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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s Mar 15. 2020

2주간의 재택근무 경험기

Office sweet office

제가 평일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곳. 바로 회사입니다. 출퇴근 시간, 업무 시간, 점심시간.. 아마 이 글을 터치 또는 클릭하셨다면, 저와 같은 처지일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실시하고 있지 못한 기업들도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염두하여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한 시기에 곧바로 이와 관련된 대책을 수립하였고, 이후 2주 간 전사 재택근무를 진행했습니다. 모든 팀원들과 뿔뿔이 흩어져 일했던 2주를 돌이켜보고 느낀 점을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의 재택근무

먼저 우리 팀의 정보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PM인 저를 포함하여 개발자 3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1명으로 구성된 구성된 개발팀입니다.
메신저는 Slack을, 프로젝트 관리는 Asana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1. 규칙과 약속, 그리고 신뢰

당장 다음 날부터 재택근무가 실시된다는 내용이 전사 공지되자마자, 우리 팀은 곧바로 '규칙'을 설정했습니다. 사실 거창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다 함께 재택근무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이고 비교적 간단한 내용으로 구성하여 내용을 빠르게 공지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최초 설정된 우리 팀의 재택근무 규칙

규칙을 정하고 난 뒤, 진행하고 있던 할 일과 일정은 당일 현장에서 점검했습니다. 이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고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미 팀원들과 동기화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매일마다 우리 팀은 정해진 시간에 모두 위치하여 회사에서도 늘 진행했던 데일리 스크럼 미팅을 Slack video call로 진행했습니다. 며칠 재택근무를 진행하다 보니 팀원들 사이에서도 새로 필요한 규칙 아이디어를 데일리 스크럼을 통해 이야기해주었고, 부족했던 규칙들이 팀원들의 참여를 통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팀원들이 다 함께 정하는 규칙은 더 이상 규칙이 아니라 '서로 간의 약속'으로 진화합니다. 약속으로 진화하니 곧 '팀원들 간의 신뢰'로 이어졌습니다.

재택근무 시행 이틀 뒤 진행된 데일리 스크럼에서 팀원 참여로 업데이트된 규칙


2. 강력한 온라인 소통 도구

우리들은 매일 빠짐없이 오전 10시에 데일리 스크럼을 진행했고, 약속들을 모두 지켜냈습니다. 특히 가장 좋았던 건, 자발적 참여에 의해 진행된 것과 함께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Slack과 Asana, Git의 내용 업데이트는 수시로 이루어졌으며, 문자 소통에서 막힘이 있을 때에는 언제든 Slack Video Call을 이용하여 대면 소통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언제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기본은 '언제나 Slack Online 필수'라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Slack Video Call 
- Slack에서 제공하는 화상 소통 도구입니다.
- '/call'을 입력하면 언제든 상대방과 Video Call을 열 수 있습니다. 
- 생각보다 끊김 없이 잘 진행됩니다. (최대 6명까지 진행해봤습니다) 
- 화면 공유를 통해 도표나 Code를 상대방과 공유하며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Slack Video Call을 통해 데일리 스크럼, 주간 스크럼, 이슈 공유 및 논의 등을 차질 없이 진행했습니다. 원래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일들을 모두 정상적으로 해냈습니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진행할 때 보다 내용에 대한 기록은 더 자주, 자세히 남길 수 있었습니다.

언제든 상대방과 맞닿게 해주는 주문 /call


3. 가장 중요한 건 말이지

우리 팀은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었고 일정과 목표가 명확했던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목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협의한 것들에 대해서 동기화가 된 상태에서 재택근무가 진행됐기 때문에 각자 맡은 업무에 집중하고 할 일 카드들을 처리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목표와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맞이했다면,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재택근무에 대한 규칙과 약속이 있었다 한들 보이는 결과가 없다 보니 서로에 대해 신뢰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프로젝트 일정 지연도 빈번히 일어났을지 모릅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재택근무 자체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희망 조차 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결국 목표가 불분명했다면, 어마어마한 인적 자원의 낭비가 일어났겠지요.

우리 팀은 원래 목표했던 일정과 범위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배포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2주간의 재택근무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되는 가장 결정적인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던, 집에서 근무하던 우리가 정해놓은 것들을 해냈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장기화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계속적으로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우리의 명확한 목표를 정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겁니다.




나의 재택근무

1. 온전히 나에게 좋았던 것

Project Manager, Product Manager 로서 직무를 맡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 재택근무가 좋았던 것은 따로 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의 성장이 아닐까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으로 팀 단위의 재택근무를 통한 프로젝트 리딩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늘 문자를 이용한 소통에 부족함을 느끼던 저로서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할 때에는 메신저로 소통하다 답답하면 바로 찾아가 마주 보고 이야기하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최대한 텍스트 메신저로 소통해야 했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 평소보다 2~3번 더 생각하고 간결하게 정리하여 Send 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Video Call 있었다고는 하지만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 환경이다 보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불어 나 스스로도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내 직업상 언어적,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극대화시켜야 하는데, 이번 재택근무 경험은 그런 부분에 대해 소중한 경험치를 얻게 해 주었습니다.


2. 그래도 일은 회사에서..

출퇴근 시간도 아끼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크게 틀어놓고, 집에서 일하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전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재택근무 첫날부터 매우 힘들었습니다. 

집은 일 할 수 있는 데스크 셋업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에는 듀얼 모니터에 노트북 거치대도 있고, 키보드도 있고, 의자도 편하고.. 당연히 회사 업무 환경보다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뒷목도 다시 뻐근해지고 허리도 아파옵니다. 코로나를 피해 집으로 들어왔더니 저의 근골격계가 남아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바깥공기 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출퇴근길, 점심시간만이라도 느낄 수 있었던 햇빛과 차가운 공기가 그리웠습니다. 집에서 일하다 보니 바깥으로 잠시 나가는 게 왜 이리도 귀찮은 건지. 폐인이 되어버리는 듯했습니다. 

퇴근을 했는데도 퇴근한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업무시간에 일을 더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방에서 일을 마치고 거실로 나가도 뭔가 어색합니다. 그리고 조급한 마음이 괜히 더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현재 자율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 회사 멤버들은 대부분 회사로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



마무리,

제가 경험한 재택근무는 분명 효과적이었고 효율적이었습니다. 좋았습니다. 저는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의지가 넘쳐나는 우리 팀원들과 함께 분명하고 명확한 목표 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늘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입니다. 

다만, 이 경험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썩 편하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바이러스가 물러나고 모든 것이 정상화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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