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드를 쓰는 시대, 인간 개발자는 어디로 향하는가
“우리가 커서(Cursor)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샌프란시스코의 AI 스타트업 믹서스(Mixus)에서 두 명의 엔지니어가 내린 결단이다.
회사 방침은 분명했다. 최신 AI 코딩툴 ‘커서(Cursor)’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라는 것. 하지만 이 두 개발자는 그 명령을 거부했다. 결과는 해고였다.
믹서스의 공동창업자 샤이 맥지모프(Shai Magzimof)는 이들을 “자존심에 사로잡힌 고집쟁이들”이라 불렀다. “AI에게 코드를 맡기라 했을 뿐인데, 그걸 못 받아들이더군요.” 이 작은 사건은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균열을 상징한다.
AI 코딩툴의 확산이 불러온 ‘커서 저항(Cursor Resistance)’— 즉, 인간 개발자들이 기술적 효율성보다 존재의 이유를 지키려는 본능적 저항이다.
OpenAI, Anthropic, 그리고 커서(Cusor)의 개발사 애니스피어(Anysphere)는
지난 1년간 AI 코딩 혁명을 이끌며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신흥 세력으로 떠올랐다.
커서의 기업 가치는 1년 만에 12배 상승해 300억 달러에 달했고,
Microsoft, Google, Salesforce의 CEO들은
“이제 우리 회사의 코드 중 20~50%는 AI가 작성한다”고 자랑한다.
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9월이면 모든 신규 코드의 90%를 AI가 쓸 것”이라 선언하기도 했다.
스타트업들도 열광했다.
핀테크 기업 램프(Ramp)는 ‘AI 코딩 리더보드’를 만들어
직원들이 얼마나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활용했는지 순위를 매긴다.
AI로 더 많은 코드를 ‘생산’하는 게 곧 성과로 연결되는 시대다.
하지만 이 ‘속도’와 ‘효율’의 서사에는 한 가지 불편한 균열이 있다.
코드의 양은 늘었지만, 질(quality) 은 그대로일까?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 —
‘인간 개발자’의 역할은 무엇으로 남게 될까?
램프의 여름 인턴십은 그 균열을 여실히 보여줬다.
인턴들에게 AI 코딩툴 사용을 적극 장려한 결과,
그들의 매니저들은 곧 불만을 터뜨렸다.
“너무 많은 AI 슬롭(AI Slop) 을 쓰고 있다.”
AI가 만들어낸 ‘느슨한 코드’는 표면적으로는 잘 돌아가지만,
디버깅이 어렵고, 에러가 누적되면 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주니어 엔지니어들은 AI의 답을 검증할 능력이 부족해
결국 문제를 더 키운다.
한 로보틱스 스타트업의 사례는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AI를 활용한 대학생 인턴이 남긴 코드를
다른 개발자들이 이해하고 고치는 데 무려 두 달이 걸렸다.
“그냥 숙련된 개발자를 한 명 더 뽑는 게 나았을 겁니다.”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많은 시니어 개발자들은 AI 코딩툴을
단순히 “아직 미완성의 기술”로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 도구는 존재의 위협이다.
MIT 출신의 연구자 라민 하사니(Ramin Hasani)는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커널(kernel)’ 코드를 예로 든다.
“이 영역은 한 줄의 코드가 성능 전체를 좌우합니다.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미 인간보다 빠르고 저렴한 코더를 원한다.
코드를 쓰는 일 자체가 더 이상 ‘창의적 노동’이 아니라 ‘자동화 가능한 작업’ 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CEO는 이렇게 말했다.
“AI는 이제 코딩의 엑셀(Excel) 이 될 거예요.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대체될 수 있죠.”
물론 AI 코딩은 비개발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 로보틱스 기업 덱스터리티(Dexterity)의 프로덕트 매니저들은 AI를 활용해 고객용 시뮬레이션을 직접 만들고 이 덕분에 영업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즉, AI는 개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코드를 말로 쓰는 능력”을 부여한다. 이것이 바로 AI 코딩이 만들어낸 민주화(democratization) 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민주화가 곧 전문가의 존재 이유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Palo Alto의 스타트업 ‘어그먼트 코드(Augment Code)’의 공동창업자
이고르 오스트롭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엔지니어들이 작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AI가 훌륭한 코드를 쓸 수 있다면, 인간인 나는 어떤 가치를 증명해야 할까?’”
AI가 코드를 잘 쓰는 시대에 인간은 더 이상 ‘손으로 치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문맥 이해력, 창의적 연결, 직관적 판단은 여전히 모델이 흉내 내기 힘든 영역이다.
커서가 아무리 빠르게 코드를 짜도,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를 묻는 것은 아직 인간의 몫이다.
AI가 만들어주는 효율 속에서,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 생각하는 코더인가, 아니면 커서가 남긴 코드의 관리자인가?”
AI 코딩툴의 확산은 단순한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노동의 본질과 창의의 정의를 다시 쓰는 움직임이다. 커서 저항은 퇴보가 아니라, 인간이 기술과 함께 ‘존재 이유’를 다시 설계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