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라노바 Sep 18. 2016

베이징의 유령 호텔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호텔은...

베이징 출장으로 처음 찾게 된 중국. 회사 업무 일정은 월요일부터지만, 현지 적응을 빌미로 주말에 미리 가서 개인 시간을 갖고자 했다. '출장 속 여행' 기분을 내기 위해 숙소도 웹서핑을 하며 꼼꼼히  골랐다. 그중 중국식 정원이 있는 자그마한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망설일 것도 없이 낙점! 


그리고 도착 당일, 베이징역 앞에서 택시를 탔다. 호텔이 천단공원의 동문 근처길래 일단 그리로 가자고 했는데, 아뿔사, 기사 아저씨가 영어로 동문(East Gate)이란 말을 못 알아들었다. 나 또한 중국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기에 결국은 얼떨결에 내려 준 남문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울퉁불퉁한 돌길 덕분에 끌고 가야할 캐리어는 거의 들다시피 해야 했다. 


겨우 다다른 동문. 적어온 주소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이건 도무지 호텔이 있을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불현듯 한 시간 후에도 이러고 있을 내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빠른 결단이 상책이라는 생각에 큰 길로 나가 다시 택시를 잡아 탔다. 기사 아저씨한테 주소를 보여 주면 어떻게든 가겠지. 그런데 택시는 방금 전 내가 나온 길로 다시 들어갔다. ‘역시 맞았나?’ 싶었으나… 아까 내가 어슬렁대던 곳에서 택시도 멈춰 섰다. 이때 기사 아저씨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렇지! 기사 아저씨의 휴대폰, 미처 생각치 못했던 물건이 절박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었다.


아저씨는 호텔직원과 유창한(?) 중국어로 통화를 하더니 이제 알았다며 차를 다시 큰 길로 뺐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호텔이 이전했음이 틀림없었다. 택시는 큰길로 나가더니 빠르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스트레스가 싹 가실 만큼 속 시원하게 달렸다. 이렇게 먼 곳인데 그나마 일찌감치 택시를 타길 잘했다는 생각에 흐뭇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차는 대로 끝 교차로에서 느닷없이 유턴을 했다. 그리고는 왔던 길을 다시 엄청난 스피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차가 멈춘 곳은 내가 택시를 탄 위치에서 바로 길 건너편이었다. 모퉁이에서 살짝 우회전만 하더니 세워준다. 아저씨는 씩~ 웃으며 바로 저 호텔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엉?' 결론적으로 나는 택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넌 셈이었다. 


오잉???    (C) Illustration by Terranova


뭐 좋다. 어쨌든 호텔은 찾았으니까. 그런데...이 황당함의 하이라이트는 잠시 후 차에서 내린 다음이었다. 눈 앞에 등장한 호텔은 내가 그토록 찾던 이미지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특색없는 콘크리트 건물이었던 것! 웹사이트에서 봤던 곳과 분위기는 물론, 심지어 이름조차 전혀 달랐다. 중국식 정원 따위는 물론 없었다. 같은 것이라곤 오직 전화번호 뿐이었다. 이제껏 나는 무엇을 찾아 헤맸던 것인가???


Beijing, China




흔히 어느 나라나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니 최소한 기본적인 단어들( water, car, gate 등)은 알아들으려니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서바이벌 랭귀지 수준의 현지어는 간단하게나마 공부하거나 적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은 스마트폰과 유심카드를 이용한 인터넷 덕분에 길찾기 여건이 훨씬 좋아졌지만, 여전히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현지어로 된 주소를 종이에 출력해 가는 것이다. 특히,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라면. 또한, 호텔에 도착한 후 외출할 때는 호텔 위치가 표시된 무료 시내 지도나 명함을 챙기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언제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 여행 에피소드 시리즈는 여행매거진 '트래비'와 일본 소학관의 웹진 '@DIME'에서 연재 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장의 분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