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커머스’의 힘
브랜드 마케팅은 이제 단순한 인지 차원을 넘어 구매로 직결되는 창의적 경험 설계로 확장되고 있다. 오레오(Oreo)는 최근 크로거(Kroger) 매장 앞 횡단보도를 거대한 쿠키로 변신시키며,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실험을 선보였다.
이번 ‘Oreo Walks’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매장에 들어가기 전, 쇼핑 모드로 전환되는 순간을 겨냥했다. 횡단보도의 흰색 줄무늬는 오레오의 크림, 검은 아스팔트는 쿠키 면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되었고, 주변에는 오레오를 베어 먹는 일러스트가 더해졌다.
여기에 QR 코드를 스캔하면 크로거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별 쿠폰이 제공된다. 단순히 시선을 끄는 것을 넘어, 구매 행동으로 이어지는 전환 장치를 심어둔 셈이다.
오레오 모기업인 몬델레즈(Mondelēz)의 옴니채널 액티베이션 디렉터 카를리 케르라키안(Carly Kerlakian)은 이번 캠페인이 “쿠키 진열대에 들르지 않을 소비자까지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오레오가 펼쳐온 ‘크리에이티브 커머스(Creative Commerce)’ 전략의 연장선이다. 과거 VML과 협업해 햄버거 메뉴 아이콘이나 바코드 디자인을 오레오 이미지와 연결했던 실험에 이어,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직접적으로 브랜드 경험과 구매 유인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또한 QR 쿠폰 제공 시 이름과 이메일을 입력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오레오 입장에서는 퍼스트 파티 데이터 확보라는 추가 성과까지 얻는다.
이번 실험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미국 내 소비 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가운데, 몬델레즈의 북미 매출은 2025년 2분기에 전년 대비 3.5% 하락했다. 특히 CEO는 “비스킷 시장에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당분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오레오는 단순히 광고비를 늘리기보다 “소비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즉시 구매로 연결시키는” 전술을 택한 것이다. 즉, 소비자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시대에 작은 즐거움(Little Treat)을 강조하며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적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오레오는 이번 크리에이티브를 단순한 ‘길거리 마케팅’이 아닌 디자인 진화 과정의 일부로 강조한다. 미니멀하면서도 위트 있는 시각 요소는 브랜드가 최근 몇 년간 구축해온 “재미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또한, 올해 초 선보였던 오디오 기반 웹게임(복잡한 ‘O’와 ‘RE’ 조합을 제한 시간 안에 발음하는 게임)처럼,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구매로 연결하는 시도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오레오의 횡단보도 캠페인은 단순히 재미있는 설치물이 아니라, 소비자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순간을 브랜드 경험으로 바꿔내는 전략적 장치다.
제가 보는 핵심은 세 가지다:
경험 → 구매 전환: 광고와 판촉을 분리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와 커머스를 하나의 경험 안에 통합했다.
데이터 자산화: QR 스캔을 통해 단순한 할인 제공을 넘어,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축적했다.
위축된 소비 심리 공략: 경기 불안 속에서도 소비자가 쉽게 허락할 수 있는 ‘작은 사치’를 자극, ‘Impulse Buy(충동구매)’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했다.
결국 이 캠페인은 “소비자의 이동 동선을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커머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브랜드들도 단순 노출 중심의 옥외광고를 넘어, 이렇게 구매 전환과 데이터 수집까지 연결되는 오프라인 경험 설계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