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꽤 특이한 주제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진단과 감사에 대응하는 것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하는데 사실은 두 가지는 서로 비슷한 조직에서 다루기는 하지만 상당히 다른 주제의 조사이다. 그래서 먼저 진단과 감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하고 각각에 어떻게 대비하는지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사실 진단이라는 것과 감사라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다만 경영진단/부정감사라고 하는 것으로 흔히 쓰이는 만큼 진단이라고 하는 것은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제대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를 의사가 환자를 보듯이 들여다보는 것이고, 감사라고 하는 것은 부정이 저질러진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 글을 쓸 것이다.
두 가지의 구분이 약간은 애매한 점은 흔히 회사들에서 내사과, 진단팀, 감사팀 등이 진단과 감사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만큼 두 가지 업무가 크게 동떨어져 있지는 않은 점이 있다고 하겠다. 진단과 감사 두 가지 모두 회사가 정해놓은 지침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를 보게 되는데 이것이 잘되고 있는 경우로 판단되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따라서 회사는 피진단/피감사 대상에게 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다들 진단/감사를 받는 것을 무서워하며 이 챕터를 별도로 작성해 보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들어가기에 앞서 이 두 가지의 다들 무서워하는 절차는 회사가 잘 운영되게 하기 위한 절차일 뿐 그렇게 무서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는 점도 미리 말씀드린다. 다만 이 전체 글의 주제가 경영진단이나 감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살아남기이므로 일반론적인 대비에 대해서만 다루게 될 것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경영진단에 대한 서적이나 전문문서들 또는 감사업무매뉴얼이나 관련 서적 등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진단 대비하기
보통 경영진단은 큰 회사 기준으로 볼 때 대략 5년 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진행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기간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사실 경영이 잘되고 있다고 평가를 받게 되면 10여 년 동안 경영진단이 이뤄지지 않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런 경우가 흔한 것은 아니고 또한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도 경영진단을 3년 이내에 2차례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능히 짐작할 수 있겠지만 경영진단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나 근무에 경영진단업무가 추가로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잦은 진단업무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며, 또한 여러 가지 회사내외의 규정이나 규칙들이 정착되는 데에 필요한 시간등도 감안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진단 시기가 오게 되면 흔히 야근과 밤새기가 밥먹듯이 이뤄지는 시기가 최소 1달가량 진행되었었는데 이제 주 52시간 근무가 법제화된 지금은 아마도 실무를 함께 하면서 경영진단을 함께 진행하려고 하면 진행하는 시기는 더 길어지고 여기에 투입되는 진단팀 인력과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실제 나도 전 직장에서 경영진단 TF에서 업무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데 15명 정도의 정예멤버가 1개월 동안 현업에서 아예 빠져서 휴일 거의 없이 현장에서 조사를 하고 본사로 돌아와서도 1개월 가까이 정리를 해서 진단을 마쳤는데 이제는 그 당시에 진행했던 형태로 업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마도 최소 1.5배 정도의 투입인력 규모 증가 내지는 소요시간 또는 규모/시간 모두 그 이상 증가가 예상된다.
