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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샛별 Nov 23. 2020

데이터 분석가의 팩트풀니스

<팩트풀니스 : Factfulness>를 읽고

  한스 로슬링이 쓴 책 <팩트풀니스>는 즐겨보던 TV 프로그램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의도나 전반적인 내용, 고민하고 이야기 나눠볼 만한 내용을 모두 다루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어떤 의도와 내용을 담은 책인지는 70분짜리 프로그램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대신 읽은 책들이 많았지만 <팩트풀니스>는 반드시 직접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방송 중 소개된 한 문장이 너무 나에게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수치 없이 세계를 이해할 수 없지만,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 전에도 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이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때마다 빨리 책을 읽어보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해야겠다는 부채의식이 있었는데, 어느 금요일 퇴근길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푹 빠져들었다. 다음 날까지 이어서 완독한 <팩트풀니스>의 각 부분에서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들과 생각을 정리해본다.


  한스 로슬링이 책에서 이야기했듯,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는 인간의 본능은 다양하고 또 강력하게 나타난다. 지금 내가 '팩트풀니스'를 장착하고 세상을 보더라도 언젠가 다시 본능에 휩싸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며, 나 자신도 데이터라는 렌즈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이를 경계하고 싶다. 데이터 분석가가 진실을 오해하고 왜곡한다면 더 위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리한 <팩트풀니스>의 내용들 - 10가지의 본능 - 은 가능하다면 중요한 분석과 결정을 하기 앞서 체크리스트처럼 나 자신에게 묻고 싶은 내용들이기도 하다.






한스 로슬링 저, <팩트풀니스>

<팩트풀니스>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도 간단히 풀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13개의 퀴즈에서 시작한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았다면 꼭 퀴즈를 풀어볼 것을 권한다) 


> 세상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세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위 퀴즈에서 인간의 정답률은 문제의 내용을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침팬지보다 낮다. 이는 일반인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지식인, 전문가 그룹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즉 지식수준의 차이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각한 건 랜덤으로 답을 고르는 침팬지와 달리, 인간의 오답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인간이 세계를 오해하는 데는 정해진 어떤 방향으로의 동력이 있다. 한스 로슬링은 이 점을 발견하고 이 Gap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가 설립한 '갭마인더' 또한 그 일환이었을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살 만하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나아져왔으며, 지금도 나아가고 있다. 문제를 직접 풀어본다면 아마 모두 공감할 것이다. 내가 그동안 보고 들었던 모든 것들은 대체 어디서 왔단 말인가? 사람들은 세계를 실제보다 더 극단적이며 비극적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침팬지처럼 랜덤한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체계적인' 잘못된 추론으로 이루어진다.     

  <팩트풀니스>에서는 그 체계적인 오류를 범하는 인간의 10가지 본능에 대해 다룬다. 인간의 어떤 본능이 우리로 하여금 세계를 실제와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가. 그 본능을 경계하고 진실을 마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에 정리한 내용에서 나는 그 힌트를 얻었고, 나에게 맞게 해석해 소화하는 중이다. 

  각 챕터에 해당하는 본능 아래에 점으로 표기한 것은 본문을 요약한 것이며, > 부분은 내가 소화하고 스스로 다짐한 내용임을 밝힌다.





1. 간극 본능   

세계를 구성하는 많은 것들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려는 본능이다.

국가들을 선진국과 후진국(개발도상국)으로 나누면 실제 국가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데이터는 양극단이 아니라 중간에 존재한다.


>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분포를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머리와 꼬리보다 몸통에 대부분의 관측값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이름 자체가 '몸통'이지 않은가) 하지만 양극의 두 집단으로 분리된 필터로 이를 바라보는 것은 정작 몸통은 빼놓은 채 머리와 꼬리로만 전체를 이해하는 격이다.



2. 부정 본능   

세상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이해하는 본능이다.

사람들은 인간의 노력과 그 결실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의 삶의 질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좋아졌고, 영아사망률이 낮아졌는지. 과거와 유사한 자연재해에서 얼마나 잘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는지.)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것이 부정적인 것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가 대면하는 많은 상황은 나쁘면서도 동시에 좋을 수 있다. 특히 전체적으로 상황이 나아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쁠 수 있다.

