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채원 Che Kim
Feb 13. 2023
리베로는 외롭다.
[직장 20년 차 김프로 생존기]19. 프리랜서의 세계
마지막 글의 주제로는 직장 20년 차 김프로가 만났던 일반적인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에 대해서 써 보도록 하겠다. 직장 20년 차 김프로의 생존기의 범주에 들지는 않으나,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특수한 직종의 프리랜서들과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보고자 이 주제를 택하게 되었다. 내가 함께 일하는 프리랜서 분들은 배우, 이벤트 도우미, 시나리오 작가, 쇼호스트 등이 있다. 이 분들의 특성은 특정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을 하고 그에 대한 비교적 고소득을 얻지만 계속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과 직업인이지만 고정된 직장을 갖고 있지 않고 있어서 직급의 상승에 의해서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보다는 실제 역량의 상승에 따른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의해서 업무기회를 얻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며, 단위 급여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제목에도 적었듯이 사실 직급의 상승이 없어 내가 함께 일하는 분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단위급여가 쉽게 올라가지 않거나, 또는 그때그때 프로젝트의 예산에 맞춰서 더 받기도 하고 덜 받기도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일거리가 매번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에서 계속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지만 사실 ‘프리’ 랜서로 일하면서 길게 경력을 가져가는 분들은 냉정한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실력만큼은 같은 계통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려면 안정적인 기회가 필요한데 그게 쉽지가 않으며 따라서 생존하기가 쉽지가 않다.
어떻게 커리어를 발전시키나
이번 글에서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승급이 없는 상황에서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다. 흔히 대기업에서는 연공서열에 의해서 선배의 진급을 앞두고 후배들이 고과에서 불리한 등급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젊은 세대들은 이에 대해서 분노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프리랜서의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연차나 경험을 인정해 주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능력본위의 평가와 대가가 주어지는 점에서 좀 더 공정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기업의 직장인들과는 달리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의 성장을 인정받을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단위 급여도 오르락내리락 부침이 심하며 더 심각하게는 안정적으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어떨지에 대한 것도 확실하지가 않다. 때문에 커리어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 프리랜서의 세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프리랜서로써도 일반적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커리어의 발전이 필요하다. 뮤지컬 배우로 예를 들자면 우선 영화나 드라마에서 엑스트라와 비슷한 앙상블로 시작을 하고, 조연, 그다음에 좀 더 비중이 있는 조연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주연에 이르기까지의 대략적인 단계가 있다. 그러면 이 단계를 어떻게 넘어가게 되는 것일까? 뜬금없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돈오점수(頓悟漸修)라는 불교의 수행과 관련한 용어가 있다. 이것은 (깨달음에 이르는)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반드시 점진적 수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뮤지컬 배우라면 연기, 노래와 그리고 춤의 실력이 모두 수준급이어야 한다. 주연급의 배우라면 그 세 가지가 모두 최상위급의 실력을 갖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모든 관객의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능력을 갖춘 배우들 만이 주연을 맡을 수가 있다. 그보다 크게 못하지 않지만 주연만큼의 스타성이라든가 외모 또는 셋 중의 한 측면의 실력이 조금은 못 미치는 사람들이 보통 조연으로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보다 더 부족하지만 다른 배우들과 함께 했을 때 충분히 좋은 구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은 앙상블로써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세 가지 구분을 직장인과 비교한다면 주연은 조직장, 조연은 작은 규모의 조직장, 앙상블은 조직원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우선 앙상블이나 조직원들은 개인의 능력을 아직 더 키워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것을 좀 더 개발해서 조연이나 작은 규모의 조직장이 갖춰야 하는 다른 조직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주연, 즉, 조직장으로써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실력을 갖추었다고 하여 모두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갖춘 실력을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야 실제로 좋은 기회를 얻을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 부분 운이 작용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잘 알리기 위한 노력이 실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운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는 것은 사실은 우연히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퍼스널 아이덴티티(실력구축)와 자기 PR(포트폴리오)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성공공식에는 유명한 서구 아티스트들의 트위터를 통한 사람들의 관심이 바이럴 효과를 낸 것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싸이의 독특한 캐릭터와 그의 자유분방함이 묻어난 음악과 춤이 없었다면 애당초 바이럴의 시작은 없지 않았을까? BTS는 ARMY의 엄청난 지원을 받고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Butter’라는 노래로 7주간 빌보드 정상을 지켜낸 성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과 춤에서의 성취가 없이는 UN에서 Love Yourself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초대를 받아 반 아시아 범죄 대항에 필요한 정책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가 있었을까?