부실하지 않은 경영을 하면 진단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진단을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규정을 숙지하고 제대로 일하는 것이다. 원칙대로 하지 않는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다니면서 침을 뱉지 않는 것이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마구 흐르는데도 길거리에 가래를 뱉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공자님과 그 제자인 자공의 기회지법(棄灰之法)이라고 하는 유명한 고사에 대한 대화가 하나 있는데 은나라에 길거리에 재를 버리면 손목을 자르는 끔찍한 형벌이 있었는데 이것이 너무 가혹하지 않은지에 대해서 자공이 공자에게 묻자 공자님께서 길거리에 재를 버리지 않는 일은 너무나 쉬운 일인데 이것을 어기게 되면 이웃지간에 다툼이 일어나 걷잡을 수 없을 경우에 서로 치고받고 싸울 수도 있으므로 엄격한 형벌로써 이를 방지하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경영진단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평소에 원칙을 잘 지키면서 경영을 하게 되면 경영진단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두려워할 일이 없고, 혹여 규정의 위반이 발견되더라도 그것이 올바른 경영을 하기 위한 과정에서 유발된 사건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면 정상참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 경영진단(의혹을 떨쳐낼 수 있다)
내가 참여했던 경영진단 TF에서는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의 중국사업에 대해서 인사, 관리, 생산, 마케팅 전반에 대해 진단을 진행했었는데 당시 CFO 직속의 TF로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부정감사와 경영이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Focus가 맞춰져 있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진전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사-현지 간의 컨센서스를 맞추는 기회가 되기도 했었다. 흔히 본사와 현장 조직 간에는 서로 간의 불신이나 의심으로 인한 간극이 존재하게 되는데 경영진단을 거치게 되면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흔하지는 않지만 새로 조직에 부임한 조직장이 기존의 조직의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 진단 TF를 보내달라는 적극적인 요청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이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경우에 이런 요청을 하는 조직장들은 진단에 대한 경험이 많거나 심지어 진단/감사 조직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인 경우가 많으며 이렇게 경영진단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용해 조직에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일궈내는 효과도 경영진단은 가지고 있다.
기존의 조직의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 진단 TF를 보내달라는 적극적인 요청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이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진단팀도 결국은 같은 조직원이다.
다음은 진단팀을 맞이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고려할 점이다. 경영진단팀원도 결국은 같은 조직원이니까 잘 알아서 꿍짝꿍짝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들도 결국은 같은 회사의 조직원이기 때문에 남의 조직일이니까 라는 자세로 진단업무를 진행하면 안 된다는 뜻이며, 또한 그들이 같은 회사의 조직원이기 때문에 경영진단을 받으면서도 그들이 엄청난 권력을 지닌 사람이고 가까이하는 것을 꺼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인데 사실은 그들도 진단/감사팀 발령 이전에는 일선 부서에서 근무를 했었고 언젠가는 다시 일선으로 복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고 보면 진단업무에 임하는 데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이 때로는 실무현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원칙만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고 진단/감사팀으로써의 실적을 내기 위해서 무리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들도 일선에서 우수한 역량으로 선발된 사람들인 만큼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경영진단 업무의 마지막은 진단으로 확인된 사실을 처리하는 방향성을 일선의 현실과 조율하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회사에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실제로 일선 부서에 의견서를 1차로 제시하고 조율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일선 부서와의 직접적인 조율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일선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바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보고하는 아마추어적인 진단/감사팀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회계감사의 원칙(경영진단에서 체크하는 것은 알파리스크인가 베타리스크인가?)
알파리스크는 잘못이 아닌 것을 잘못으로 인식할 리스크(효율성을 저해). 베타리스크는 잘못을 발견하지 못할 리스크라고 정의하자(효과성을 저해).(내부회계나 회계감사 부분에서 배우는 개념이다.)
알파리스크: 실제로는 중요한 오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인이 중요한 오류가 있다고 결론 내릴 위험
베타리스크: 실제로 중요한 오류가 존재함에도 중요한 오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위험
뒤에서 소개할 감사업무에서는 알파보다는 베타리스크가 조금 더 중요할 수 있겠지만 진단업무에서는 알파와 베타리스크 모두가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왜냐하면 경영진단을 통해서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조직에 뒷다리를 잡게 되는 리스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적발하지 못하는 리스크와 거의 동등한 어쩌면 오히려 더욱 큰 피해를 회사에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요는 경영진단과 뒤에서 이야기할 부정감사에서 모두 잘못을 발견 못 할 위험만큼이나 잘못이 아닌 것을 잘못되었다고 정의할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감사에 임하는 자세
