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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희 Feb 23. 2023

엄마의 꿈

7:45am

엄마는 대학까지 공부하진 못하셨다. 외삼촌을 밀어주고 그대신 스무살때부터 서울대에서 근무를 했었다. 엄마의 꿈은 뭐였어?라고 물었을 때 엄마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는데 꿈에 대해 크게 생각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의 반응이었다. 오늘 꿈 속에선 내가 엄마 대신 선생님이 되었다. 나도 꿈이 선생님이었지만 분명 꿈 속에선 나는 엄마였다. 선생님이 되어 다같이 수련회를 가는 꿈. 학생들을 보호하고 필요한 운동화를 같이 고르는 꿈이었다. 학생들은 엄마를 좋아했고 신뢰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엄마가 예쁜 운동화를 고르는 것도 낯선 일이었다. 운동화는 전부 예쁘지 않았고 엄마는 크게 개의치 않아하며 학생들과 수련회장으로 들어갔다. 꿈에서 잠깐 깼다가 다시 바로 잠들었는데 엄마는 다시 나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이전 집처럼 나는 잠들어 있고 거실에서 엄마는 아빠를 깨우고 아침상을 차리고 있었다. 나는 거실에서 들리는 엄마아빠의 소리를 싫어했고 어서 빨리 그들이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아빠가 내 방에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리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깼다. 


나는 엄마가 분주한 게 싫었다. 항상 자처해서 본인이 일을 다 하는 것도 싫었다. 아빠의 눈치를 살피는 일도, 그러면서 늘어난 능청스러움도 싫었다. 꿈을 물었을 때 없다는 것도 싫었다. 엄마는 내가 어릴 적 그림도 잘 그려줬고, 시도 썼었고,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며 노래도 잘 불렀고, 악기연주도 했었는데. 젊었을 적 친구들과 명동도 자주 놀러가고, 멋진 옷을 입고 사진도 많이 찍고 등산도 많이 다녔는데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구는 게 싫었다. 지금의 엄마가 엄마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로서의 삶밖에 남아있지 않은 게 내 탓 같았다. 엄마가 대학을 가거나 서울대에서 계속해서 근무했다면, 나와 언니를 낳지 않았다면 엄마는 꿈이 생기지 않았을까? 엄마와 어울릴법한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과 친근하게 운동화를 고르는,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인물로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것까지 아니더라도 자기만을 위해서 예쁜 운동화를 고를 줄 아는 사람정도로는 남겨질 수 있지 않았을까. 


언니가 결혼을 하고 내가 독립을 하고 빚을 어느정도 청산을 한 이후로 엄마는 그제서야 자기만을 위한 예쁜 옷을 샀다. 내가 건네 준 책을 읽기 시작했고, 아빠와 매주 집 근처 산책을 나가신다. 언젠가 언니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것이 없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우선은 쉬고 싶다고 했다. 엄마가 아주 잘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 해 주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엄마의 오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2023년 2월 14일 화요일


엄마의 , 7:4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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