점진적 개선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나쁜 뉴스가 많아지는 건 세상이 그만큼 나빠지기 때문이 아니라, 감시능력이 좋아진 것일 수 있다. (예: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암환자가 늘어난 것)


> 나 자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때로 근자감처럼 느껴질 만큼 마주한 모든 문제는 결국 해결할 수 있고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세상을 바라볼 때는 부정 본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업무 중에 저조한 비즈니스 실적의 상황과 원인을 분석하면서 그래도 상승하고 있거나, 유지되는 긍정적 요소를 우리의 기회로 발굴하는 것은 매우 익숙하게 해오던 일이다. 구름 뒤 빛나는 해를 발견하는 그 기쁨은 분석 과정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째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나아지고 있는 세상의 많은 부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걸까.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해서 불행한 상황을 불행하지 않게 느낄 순 없지 않을까?'라는 의문 때문에 더 부정 본능에 대해서는 저자의 생각에 경계심을 가졌다. 다만 세상이 나아지는 과정에서 더 좋아진 감시능력으로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불행을 더 자주 접하게 된다는 것, 언론에서 더 많이 노출하기 때문에 현실과 '선택되어 보이는 현실' 사이 간극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한스 로슬링의 말처럼,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것이 부정적이고 불행한 현실을 무시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건 아니니까. 세상이 크게 나아졌음을 인정하면서도 기아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는 이유다.



3. 직선 본능   

표현되어 있는 데이터에 대해 직선-선형적 증가를 예상하는 본능이다.

사람들은 연속적으로 늘어선 점이나 선에 대해 직선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예측하지만 대부분의 데이터들은 어느 지점에서 성장이 둔화되는 S자 곡선을 그린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영아 생존율이 높아지면 인구가 폭발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저개발국가에서 출산 아동 수가 많은 것은 높은 사망률 때문이며, 생존율이 높아진다면 아이를 많이 낳을 이유가 없어진다. 인구의 증가는 한 세대 미만에서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 때문에) 기능하고 그 이후에 다시 안정적 균형을 이룰 것이다.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지표들은 S자 곡선을 그리며 나아지고 있다. 중간 부분의 급증하는 구간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직선 본능이 미래에 대해 극단적인 예측 (폭발적 증가, 감소)을 낳는다.


 > 이 본능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장밋빛 미래나 극단적으로 암울한 결과를 예상하게 된다. 다른 책에서 인상 깊게 봤던 자신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신 효과)과 결합하면 아마 본인이나 조직의 성과에 대한 현실성 없는 예측을 낳을 수도 있다.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키는 결코 성장기 어린이들이 매년 성장하는 속도로 평생 크지 않는다.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누구도 직선을 떠올리지 않듯, 대부분의 현상들은 곡선을 그린다. 데이터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사실에서 벗어난 이런 본능에 의해 예측된 결과는 합리적 예측이라 할 수 없고, 분명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4. 공포 본능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공포로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는 인간의 본능이다.

이는 초기 인류의 진화와 역사에서 생존율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이 본능적 공포가 뱀, 독초, 재해와 같은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줬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공포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사례로 저자는 의사로 일하던 시기, 세계대전이 재발할 것에 대한 지나친 공포로 저체온증 환자를 적국의 조종사로 오해해 패닉 상태에 이른 경험을 소개한다.

진짜 우리가 직면한 위험의 크기는 본능이 아니라 '노출'을 고려해야 한다. → 비행기 추락이나 뱀에 대한 공포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런 상황에 처해질 확률을 고려할 것. 우리가 도심 속 일상을 사는 동안 뱀과 마주해 생존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얼마나 노출될까?


> 나는 두려워하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높은 곳이나 사고, 질병 등에 대한 공포도 주위 사람들에 비하면 적다. 하지만 이 공포 본능에 대한 소개가 나에게 인상 깊었던 이유는 '노출'에 대한 고려를 제안한 부분 때문이었다.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확률'에 대한 고려는 그 상황이 극단적이고 심각할수록 필요하다.

  서비스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고려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때로 이 과정에서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합리적인 사고가 아니라 공포에 휩싸이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새로운 기능이나 시도를 사용자들이 우리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위험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상과 공포로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태를 현실로 끌어들여, 시도 자체를 무산시키는 일들은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뱀을 풀어놓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포가 아니라 대안과 준비다.


5. 크기 본능   

숫자의 크기를 과대/과소평가하고 오해하는 본능이다.

숫자를 단독으로 보면 절대 안 된다. 비교하고 나눠라. 그래야 가치가 있다.

