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더반과 실버레이크
테크 산업과 금융계를 관통하는 이번 주의 헤드라인은 분명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가 아님에도 가장 주목받아야 할 인물 중 하나는 실버레이크(Silver Lake) 공동 CEO 에곤 더반(Egon Durban) 입니다.
실버레이크는 최근 미국 정부 주도의 틱톡 매각 협상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미디어·테크 판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반이 주도한 이 움직임은 단순 투자 참여를 넘어, “정치-테크-자본”이 교차하는 복잡한 지점에서 딜을 성사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실버레이크는 비디오게임 거인 EA(Electronic Arts)의 500억 달러 규모 인수를 추진 중입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중 하나가 될 전망으로, 전통적 사모펀드 업계가 당면한 ‘현금 환수 압박’과 ‘세대교체’의 지루한 리듬을 단숨에 뒤흔드는 행보입니다.
더반은 2019년 공동 CEO에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카이프(Skype)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해 대규모 수익을 올린 거래입니다. 이후 그는 웨이모(Waymo), 아부다비 AI 기업 G42, UFC·WWE 모회사 엔데버(Endeavor) 등 굵직한 이사회를 맡으며, 테크·엔터테인먼트·AI가 교차하는 글로벌 보드룸의 핵심 인물로 자리잡았습니다.
또한 실버레이크는 팬데믹 시기에 에어비앤비(Airbnb)에 과감히 투자해 성공적으로 회수했고, VM웨어를 브로드컴에 매각하며 막대한 차익을 남겼습니다. 반대로, 제로금리 시대의 ‘거품 스타트업’에는 소규모만 참여해 타 사모펀드들이 겪은 손실을 피해갔습니다. 더반이 밝힌 대로, “비규모·수동적·소수 지분 성장 투자”를 과감히 정리한 것이 주효했던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더반의 낮은 대외적 프로필입니다. 오늘날 많은 투자자들이 팟캐스트에 출연하거나 개인 브랜드를 키우는 데 열을 올리지만, 그는 상대적으로 조용함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틱톡과 EA 같은 메가딜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이용자를 직간접적으로 바꿔놓을 사건입니다. 이제 그의 이름을 모를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에곤 더반은 단순한 자본가가 아니라 테크와 문화, 글로벌 정치까지 아우르는 차세대 사모펀드 리더십의 상징입니다. 전통적 PE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지금, 그는 과감한 방향 전환과 메가딜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버레이크와 더반이 만들어낼 서사는, 테크 기업의 미래뿐 아니라 투자자의 역할 자체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