모토는 나에게 부담감이 될 때가 종종 있다.

벌려놓은 일들은 많은데 ( 전화 언어 사업이나, 글쓰기, 중국어 등 ) 제대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려놓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고,


이러한 감정들이 몰려왔을 때는 아쉽게 시간을 버렸던 지난날들이 생각나기만 한다.

럭비 동아리를 더 진득이 해봤으면 어땠을까,

1학년 때 중국어라도 열심히 공부해 봤었으면 어땠을까,

2학년 때는 술을 좀 줄이고 운동을 해 몸을 키웠으면 어땠을까,


단지 내 반성을 하려고 혹은 세상에 푸념하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다.

그냥 속상한 일이나, 어려운 일들을 친한 친구에게 풀어놓으면 어깨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처럼

나는 글이라도 써볼까 하고 아침 운동 나가기 전에 잠시 시간을 내본다.


시간은 내가 뭘 하든 또 성실히 지나간다.

다이어리를 쓰고 계획을 지키던 안 지키던 내가 회사에 지원서를 내던 안 내던

토익 시험은 신청해 놓고 취활하며 잠시 미뤄뒀더니 어느샌가 1주일이 남아버렸다.


모의고사 한 두 번 푼 게 전부. 이틀 전부터 진심 모드에 돌입했다.

오늘은 할 일이 많다.

2차 그룹면접도 봐야 하고, 아침에 빨래도 널어야 한다.

3교시에는 시험도 있고, 16일까지 내야 하는 ES와, 오늘까지 봐야 하는 WEB TEST 도 있다.

그리고 이 안에서 토익 공부할 시간을 찾아내야 한다.


쉬운 일 없다 참

취직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집안일도 그렇고, 밥 챙겨 먹는 것도

대학 수업 듣는 것도, 토익, 영어 일본어 중국어 언어 공부들도


엄마 아빠가 주는 충분한 용돈으로

엄마 아빠가 월세 내주는 편안한 넓은 집에서

엄마 아빠가 학비까지 내주는 유학생활에

쉬운 일 없다 투덜대는 이딴 멘탈이라 속상하지만


진짜 쉬운 일 없다 참

오늘은 그런 불안한 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벳부 나츠 마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