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 패권의 새 국면
2025년은 기술과 플랫폼 산업에서 ‘거대 거래(Big Deal)’가 연이어 터져 나오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엔비디아가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직후,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 협상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얼핏 다른 카테고리의 뉴스처럼 보이지만, 두 사건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본질적 맥락에서 맞닿아 있다.
올해 초 오픈AI는 최대 50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된 Stargate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실제 진척은 더디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된 이번 딜은 엔비디아가 직접 오픈AI에 자금을 투자하고, 동시에 자사 GPU 칩을 ‘수요 보장’ 형식으로 납품하는 형태다.
규모와 의미 엔비디아의 투자 규모는 최대 1000억 달러. 이는 엔비디아가 현재 보유한 현금(570억 달러)을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향후 1년간 창출될 예상 현금흐름(970억 달러)을 감안하면 무리 없는 ‘장기 베팅’이다. 이는 단순한 고객-공급자 관계를 넘어 동반자 모델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배경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트업(Groq 등)까지 자체 칩 개발 및 AI 인프라 확장에 나서면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최근 CoreWeave, Lambda 같은 신생 클라우드 기업에도 자금을 투자하며 ‘자사 칩 기반 생태계’를 넓혀 왔다. 이번 오픈AI 딜은 그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이다.
투자자 반응 흥미롭게도 시장은 긍정적이다.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5% 가까이 상승했다. 칩 수요를 장기적으로 확보했다는 안도감이 반영된 것이다.
요약하면, 엔비디아는 “고객이면서 파트너인 오픈AI”라는 이중적 위치를 활용해 경쟁 구도 속에서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오픈AI 입장에서도 이번 딜은 반가운 소식이다. AI 훈련·배포를 위한 연산 자원 부족은 그간 최대의 제약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빅딜’이 얼마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다.
Stargate 프로젝트 사례처럼, 오픈AI의 대형 발표는 종종 속도 조절 혹은 무산된 전례가 있다.
이번 LOI(Letter of Intent, 의향서)도 아직 확정적 계약이 아니며, 일부에서는 PR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오픈AI는 이번 딜로 단기적 자금과 인프라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실질적 서비스 확장과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 구축이 뒤따라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같은 시기, 글로벌 플랫폼 경쟁의 또 다른 사례로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안이 부상하고 있다.
프로젝트 텍사스의 연장선 틱톡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오라클과 협력해 미국 사용자 데이터 보안과 알고리즘 훈련을 분리 관리하는 ‘프로젝트 텍사스’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본사 바이트댄스의 소유 구조가 정치적 리스크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매각의 핵심 바이트댄스의 소유권을 제거하고, 미국 중심의 이사회와 관리 구조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데이터 보안 체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누가 소유하느냐’라는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는 단순한 M&A가 아니라, 지정학적 경쟁 속 플랫폼의 생존 전략을 보여준다. 틱톡 내부에서도 “몇 년 전 이 조건으로 합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엔비디아-오픈AI의 투자 제휴와 틱톡 매각안은 성격은 다르지만, 다음과 같은 공통된 메시지를 준다.
기술 패권은 자본과 인프라 확보의 싸움 칩과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전쟁에서 ‘돈을 주고 고객을 붙잡는’ 방식까지 동원되는 상황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플랫폼은 규제·지정학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틱톡 사례처럼 기술적 문제보다 ‘누가 통제하느냐’가 더 큰 의제가 되고 있다.
거대 발표와 실제 실행의 괴리 오픈AI의 Stargate, 틱톡의 프로젝트 텍사스 모두 발표 당시에는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실행력이야말로 장기적 신뢰의 관건이다.
2025년의 두 사건은 글로벌 기술·미디어 기업이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 경쟁을 넘어, 자본·인프라·정치라는 복합적 게임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마케터와 비즈니스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추세를 좇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거대 거래가 소비자 경험·산업 생태계·규제 환경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를 읽어내는 통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