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럭셔리
2016년, 당시 21살의 카리나 차즈(Carina Chaz)가 론칭한 Dedcool은 이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그녀의 첫 향수 Taunt는 90달러로 출시되었고, 지금까지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향수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Dedcool은 럭셔리의 문턱을 낮추되 품질은 유지했다. 바니스(Barneys) 같은 고급 백화점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럭셔리’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결국 2022년 세포라(Sephora) 입점으로 메인스트림 시장에 안착했다.
그 후 9년 사이, 향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Circana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 출시된 신규 향수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100달러 이하의 가격대로 포지셔닝한 브랜드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2024년 6월, 션 네프(Shaun Neff)가 론칭한 Noyz는 울타 뷰티(Ulta Beauty)에 85달러 가격의 향수 4종으로 진입했다. 과장된 광고와 클래식한 이미지 대신, ‘쿨함과 실험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CEO 말레나 히게라(Malena Higuera)는 “향수 산업의 고정관념을 깨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Noyz는 퍼퓸계의 거장 제롬 에피네트(Jérôme Epinette)의 조향을 통해 ‘고급 향수의 퀄리티를 합리적 가격에’ 구현하며, 젊은 소비자들이 향을 자유롭게 실험하도록 장려한다.
이 흐름은 Phlur, Snif, Boy Smells, Lore 같은 신생 브랜드로 이어졌다.
Phlur는 99달러의 가격으로 세련된 향수를 선보이며, 3년 만에 13종의 라인업으로 성장했다.
Snif는 65달러의 ‘매스티지(Masstige)’ 포지션으로, 고급 향료를 사용한 합리적 향수를 내세운다. 그들의 인기 제품 ‘Hot Cakes’는 팬케이크 향의 구르망(gourmand) 향수로, 울타 뷰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Boy Smells는 98달러에서 78달러로 가격을 낮추며, 컬러풀하고 젠지 감성의 패키징으로 리브랜딩했다.
한편, Lore는 Youth To The People 공동창립자와 Milk Makeup의 공동창립자가 합작한 브랜드로, 88달러의 ‘로에베 감성 병 디자인’으로 런칭해 주목받았다.
Dedcool의 창립자 카리나 차즈는 “이제 향수는 특별한 날을 위한 사치품이 아니라, 매일의 자기 표현을 위한 패션 아이템이 됐다”고 말한다. 향은 이제 옷처럼 ‘오늘의 기분을 입는 행위’가 된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소셜미디어, 특히 PerfumeTok이 있다. 향수 전문 팟캐스트 Perfume Room의 진행자 엠마 버논(Emma Vernon)은 “틱톡이 향수 취향의 민주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바카라 루즈처럼 500달러대의 초고가 향수가 ‘명품의 상징’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비슷한 향을 80달러 이하로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소비자들은 합리적 향수로 회귀하고 있다.
가치 소비(Value-Driven Choice) —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품질과 가격의 균형을 찾는다.
자기 표현(Self-Expression) — 향이 패션처럼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변화.
소셜미디어 영향력 — 향에 대한 정보, 리뷰, 추천이 즉시 확산되며 소비 장벽이 낮아짐.
새로운 럭셔리 정의 — ‘비싸야 좋은 향수’라는 공식을 깨고, ‘합리적이지만 감각적인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
향수 시장의 세대교체는 단순한 가격 전략이 아니다.
Dedcool, Noyz, Snif 같은 브랜드는 “럭셔리의 본질은 독창성과 감각, 그리고 접근성에 있다”는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다.
오늘날의 향수 소비자는 더 이상 ‘명품 로고’를 좇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만의 향을 찾아 나서며, 향수를 자기 브랜드의 연장선으로 사용한다. 결국, 100달러 이하 향수의 붐은 ‘향수의 민주화’이자 새로운 세대의 럭셔리 혁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