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please!
여행을 할 때면 늘 떠오르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오래 전 전직 항공사 여승무원이 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당시 한국인 승객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던 불평 중 하나는 왜 외국인과 내국인 승객을 차별하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승무원의 변명아닌 변명은 바로 이러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설령 맘에 들지 않는 승객이라고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대할 수는 없는 법. 그러나, 외국인들은 표정과 말투에서부터 부드러운 대응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옆에서 이를 보는 한국인 승객들에게는 외국인들한테만 웃으며 대한다는 오해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한국인 승객들의 에티켓은 지금과는 또 많이 달랐을 것이다. 같은 말을 해도 좀 더 잘 해주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 두 부류에 대한 태도는 알게 모르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만약 해외에서 우리가 받는 대접에 생기는 차이가 그 사람의 근본적인 태도 문제가 아닌, 무지에서 온 단순한 '말 실수' 때문이라면?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또는 동양인들이 간과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please'다. 최근의 영어 수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 영어를 배울 때는 이 'please'의 의미와 사용법을 정확하게 가르쳐 주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식당 같은 곳에서 주문할 때 "Water!" 하는 것과 "Water, please!"는 느낌은 많이 다르다. 굳이 우리말로 그 느낌을 비유해보자면, "물이요!"와 "물 좀 주시겠어요?"의 차이라고나 할까. 웨이터가 테이블 위에 물 컵을 어떤 감정 혹은 태도로 내려놓느냐가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미묘한 행동의 차이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물론,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니 그러려니 이해하며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못해서 실제로 당할 때의 감정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영국에서 한동안 생활하며 영국인 스타일의 대화에 익숙해지다보니 심지어는 같은 영어권인 미국인들의 말투에서조차 묘한 거슬림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영국인이라고 모두 에티켓이 좋고 남을 배려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의 언어 습관은 그런 사람들의 행동조차 부드럽게 넘어가게 해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영혼(?) 없는 "Thank you!" 같은 것이다. 비록 기계적일지언정 사람들간의 관계에 있어서 윤활유같은 역할을 하는 게 사실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사람이 겪는 모든 일은 자신이 끌어 당겨오는 것이다. 모두 본인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에서 오는 것임을 이해한다면, 앞으로 ‘나 동양인이라고 차별 받았어’라는 말을 할 일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특히, 이제부터라도 영어 단어 하나 안붙여서 '차별'받는 억울한 일은 당하지 말아야겠다. 해외에서는 늘 잊지말자.
~, P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