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샛별 Dec 06. 2021

나의 또 다른 처음

내 목소리로 읽는 내 이야기, 오디오 콘텐츠


    올해는 참 많은 '처음'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유독 12월이 반갑다.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하고 보람 가득할 것 같아서다. 미리 세웠던 계획을 이뤄낸 성취감도 있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들 덕분에 내가 머릿속으로 채색하던 것보다 더 다채로웠다. 덕분에 코로나 19로 인해 1년 이상 이어지는 집콕 생활이 전혀, 정말 하나도 아쉽지 않을 만큼 즐거웠던 1년이다. 그중 하나의 '처음'이었던 오디오 콘텐츠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고백하자면, 늘 새로운 콘텐츠를 꿈꿨다. 


    독립출판으로 평생 꿈이었던 '책 출판'을 현실로 만든 후엔 영상이나 음성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내 책 <잔이 비었는데요> 중 하나의 에피소드가 웹드라마로 제작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영상 콘텐츠의 원작자가 되기도 했다. (그때의 이야기는 "꿈이 간지럽히는 순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음성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사실 나라는 사람은 음성이나 영상보다는 문자로 된 콘텐츠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업무적인 영역이든 사적인 것이든 내 목소리로 내 이야기를 하는 걸 꿈꿨다. 내년 정도의 목표 중 하나로 생각해두었다. 여러 큰 계획을 앞두고 있는 올해에 넣기에는 규모가 큰 일처럼 느껴져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미소가 맴돈다. 내년에나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일을 올해 할 수 있었으니까. 그것도 꽤 좋은 기회를 통해서였고, 앞으로를 계속 기약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었다. 



시작은 달랐지만,


    올해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는데 브런치를 통해 한 제안을 받았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직무 관련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OZIC에서 멘토를 제안해주셨다. 파트리더를 맡게 되고, 함께 일할 데이터 분석가를 계속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직무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던 중이라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원래 도전을 망설이는 편도 아니거니와, 정리의 기회만으로도 의미 있는데 오디오 콘텐츠라니! 데이터 분석가로 일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내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이 일에 대해 더 고민하고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간혹 DM 등으로 직무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늘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답해왔었고 보람도 있었다. 그때의 뿌듯함을 떠올려보면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10페이지 이상 분량의 질문지를 전달받았다. 평소에 이미 생각이 잘 정리된 질문도 있었지만, 낯선 질문도 많았다. 작성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사라는 큰 일을 치르며 계절도 두 차례나 지났다.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섞여있고, 회사생활 경험도 서로 다를 사람들에게 모두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했다. 특히 내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일반화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글로 쓴 초안을 완성하고 몇 차례 수정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조직에는 데이터 분석가가 꽤 많이 합류했다. 새로운 동료들을 맞아 서로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멘토링 콘텐츠의 작성 경험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10년 이상 해왔던, 여전히 즐겁고 앞으로도 즐기며 하고 싶은 일을 담은 목소리가 필요한 분들에게 잘 쓰이기를 바란다. 한편, 실제로 OZIC의 멘토링 콘텐츠에 앞서 녹음하고 공개한 나의 첫 오디오 콘텐츠는 따로 있었다.



나의 또 다른 처음


    오디오 에세이 플랫폼 나디오와 함께 한 오디오 에세이가 내 목소리로 만들어진 나의 첫 음성 콘텐츠다. 나디오는 오디오북 출판 클래스를 알리는 SNS 광고로 처음 알게 되었다. 내년쯤 음성 콘텐츠를 목표로 하게 된다면 참여해보려고 저장해둔 덕분에 때때로 광고 피드에서 소식을 볼 수 있었다. 때때로 나디오에서는 특정 주제를 두고 오디오 에세이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마침 "집콕 생활"이 주제였던 이른 가을의 공모전에 참여해봤다. 주제에 맞는 글을 쓰고, 직접 내가 낭독한 걸 녹음해서 보냈지만 큰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특별상을 받아 오디오 콘텐츠 제작의 기회가 생겼다. 부상으로 보이스 코칭 기회도 얻었는데 다른 큰 상품들보다 내심 더 관심이 있었던 터라 기뻤다. 


    녹음을 일주일 앞두고 받은 보이스 코칭은 그 자체로도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사실 이것 역시도 나의 또 다른 처음이었다. 첫 오디오 콘텐츠 녹음을 위해 보이스 코칭이라는 또 다른 첫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았다. 에세이를 읽는 낭독에서 주의할 점이나 기초적인 부분을 짧은 시간이지만 알차게 배웠다. 실제 녹음할 에세이를 읽어볼 때는 전반적으로 칭찬을 많이 해주셨지만, 내가 고민하던 부분에 대해 조언을 받을 수 있었고 교정 효과도 느꼈다. 보이스 코칭 덕분이었을까,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던 날에도 거의 NG 없이 진행되었다. 올해 초 공중파 TV에 출연하면서 스튜디오 녹화를 경험한데 이어, 스튜디오 녹음까지 하게 된 것이 신기했다. <잔이 비었는데요>가 나왔을 때 표지의 내 이름이 신기했던 것처럼, 녹음의 마지막에 '오디오 작가 장샛별'을 말하는 순간이 조금 떨렸다. 




    녹음이 끝나고 몇 주 뒤에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내 목소리로 읽은 나의 이야기가 나디오를 통해 공개됐다. 책이 나왔을 때 책날개의 소개글을 내가 써놓고도 여러 차례 들춰봤듯이, 나디오에 올라온 내 소개도 몇 번이나 눌러본다. 작가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오디오 작가는 여전히 더 낯설다. 그 낯선 기분은 어색함보다는 설렘을 더 닮았기에 이런 '처음'들이 좋다. 계획한 것이든 예상외의 일이든 처음이 이어지던 올 한 해가 좋았다. 매년 새로운 나의 처음을 만나는 것이 기대된다. 한 해가 지나는 게 그래서 아쉽지 않은 걸까. 또 다른 처음이 기다릴 테니까.




https://nadio.co.kr/series/87


작가의 이전글 2021년 상반기 독서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