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ntforce’가 보여준 교훈
2025년은 세일즈포스(Salesforce)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가 “절대적인 AI의 해”라고 선언하며, 자사 AI 제품인 Agentforce를 전면에 내세운 해였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지금, 화려한 선언과는 달리 Agentforce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객사들은 여전히 도입을 주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세일즈포스가 직면한 도전과 실패 요인을 짚어보고, AI 시대에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시사점을 정리한다.
베니오프는 Agentforce를 마치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작동할 수 있는 “쉽고 빠른” AI로 소개했다. 그러나 내부 기술팀 ‘Well-Architected’는 고객들에게 “광범위한 준비와 복잡한 설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CEO의 메시지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결과적으로 해당 팀은 해체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팀의 주장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실제로 많은 기업 고객들은 도입 과정의 복잡성과 AI 정확성 부족 때문에 Agentforce를 망설였다.
즉, 세일즈포스의 최대 약점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내부 기대 관리와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불일치였다.
1. 낮은 도입률
세일즈포스 고객사 15만 개 중 5% 미만만 유료로 Agentforce를 사용하고 있다.
절반 이상은 아직 테스트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본격적인 확산이 더디다.
2. 비용 구조와 정확성 한계
초기에는 대화당 $2를 과금했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두 배였다.
또한 고객 서비스 테스트 과정에서 AI ‘환각(hallucination)’ 문제가 빈번히 발생해 기업들이 핵심 업무에 적용하기를 꺼렸다.
3. 치열한 경쟁 환경
기존 강자: SAP, Oracle, IBM, Microsoft, AWS 등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
신흥 강자: Sierra, Decagon 등 스타트업이 고객 서비스·세일즈 자동화 영역을 정조준.
기업 고객들은 이제 한 공급자에게 올인하기보다 다양한 옵션을 비교·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많은 직원들이 ChatGPT 같은 범용 AI를 즐겨 쓰지만, 기업의 관점에서는 ROI(투자 대비 수익)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 이상 결정을 미룬다.
대기업일수록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 보호, 내부 시스템 통합 문제 때문에 AI 도입 속도가 늦다.
반면, 스타트업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AI 기반 프로세스를 더 빠르게 흡수한다.
즉, 조직의 규모와 구조적 유연성이 AI 도입 속도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가격 인하: 대량 사용 고객에게 할인 제공.
데이터 역량 강화: 8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베이스 기업 인수.
내부 활용 시범: 세일즈포스 자체 영업과 고객 대응 업무에 Agentforce를 적극 활용.
또한,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해체했던 Well-Architected 프로그램을 부활시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도입 경험과 서비스 설계 자체가 성공의 열쇠임을 보여준다.
투자자에게: 세일즈포스의 AI 전략은 아직 ‘증명 단계’에 있으며, 기대를 과도하게 부풀리기보다 “언더 프라미스, 오버 딜리버(Under-promise, Over-deliver)”가 필요하다.
고객에게: 단순한 ‘플러그인’ 수준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개편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어야만 AI가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장 전체에: AI 시대의 엔터프라이즈 경쟁은 기술력뿐 아니라, 신뢰·가격·통합성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판가름 난다.
세일즈포스 사례는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AI 도입은 단순 자동화가 아닌 전사적 변화 관리다. 데이터, 보안, 인력 교육까지 포함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ROI 명확화: “멋있다”는 이유로 AI를 도입하면 실패한다. 비용 절감·매출 증대·고객 경험 개선 등 명확한 성과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파트너십 전략: 단일 솔루션 의존보다, 스타트업·대기업 솔루션을 조합해 맞춤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베니오프는 Agentforce를 “쉽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AI는 기업의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재정의하는 복잡하고도 전략적인 여정이다.
세일즈포스의 경험은 모든 기업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기대보다 실행: 과대광고보다 현실적인 도입 전략이 중요하다.
기술보다 경험: 고객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설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빠른 도입보다 확실한 통합: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운다.
2025년, AI는 더 이상 “쉽고 빠른 마법”이 아니라, 신중한 투자와 장기적 변화 관리가 요구되는 전략적 선택임이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