그런데 그들이 실력만 있고 스스로를 알리기 위한 PR전략이 뒤따르지 않았더라면 지금 수준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것 또한 아닐 것이다. 싸이의 경우 조금은 운도 따랐다고 할 수는 있지만 애초에 SNS라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초창기에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서 글로벌로 자신의 음악을 알렸기 때문에 글로벌 가수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고, BTS의 경우에는 유튜브와 SNS뿐만 아니라 V-LIVE나 Weverse 같은 플랫폼, ‘달려라 방탄’ 같은 콘텐츠를 통해서도 자신들의 활동과 생각을 알리고 또한 트위터 등에 반핵, 혐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들을 공개하면서 단순히 음악과 댄스에 능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가는 생각 있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선 실력이라는 측면에서의 퍼스널 아이덴티티가 기초에 있고 그것을 알리기 위한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로 그칠 수는 없으니 회사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프리랜서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자면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을 맺고 일을 하면서 본인의 역량을 보여주고 업무에 임하는 자세와 열정을 보여주고, ‘Run Extra Mile’(주어진 일만 하지 않는 것)의 자세를 보여주면 - 원래 프리랜서의 계약은 정해진 업무만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정규직인 나도 원래 일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일을 할 때보다 좀 더 나아가 일을 할 때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듯이 프리랜서들도 마찬가지의 평가를 받는다. - 다음 프로젝트에 초청받을 확률이 올라가게 된다. 물론 스스로의 업무 역량에 대해서 유감없이 발휘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그 성과에 대해서 알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제16장 ‘광팔기’에 대한 글을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사실 어떤 경우에는 프리랜서들이 업무의 역량과 태도를 인정받아 정규직의 자리를 제안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프리랜서 업종에서도 직원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고, 사무직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경우에는 좀 더 빈번하게 이러한 기회가 발생한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위에서 이야기한 실력을 기초로 한 퍼스널 아이덴티티와 자기 PR의 위력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 철저하게 프리랜서로써 자기 할 일의 범위를 좁혀 일을 한 사람과 프로젝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중점을 둬 자기 할 일의 범위를 넓혀서 일을 하고 이를 프로젝트 원들에게 잘 알려온 사람들 간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으며, 역량이 부족한데 자기 PR에만 힘쓴 사람이나 역량은 충분한데 자기 PR에 신경을 쓰지 못한 사람들은 아쉽게도 이런 기회가 생겼을 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기다림(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프리랜서에게는 항상 일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업계를 막론하고 탑 수준의 프리랜서에게도 휴식기는 찾아온다. 짧게는 며칠, 1~2주 지만 길게는 몇 개월을 일거리가 없이 쉬어야 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라면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꽤 종종 발생하게 되고 이 기다림의 시기에 대한 대비도 매우 중요하다.
우선은 보통 프리랜서들이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서 업무의 강도가 높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휴식을 통해 컨디션을 올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 당연히 첫 번째이며 특히 짧은 시간이 주어질 경우에는 정말 꿀 같은 휴식을 통해서 그동안 지쳐있던 심신을 다시 충전시키는 데에 사용하면 딱 좋다. 특히 휴식 후에 이어서 하게 될 프로젝트가 잡혀 있는 경우라면 조금 더 긴 휴식을 갖게 되더라도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이후의 프로젝트가 정해져 있지 않거나 몇 개월 이후에야 시작하게 되는 경우라면 휴식을 하더라도 쉬는 느낌이 아니라 초조함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급적이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도 그 프로젝트에 120% 몰입하는 것보다는 8~90%로 여유를 가지면서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프리랜서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된다.
