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가 있었다. '불알 친구'라는 말은 아마도 이 두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합성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의 다람쥐반에서 둘은 친구가 되었고 그대로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같은 중학교를 거쳐서 아직까지도 두터운 우정을 자랑한다. 그에게 붙은 '알썽'이라는 별명의 출처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본인도 왜 그런 이름이 지어졌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모두가 그 친구를 알썽이라 부르지만 훨씬 오래전부터 알아 왔던 나는 왠지 이름을 부르는 게 편하다.
딱히 의도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옆에 있게 되었다.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2년 동안 같은 반에 배정되는가 하면, 각자 다른 지역의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으나 방학이 되면 둘은 어제 만났던 것 마냥 자연스레 PC방으로 향했고 군대도 가지 않을 놈들이 열심히 총을 쏴댔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학을 하고 서울에 있는 동안 민이도 본격적으로 꿈을 찾아서 서울로 올라왔고 어쩌다 보니 각자의 고향집 보다 더 가까운 곳에 거주하게 되었다. 서울에 연고가 없기에 두 사람은 전보다 훨씬 더 서로에게 의지를 했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아낌없는 지원을 해줬다. 우리는 이것을 '아다리가 잘 맞는다'고 표현한다.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분명히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한다. 특히 두 사람은 마음이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한다.
같이 살던 친구와 갈라서게 되어 민이는 연희동에 아주 푸근한 투룸의 월세방을 얻었다. 어느 날 고양이를 분양받게 되어서 함께 가달라기에 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함께 갔다.
개인 분양인데다 몸값이 꽤 나가는 녀석이기에 분양받는 절차가 까다롭다. 무슨 조건들이 참 많더라. 나는 집사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 서울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많이 시끄러웠는지 민이와 순이 둘 다 신경이 많이 곤두서 있었다.
둘이서만 놀고 있는 꼴을 죽어도 못 본다.
와인을 마시는데 계속 성가게 군다.
아침 잠이 없어서 일찍 일어나면 꼭 이렇게 옆에 와서 교태를 부린다. 앙칼진 것...
어느 날 또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각자 다른 공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다친 경험이 있다. 그 흉터가 같은 팔 같은 위치에 있다는 사실에 닭살이 돋듯 소름이 돋았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위치가 확고해졌다. 몸도 많이 컸고 머리도 컸는지 이제는 내가 가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 나쁜 년... 집사가 누구인지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인식했나 보다. 이래서 여자는 믿을게 못된다. 그렇게 예뻐해 줬건만 내가 필요할 때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대답도 안 한다. 여자 다 부질없다. 친구가 최고다.
20년 동안 아주 잘 우정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둘이서 어떻게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을지 아주 은밀하게 작당하는 중이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또 이상한 짓을 벌릴 생각하고 있다. 중간에 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무엇을 상상하든 아마 그 이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살짝 미쳐있으니깐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