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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샵, 여전히 ‘베팅’할 만한가?

Conduit Commerce의 전략에서 배우는 소셜커머스의 미래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틱톡숍(TikTok Shop)은 2년 전 미국에 상륙하며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었다. 당시 대규모 할인과 공격적 프로모션은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나며 초기의 ‘버즈’는 차츰 잦아들었다. 그러나 조용한 열풍 속에서도, 이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소셜 쇼핑’의 가능성에 미래를 걸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번 주 스텔스 모드에서 모습을 드러낸 Conduit Commerce다.


소셜커머스로 이동하는 ‘창고형 유통’

Conduit Commerce는 유통·도매업체들이 개별 소비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B2B2C형 플랫폼이다. 전통적인 창고형 도매업은 여전히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같은 구식 시스템에 의존해 상품·재고 데이터를 외부에 원활히 공유하지 못한다. 반면 Conduit는 API 기반 연결을 통해 Shopify와 같은 온라인 스토어, 나아가 틱톡숍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쉽게 연동할 수 있게 한다.

즉, “재고 관리에는 강하지만,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하는 데는 약한” 도매업체들의 약점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Conduit는 이미 5억 달러 이상의 거래를 중개했으며, 유니버설뮤직그룹·Alliance Entertainment 등 대형 유통사와 협력하고 있다.


Wally 인수와 TikTok 진출

이번에 Conduit가 인수한 Wally는 크리에이터와 리테일러가 틱톡 앱 안에서 바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스토어프런트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영상에서 제품을 보고 외부 웹사이트로 이동해야 했다면, 이제는 앱 안에서 구매 전환을 즉시 일으킬 수 있는 쇼핑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곧 틱톡숍이 가진 인플루언서·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와 결합할 때 강력한 바이럴 커머스 구조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Conduit의 고객들 중 다수가 틱톡을 새로운 판매 채널로 요청했고, 이를 통해 K-뷰티, 피클볼 용품, 소형 전자제품, 게이밍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소셜커머스 전환의 압박

Conduit의 공동 창업자 로한 샤(Rohan Shah)는 이렇게 말한다.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의 수많은 상점들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기존 모델을 고수하다 경쟁에서 밀려나든지, 아니면 변화에 적응하든지.”

이는 단순히 소셜미디어에서의 유행을 따라가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콘텐츠에서 바로 구매하는 ‘제로 클릭 커머스(Zero-Click Commerce)’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브랜드와 유통업체가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신호다.


TikTok의 다음 수: AI 광고 자동화

흥미로운 점은 TikTok 자체도 커머스 효율화를 위한 강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9월부터는 광고주가 ‘GMV Max’라는 AI 기반 광고 툴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 툴은 예산·상품 특성을 분석해 어떤 광고를 집행할지 자동으로 결정, 광고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다만 일부 광고주들은 “알고리즘에 광고 집행을 완전히 맡겨도 될까?”라는 우려를 표한다.

즉, 틱톡숍은 판매 경험뿐 아니라 광고와 유통의 전 과정을 데이터·AI 기반으로 통합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브랜드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

틱톡숍은 K-브랜드에 있어 이미 중요한 글로벌 확장 채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K-뷰티, K-푸드, K-라이프스타일 제품군은 틱톡의 ‘짧고 임팩트 있는’ 콘텐츠 소비 성향과 높은 적합도를 가진다.

유통사와 협업: Conduit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면 전통적인 도매·창고 모델에서도 글로벌 소비자 직판(Direct-to-Consumer) 전환이 가능하다.

인플루언서 연계: 틱톡의 어필리에이트 및 숏폼 바이럴 구조는 한국 브랜드에게 빠른 글로벌 확산 경로를 제공한다.

AI 광고 활용: GMV Max 같은 알고리즘 도구는 리스크도 있지만, 초기 진입 브랜드에는 효율적인 실험장이 될 수 있다.


‘적응’이 아닌 ‘선제적 활용’의 시대

틱톡숍과 같은 소셜커머스 플랫폼은 단순히 또 하나의 판매 채널이 아니라,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 지점이다. Conduit Commerce의 전략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소비자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기존 모델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소비 여정에 선제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틱톡숍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낮고 성장 잠재력이 큰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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