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채원 Che Kim
Dec 02. 2022
중간관리자의 입문
[직장 20년 차 김프로 생존기]2. 대리 편
직장에 따라 대리가 아니라 주임이 될 수도 있고, 명칭이 '님'이나 '프로' 등으로 호칭 정책을 쓰는 직장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상징적으로 '대리'가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직장에서 첫번째 승진을 뜻한다. 원래 대리라는 말은 말 그대로 대리한다에서 기인한 것으로써 사실은 과장대리의 준말이며, 현재는 직급 인플레 때문에 안 그런 경우가 더 많지만 하나의 부서를 관리하는 과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대리자로써 회사가 인정하는 사람을 뜻한다. 또한 영어로는 Assistant Manager로 표현하는데 Manager에 준하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 직급이 바로 대리인 것이다.
대리가 된 당신은 이미 고참사원 시절부터 시작해서 비교적 단독으로 업무를 맡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고, 사원님이라는 말은 웬지 어색하지만 대리님이라는 말은 전혀 어색하지 않아 직장생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것을 공인받는 대표적인 명칭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처음 입사를 했을 때 설레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첫 승진이기 때문에 자신감과 그에 따른 책임감으로 부풀어 오르는 시기가 바로 보통 3~5년에 이르는 이 대리로써의 시기가 되겠다.
내 경우에는 첫 직장에서 대리가 되었을 때, 부장님 밑에 최고 선임이었던 대리님 한분이 계시고 나머지 5명 정도가 함께 사원이었다가 동시에 대리가 되고 마침 그때 다른 선배들이 모두 출장을 가 있었던 바람에 대리시절에 부장님께서 출장중이셨을 때 임원께서 주재하시는 부서장 회의에 대신 참석을 하는 경험을 하면서 '아, 대리라는 직급이 이렇게 부서를 대표할 수도 있구나'하는 것을 실감했던 기억이 난다.
보통 최소 3년 정도는 직장경력이 쌓여야 대리라는 직급으로 진급을 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업무에 대한 실력이 쌓이고 차차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이며, 다른 직장으로 옮기라는 연락이 많아지는 때가 바로 이 시기이다. 자신감이 생긴만큼 많은 기회도 가지게 되고 여러가지 유혹도 많이 생기는 시기인 것이다.
대리가 되면 직장에서의 여러가지 시스템에도 익숙해지고 사내외 네트워크를 갖추게 되면서 정보력이 생긴만큼 본인의 위치에 대한 자각이 생기고 아는 만큼 본인이 받고 있는 대우에 대해서 갖는 인식이 좀더 확실해 지는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던 사원시절에 가졌던 회사와 본인간의 적합도에 대해서 좀더 명확하게 깨닫게 되며, 이 회사에서의 비전에 대해서 청사진이 좀더 선명하게 그려지는 시기가 대리 시기이다. 게다가 이제는 사내뿐만 아니라 회사 외부와의 접촉도 좀더 빈번해 지면서 시장에서 내가 통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과 호기심까지도 확장되는 시기이며 만족감이 높아지기도 하고, 거꾸로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리시기에 접어든 당신은 어떤 것들을 챙겨야 할까?
우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당신이 소속된 직군에 당신의 적성이 맞는지 판단하라는 것이다. 신입사원 시기에 본인이 그 회사에 잘 적응할지, 회사가 본인의 적성과 잘 들어맞는지를 고민하고 대리가 될 때까지 다니면서 1막이 지나갔다. 그렇다면 2막에서는 해당 직무를 계속할 것인지 회사 내에서 직무전환 등의 기회를 활용해서 다른 직종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신입사원일 시절에는 회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웠을 상세직무를 변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직장별로 수시로 직무전환이 가능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대리/과장 시절에 직무전환이 비교적 쉽게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쉽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리 시절에는 나의 상세직무가 내가 직장에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런지, 또한 그렇게 성장하기에 내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이 특정 영역의 전문성을 깊게 파고드는 스페셜리스트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여러가지를 두루두루 잘하는 제너럴리스트를 원하는지에 따라 한가지 영역을 깊게 파고들지 아니면 이것저것을 경험하여 그때그때의 변화에 잘 적응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지에 따라서도 계속 한가지 직무에 종사할지 적극적으로 직무순환을 신청할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는 대리시절에는 많은 회사들이 많은 육성프로그램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기(또는 초임 과장에게 제공하는 육성프로그램의 대상자를 선정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회사의 평가에 대해서 좀더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 하는 만큼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마치 고3때 내신과 수능을 한꺼번에 준비하드시 업무능력도 열심히 발휘하고 그 외의 역량 구축 노력도 함께 진행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문대학원 학비지원 프로그램이나 몇몇 회사에서 제공하는 현장 교육 프로그램(지역전문가 프로그램) 등의 선정이 이뤄지는 것은 보통 이 시기이다. 그래서 실무역량을 가장 많이 발휘하고 쌓아가는 것도 바로 이 시기인 것이다.