숫자가 표현하는 삶과 이야기에 집중하면 부정 본능과 더해져 세계가 나아지고 있다는 걸 오해할 수 있다. ("지진으로 348명 사망"이라고 말하면 거대한 재난처럼 느껴지고 세상은 절망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줄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세계는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부분적으로' 나쁜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나쁜 일도 과거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작다.)


>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분석가들은 다양한 지표를 만들고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도 이 크기 본능이 만드는 오류를 피해 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단독 숫자를 가지고 판단하려고 하는데, 홀로 존재하는 숫자의 의미는 개인의 경험에 따라 매우 극단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숫자는 반드시 전체에 비해 어떤지, 그리고 이것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집단에 비해 얼마나 다른지와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명목 지표와 쌍을 이루는 비율 지표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6. 일반화 본능   

무엇이든 일반화해서 이해하려는 본능이다.

이는 많은 것들을 이해하거나 묘사하는데 필수적이지만 섣부른 단정이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중산층', '전원생활', '선진국' 같은 단어들은 그 안에 포함될 수 있는 다양한 편차를 무시하고 단일 이미지로 일반화하여 고정관념을 만들어낸다.

만들어진 범주를 항상 의심하라. 더 잘게 쪼개고, 집단 간의 유사점과 집단 내의 차이점을 찾아라. 다수의 함정에 속지 말아야 한다.


> 일반화는 우리가 만나는 일상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무언가를 설명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프레임'이고 바로 그 프레임이 우리를 일반화의 함정에 가둘 때가 많다. 언론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일반화된 집단이 그대로 우리 머릿속에 특정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과 같다. 때로 데이터 분석은 일반화 본능을 강화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대푯값'으로 특정 집단을 요약해서 나타내는 숫자들이 바로 그 도구가 된다.

  '30대 여성', '20대 남성' 같이 그 자체로 공통의 특징을 가진다고 할 수 없는 집단이 평균 숫자 몇 개로 일반화되는 걸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비즈니스 내부에서도 이런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분석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단 간의 유사성과 집단 내의 유사성을 비교해야 하고, 집단 내의 변동(다양성)이 크다면 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금 더 쪼개거나 달리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7. 운명 본능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고정관념이자 본능이다. 천천히 변하는 것도 변하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어차피 안 된다', '아시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등의 관점.

불변하는 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사회과학에서는 더욱 그렇다.


> 데이터와 숫자가 증명해낸 사실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함께 나타나는 운명 본능은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왜곡하여 바라보게 만든다. 특히 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느 집단에 대해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경우는 꽤 많다. 외부의 시선에서 그런 판단을 내리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이 속한 바로 그 자리(때로는 국가이거나 민족, 그 외 다양한 집단)에 대해서도 구제불능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변하기 어렵거나 오래 걸리는 것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없다. 이 가능성을 닫아두고 운명론적으로 바라보는 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변화하고 있는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일이다.


8. 단일 관점 본능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솔루션을 찾는 본능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경계하라. 특히 전문가들은 본인의 전문영역에서 통했던 해법을 다른 영역에 적용하려 한다. 얻은 결론은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  

수치 없이 세계를 이해할 수 없지만,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


> 분석을 하다 보면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일반화된 해결책을 원하는 담당자를 만날 때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타사의 사례나 전략을 그대로 참고해서 우리의 계획을 결정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겪어오면서 깨닫게 된 공통의 해답이 하나 있다면, 모든 곳에 적절하게 쓸 수 있는 마스터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비즈니스 도메인인 경우에도, 하다못해 한 회사에서 운영하는 이커머스 안에서도, 때로는 동일한 앱에서조차 시간의 흐름과 사용자의 변화에 따라 문제와 원인은 제각각이다. 당연히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도, 해결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숫자가 보여주는 것을 과거의 경험으로 해석하고 빠르게 결론 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같은 수치가 혹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진단해야 한다. 흔히 경험은 문제 해결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받지만, 경험이 쌓여가며 높아질 수 있는 오판의 가능성을 잘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9. 비난 본능   

문제를 대할 때 비난이나 칭찬의 대상을 먼저 찾고 비난하거나 칭송하는 본능이다.

세계를 바꾸려면 세계를 이해하려고 해야지 비난 본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다른 본능과 결합해서 '우리'와 다른 타자 집단으로 나누려고 하기도 한다.  

