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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라노바 Sep 29. 2021

삼천포로 가는 길

오사카 공항열차에서 생긴 돌발상황

호텔 직원은 친절했다. 행여 우리가 공항행 열차를 놓치기라도 할까 열차 시간표에 우리가 탈 수 있는 열차들을 일일이 까지 표시해주기까지 했다. 이틀간의 오사카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본사 회의가 늦어져 호텔로 돌아오는 중 몇 시간 남지 않은 비행기 탑승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나마 호텔 바로 앞 역에서 쾌속 열차에 올라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제서야 안심이었다. 신제품 도입 가격과 수량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도 잘 마무리되어 다들 기분 좋게 긴장을 풀고 있었다, 동행한 거래처 G대표님, K이사님도 느긋하게 잠을 청했다. 나야 여느 때처럼 창 밖을 바라보며 풍경을 즐겼다.


얼마 후 공항이 이제 머지 않았다고 생각될 즈음(처음 오는 길이 아니다), 방송에서 나오는 이번 정차역 이름이 어딘가 낯설었다. 얼른 노선도를 들여다 봤다. 앗! 열차가 갈림길에서 바다에 있는 공항 방향이아닌 다른 길로, 그것도 이미 두어 정거장을 지나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완전히 한밤 중에 있는 일행부터 깨웠다. 이때만 해도 그저 빨리 내려 다음 역에서 갈아타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단순치 않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우선 열차가 갈림길을 지난 후부터는 완전히 시골 분위기로 바뀌면서 역 간 거리도 멀어진 느낌이었다. 집도 드문드문 있고 심지어 산과 계곡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가도 빠듯한 시간에 겨우 맞춰 탔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지… 게다가 이 촉박한 시간에 열차를 연속으로 두 번 바로 갈아타야 기적을 바래볼 수 있는 절박한 처지였다.  


다급한 마음 때문인지 열차는 한 정거장을 마치 수십 분 달리는 것 같았다다. 열차는 겨우 논두렁이 보이는어느 적막한 시골역에 멈춰 섰다. 한적한 시골역 같은 이곳 분위기로 봐서는 열차 운행 간격이 최소한 15분은 될 것만 같았다. 내리자마자 얼른 맞은 편 열차 시간표로 달려가 확인하려는데, 그때였다. 뒷통수에서 들려오는 기차 진입 소리! 일행 중 누군가 평소 덕을 쌓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일단 늦지 않은 시간에 분기점이 있는 역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이제 들어오는 열차는 공항 아니면 아까 우리가 갔던 역방향 둘 중 하나로 가는 것이 번갈아 올 텐데 공항으로 들어가는 열차가 바로 안 오면 지금까지의 운은 말짱 꽝이 될 수도 있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시간표를 들여다 봤다. 놀랍게도 공항행 열차가 바로 5분 후에 있었다. 이건 그저 기적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났나 그때는 몰랐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목적지를 가진 열차가 반씩 구성되어 함께 가다가 도중에 분기점이 있는 역에서 분리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예전 아테네공항 에피소드에서도 느꼈지만, 집밖에 있을 때는 '늘 깨어있으라'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긴 기회였다. 


Osaka, Japan





유럽에나 있는 줄 알았던 ‘열차 분리 운행’이 일본에서도 있었던 것이다. 오사카 시내에서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JR 쾌속 열차는 보통 8량으로편성되어 있는데, 도중에 나뉘어져 이 중 절반만 공항으로, 나머지절반은 와카야마라는 곳으로 간다. 보통은 앞의 4량이 공항행인 경우가 많다. 아무렇게나 탔다가 뒤늦게 알아도 운행 중 다른 목적지 객차 간 이동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공항행 열차를 탈 때는 객차별 목적지 안내판을 잘 봐야 한다. 공항행 객차에는 비행기 그림과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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