반면에 대리시기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대리들이(나도 그러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랬던 것 같다) 자신감이 지나친 나머지 자만심의 수준에 이르러 지나친 시도를 하거나 선배들과 업무 진행중에 대립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한다. 물론 습득 능력도 가장 왕성할 때여서 선배들보다 새로운 것에 대해 훨씬 빠르게 흡수하고 경험도 어느 정도 갖추었기 때문에 실제로 선배들을 뛰어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그러므로 반반의 확률로 당신이 가진 자신감은 자만심이 아니라 근자감(근거있는 자신감)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 나머지 반의 확률은 아직 부족한 당신의 경험에 의한 오해일 경우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일지라도 근자감에 의한 당신의 태도가 주변에 적을 만들 확률은 꽤나 높다. 어느 경우이든 사내에 같은 편을 만들어 가야할 시기에 적을 만들게 되는 것은 당신에게 도움보다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모두에 이야기 한 것처럼 대리시기에 헤드헌터들로부터 연락이 오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면서 이직에 대한 유혹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이야기 하고 싶다. 처음 입사시기에 직장인이 되었다는 감동. 그리고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했다는 감정이 이제는 식은데다가 지난 몇년 사이에 성장한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시장에서 알아준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는 것이 곧 업그레이드를 뜻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리시기에 실제로 이직이 가장 많이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몇가지 이직에 대한 조언을 해주면 우선 헤드헌터들을 처음 접하는 여러 대리님들께 그분들의(대부분의) 성향을 말씀드린다. 그 분들은 여러분들이 이직을 하게되면 어디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일까?
여러분의 이직을 도와주는 헤드헌터들은 회사로부터 정해진 성공보수를 받게된다. 때로는 정액일수도 있고, 때로는 정률로 여러분이 채용될 경우에 한해서 성공보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일부 써치펌의 경우 고정보수를 회사로부터 받고 업무를 진행하는 수도 있지만 아주 소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성공보수의 원리가 여러분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 보수가 '건당 성공보수'라는 점이다. 그 뜻은 여러분에게 소개된 회사가 여러분의 경력개발에 도움이 되는지 적성에 맞는지 보다는 당장 여러분이 그 회사에 채용이 될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러분에게 맞지 않는 회사이더라도 강력하게 권유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결론은 헤드헌터들을 통해서 새롭게 눈앞에 주어진 기회이든 스스로 찾은 새로운 직장의 기회이든,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의 가치와의 비교를 통해서 더 발전성이 있는 쪽으로의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더 나은 발전성이 새로운 기회보다 이미 취득한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특히 현 직장에서 그 중 신입사원부터 다니고 있는 첫 직장에서 구축한 네트워크의 가치에 대해서 설명드리고 싶다. 첫 직장이 작은 회사라면 내 설명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고 이 부분의 내용이 적합한 내용일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큰 회사에서 직장경험을 시작한 당신의 경우라면 지난 3~4년 간 사내외에 쌓은 네트워크의 가치는 당신의 역량에 50% 이상의 부스터를 장착한 수준의 아니 때로는 2배 이상의 부스터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나도 단 한번의 이직이 있었을 뿐이지만 그 당시에 5년 정도의 네트워크를 버리고 가야 했던 것이 이직에 대해서 망설이게 했던 가장 큰 이유였었고 이직 후에 1~2년간 그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입사했을 때 어리바리했던 동기들이 회사의 각 부서에서 당신처럼 성장하여 당신의 강력한 정보망이 되어 주고 이것은 업무의 속도와 회사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당신이 신입사원일 때 대리였던 선배는 지금 과장이, 부장이였던 팀장님이 임원이 되어 대리인 당신이 기댈 아름드리 나무가 곳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이직에 따른 연봉의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자. 대리로 이직을 하면서 얼마나 연봉이 오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가? 1천만원? 20퍼센트? 얼마정도 올라야 잘 이직했다는 소리를 듣겠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나는 모르겠다'이다. 정말 모르겠다. 그렇지만 애매한 답이 될 수 있어도 그때 그때 다르다라는 말이 더 정확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연봉이 오르지 않는 이직은 대체로 권유하지 않지만 어떤 경우에는 연봉이 동일하더라도 당신에게 반드시 옮겨야 하는 기회일 수도 있고. 요점은 이직의 핵심 고려사항 중 연봉상승이 꽤 중요한 이유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당신의 역량개발, 개인 브랜드 구축기회,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의 인성 등 연봉 이외로 동등하게 중요한 조건들을 검토해서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들의 잡 포스팅의 이면에 대해서 팁을 드리면 우선 혹시라도 단기간(6개월에서 1년 안에)에 같은 회사에 같은 직무의 잡이 포스팅 되는 경우에는 일단 유의하시는 편이(대체로 응모하지 않도록) 좋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한 회사에서 같은 직무의 잡이 포스팅 되는 경우에 사업의 성장으로 인해 추가로 채용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과장급이상의 채용이 반복되는 경우라면 그 자리가 매우 힘든 자리이거나 그 회사의 그 직무를 함께하는 사람(고객 또는 상사)이 매우 힘든 경우라는 점이다.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잡 포스팅이 올라오는 경우는 그 자리에 채용이 잘 안된 경우이거나 채용이 되었다가 금방 다시 교체가 되는 경우가 사업 확장에 의해서 추가 채용이 이뤄지는 경우보다 많으므로 유의하기 바란다.
끝으로 대리인 당신에게 중점적으로 키워야 할 역량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서두에 말씀드린대로 과장을 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 걸까?
첫째로 이미 당신 자신의 직능에 대해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겠지만 그 실력이 최고라고 자부할 만큼 느껴질 정도로 갈고 닦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당연한 이야기 지만 이것이 가능해져야 다음 두번째로 넘어가기에 준비가 끝났다고 할 수 있겠다.
두번째는 함께 일하는 부서내의 동료의 일이나 이웃 유관부서의 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부서=과' 레벨의 업무 수행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는 두번째의 이야기와 맥락이 통하는 것인데 종합적으로 한 프로젝트를 리더로써 모두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직급중에 꽃이 과장이라는 의견도 있고 대리라는 의견도 있고 때로는 임원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의견이 맞는 지는 사람들마다 다른 의견이 있겠지만 어떤 것이 맞든지 간에 가장 처음 피는 중요한 꽃인 대리가 된 여러분.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꽤나 길게 써내려간 나의 글이 여러분의 직장생활을 꽃길로 이끌어 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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