비난으로 악당을 찾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비난할 시간에 원인을 찾아라. 반대로 칭찬의 경우 영웅을 찾는 대신 긍정적 상황을 만들어낸 시스템을 알아내라.


>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인간이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본능이다. 언론에서 특정 사건에 대해 보도될 때 많은 경우 사람들은 'ㅇㅇㅇ가 문제야' 또는 '그래서 둘 중 누가 나쁜 거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내가 동조하는 쪽과 반대인 타자에 대해서는 그들의 입장과 근거를 찾기 이전에 감정적으로 배척할 때가 많았다.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세계를 제대로 이해해야지 비난의 대상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말이 그래서 더 와 닿았다. 비난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칭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는데, 이건 비즈니스를 위한 데이터 분석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흔히 비즈니스 지표가 나빠진 경우 데이터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거나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건 익숙하지만,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때는 그만큼 밀도 높게 분석적 접근을 하지 않는 회사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고 지금의 성장세를 길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긍정적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영웅을 찾을 게 아니라 상황을 초래한 시스템을 알아내라는 저자의 조언에 깊게 공감한 이유였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어쩌면 잘 되고 있을 때 그 원인을 더 명확하게 알아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성장을 만들어낸 시스템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 만으로, 위험신호를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0. 다급함 본능   

긴 고민 없이 다급하게 결정을 내리려는 본능이다.

고대 인류의 생존에는 공포 본능과 다급 함 본능에 의한 빠른 판단이 중요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문제는 즉각적 위험(뱀, 곰, 멧돼지,,,)보다는 추상적 위험이다.

이 본능의 특징은 초조함의 스트레스로 앞서 본 다른 본능들을 더 확대한다는 점이다

데이터는 진실을 말하는 데 사용해야지 행동을 촉구하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

다급한 상황일수록 의사결정은 신중해져라. 관련 있지만 부정확한 데이터, 정확하지만 관련 없는 데이터를 경계하고 주의하라.


> 오늘을 살면서 다급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업무적인 환경이라면. 각자 맡은 의사결정의 크기가 크든 작든 관계없이 시간의 제약은 모든 순간 함께하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구매하는 것도, 제안받은 내용에 대해 마음을 정하는 것도,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진행하는 순서나 범위에 대해서도 그렇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려다 보면 당연하게 많은 것을 꼼꼼하게 검토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실을 제대로 살필 시간이 없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앞서 살펴본 9개의 본능이 스며들 틈은 더 크게 열린다. 초조한 상황에서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그 순간에 눈 앞에 제시된 데이터를 읽을 때는 더 집중해야 한다. 꽤 많은 경우 적당하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은 '현실을 왜곡하는 데이터'들이 우리 앞에 제공되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은 데이터를 잘 읽는 사람이었고, 또 사람들이 데이터를 통해 왜곡되지 않은 렌즈로 세상을 이해하기를 바랐던 사람이었다. 그가 만든 갭마인더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보면 시각화된 다양한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는데, 무엇보다 달러스트리트가 인상적이었다. (https://www.gapminder.org/dollar-street/)

  달러스트리트는 수입 규모에 따라 마주하는 일상의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한다. TV의 모금 광고에서나 접할 수 있는 안타까운 모습들은 분명 현실이지만, 전체 인구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 그런 삶에 놓여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수입의 규모에 따라 얼마나 삶의 모습이 달라지는지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스 로슬링은 가장 직관적인 '사진'으로 이 작업을 재구성했다. 50달러와 54달러 수입의 차이는 느낄 수 없지만, 1달러와 5달러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분석과 해석으로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적어도 현실을 왜곡하거나 오해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도 충분히 크다. 그 때문에 누군가의 입맛에 맞도록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정하거나 발췌해 사용하는 일에 크게 분노하고 이의를 제기한다. '팩트풀니스'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라는 한스 로슬링의 이야기에 더 놀라고 격하게 공감했던 건 데이터 분석가로서 나는 정말 이 모든 본능에서 자유로웠는지 되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내가 하는 일은 '세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좁고 구체적인 범위(아마도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와 이 도메인) 안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난 저자의 조언을 되새겨 이 영역 안에서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이 현실을 오해하지 않도록 스스로 더 경계할 것이다. 세계가 생각보다 긍정적이라는 점을 보지 못하게 하는 10개의 잘못된 본능을 부순 것처럼, 많은 위기의 신호들 사이에서도 우리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순간들을 찾을 것이다. 사실에 충실해서, with Factfu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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