여유를 가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유가 왜 중요한 지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보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나무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지 전하고자 한다. 워싱턴의 나무베기에 대한 이야기 중 더 유명한 것은 실수로 아버지가 좋아하는 체리나무를 벤 후 정직하게 자신이 베었다고 고백한 일화가 있지만 지금 소개할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이야기로 아마 비유적으로 사용했던 이야기로 생각이 된다. 그것은 워싱턴이 아름드리나무를 베려고 하는데 반대편 산에서 다른 나무꾼이 나무를 베려고 하는 것을 보고 일종의 경쟁심을 느껴 쉬지 않고 도끼질을 한 반면 다른 나무꾼은 쉬기도 하고, 음식을 섭취를 하는 것을 보고 ‘내가 더 먼저 나무를 베어낼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중간중간에 휴식을 취했던 나무꾼이 나무를 먼저 쓰러뜨렸는데 알고 보니 반대편 나무꾼은 휴식하는 동안 도끼날도 벼리고 음식을 섭취하면서 에너지를 회복했던 반면 워싱턴은 쉬지 않고 도끼질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지쳐서 속도와 힘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나무를 늦게 쓰러뜨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쉬지 않고 일해야 수입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은 프리랜서들에게 특히 필요한 교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조금 오락가락한 것 같은데 너무 무리하지 않되 지금 당장뿐 아니라 다음 스텝에 대해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계란은 나눠담나 한 바구니에 담나
투자 격언 중에는 계란은 나눠서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불확실성이 있으니 투자 대상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어야 위험을 분산하고 그것이 더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가져다 둔다는 이야기이다. 수학적으로 증명을 하기도 한 이론이기 때문에 투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격언이기도 하고 로버트 기요사키라고 하는 자산운용에 대한 전문 작가도 투자의 4분면(노동소득, 투자소득, 임대소득, 사업소득 등)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의 격언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프리랜서들의 일에 대한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우선은 한 바구니에 담아야 뾰족함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연기도 잘하며 예능감도 뛰어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노래도 가창력이 정상권에서 조금은 모자라고 춤이나 연기, 예능감 모두 조금은 정상권에서 모자라다면 그 4가지 중에 가장 나은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노력해서 연마한 후 정상에 이르는 것이 4가지를 모두 조금씩 개선해서 팔방미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은 모두들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의 경우에도 업무에 있어서 어떤 특정영역, 즉, 글쓰기나 문서작성, 또는 엑셀로 데이터를 복잡한 수식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능력 또는 현장에서 공정을 이끄는 능력 등 특정 능력을 뛰어나게 갖추고 있는 편이, 전반적으로 두루 적당한 수준으로 업무를 잘하는 것보다 부름을 받기에 더욱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서 누구랑 일하는가가 중요하다.
직장인은 어떤 산업 어떤 기업에서 일하는지가 중요하듯이 프리랜서는 어떤 영역에서 누구랑 일하는지와 어떠한 사람들과 일하는지가 중요하다. 직장인이 어떤 산업 어떤 기업에서 일하는지가 중요한 것은 우선 자신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본인의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의 경기가 침체되어 있으면 그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아무리 경기가 좋아도 본인이 계약된 기업의 경영이 엉망이라면 조직 내에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산업에서 어떤 회사에 계약되어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프리랜서들의 경우에도 어떤 산업,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지가 우선 자신의 실력에 앞서 본인의 수입의 대략적인 범위를 우선 결정짓고 누구랑 계약을 맺는지에 따라 결정이 되는데 특히나 이들의 경우는 매 프로젝트마다 새롭게 계약을 맺기 때문에 짧은 계약에 대해서 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약 체결하기가 힘들고, 계약 상대방이 신의성실에 의해서 계약을 이행하는지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경우에 계약 상대방인 연예기획사, 공연기획사들의 경우에는 계약을 제대로 맺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을 불이행하는 기획사들이 이전에도 계약을 불이행하고 피소를 당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미 그들이 다른 소송에 걸려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소송건에 대해 승소하더라도 채권이 후순위가 되기 때문에 아무 대가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프로젝트를 고를 때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 직접적인 경험이 없이 주변의 사례만 가지고 이야기를 다루어 한계를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프리랜서들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 글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부족하나마 작성을 해 보았다. 조금이라도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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