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작은 아이는
단편 속 날개를 달았네
굽이치게 흘러든 강물에
얼음 같은 손끝과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
소스라치게 순조롭던 노을이
속삭이듯 여울지네
음감이 모자라
세상 소리 흘기듯 스쳐가고
내 어깨를 지나쳐 소멸하는
영혼들이 비틀비틀 수척하다
늴리리야 혹은
어찌 안 놀라겠느냐만은
담담히 박힌 화석의 세상은
여전히 건재하도록
요동치는 동맥혈의 야망가들이여
안다 그대 힘이 드는 줄을 내 알고 있다
사라지나 살아지나
어스름 부대낀 하현달 끝자락에
달은 또 한 번 저물겠고
소란히 달그락거리는
옛 책걸상 속 나의 이상은
내 저속한 두 눈을 피하지 않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