나의 아버지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방대한 조직인 농협은행의 감사실에 계시다 은퇴를 하신 분이고 2주 감사 후 1주 보고 및 다음 감사준비의 생활을 수년간 해 오신 분이다. 이미 은퇴하신 지 20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아버지께서 현직에 계셨을 때 한번 이와 같은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다. 감사를 하게 되면 잘못된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일을 잘해보고자 하다가 규칙을 위반한 경우도 있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저지른 잘못도 있어서 전자의 경우에는 똑같은 규칙 위반이라 하더라도 감사를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든 정상을 참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하셨다고 하셨다. 오랜 감사업무를 하셨던 아버지의 이 말씀을 듣고 회사의 규칙이라는 것이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위한 것인데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는 와중에 생겨난 선의의 규칙위반을 구제할 수 없다고 하면 회사에 오히려 그 규칙들이 부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을 지금 감사에 대해서 글을 쓰는 지금 꼭 여러분(감사업무를 하는 당신들과 피감사인인 당신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회사에서 정기감사를 몇 차례 겪어보았고 감사팀 직원들에게 비정기적인 업무협조도 수차례 해 보았는데 감사팀 소속으로 일을 하는 것을 마치 본인이 검사인양 특권의식을 가지고 고압적인 자세 내지는 본인의 행위를 ‘수사’라고 표현하는 사람을 보기도 했었고, 내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회사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규칙위반이 회사를 위해서 업무를 하는 중에 발생한 ‘실수’인지 아니면 공명심이나 자기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저지른 문제인지를 밝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당신이 소속한 조직의 감사팀원이 위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유형 중에 어떤 쪽인지에 따라 당신이 받는 감사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애당초 감사에 걸리지 않도록 하되 평소의 행동을 조심하면 도움이 된다.
감사에 대해서 중요하게 하고 싶은 말은 평소에 감사에 걸릴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말이나, 생각보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이기에 몇 가지 감사에서 유의해야 할 것들을 나열해 주겠다. 실제로 부정 사례가 적발되었을 때에 아래의 요건들은 직접적인 감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이에 더해 가중처벌이나 또는 처벌의 감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므로 명심하도록 하자.
첫 번째 근무태도. 출퇴근 시간을 포함. 외출해서 업무시간에 다른 업무를 보거나, 또는 업무시간 중에 주식거래를 한다거나 개인적인 웹서핑(SNS 글쓰기)을 하는 것들은 웬만한 회사에서는 모두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이런 것들은 당연히 상식으로 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예상외로 위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첫 번째로 주의해야 할 항목이다.
두 번째 회사경비 사용. 각 회사별로 식대나 교통비 그리고 이에 준하는 경비를 마치 복리후생처럼 이해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당’과 ‘경비’를 헷갈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수당’이란 제공하는 업무에 주어지는 보상의 성격으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사용에 있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경비’의 경우는 회사의 이익을 위한 목적성에 걸맞게 집행이 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접대비나 회의비를 회사의 고객이나 동료가 아닌 사람과 사용한다거나, 출장경비에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비를 끼워 넣는 것 등의 부정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저지르지 않기를 권한다.
세 번째 위력의 행사에 대한 것들. 폭언, 성추행, 업무 외 시간에 부당한 업무지시 등 위법적인 행동들. 이런 것들은 회사에서 암묵적으로 목표달성을 위해서 묵인하는 잘못된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부정감사에서 적발될 경우에는 용서가 되지 않는 것들이다. 절대로 관련된 행동을 하지 말기를 권한다.
감사에 적발되었을 경우 최대한 솔직하라
솔직히 적발이 되기 전까지는 아마도 어떻게든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부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게 어쩌면 개인의 생존의 욕구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하게 적발이 된 이후에는 본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최대한 솔직하게 감사팀에 협조를 하기를 권한다. 앞서 경영진단 부분에서 얘기했듯이 그들도 당신처럼 일선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인데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면 정상 참작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인정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줄다리기를 하게 되면 당신에게는 괘씸죄가 부가되게 되며 당신에게 들인 시간만큼의 실적을 당신으로부터 뽑아내야(?)하는 본전 생각이 나게 할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진단과 감사를 거쳐야 하는 여러분에게 그나마 큰 조직에서 일하면서 진단이나 감사를 거쳐야 하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시기 바란다. 부당한 것들에 치이고 당하면서도 조직이 갖춰있지 않아서 호소할 대상도 없는 사람들도 있으니 진단과 감사의 피로감에 대해서 너무 불평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