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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에서 콘텐츠 허브로

H&M이 패션위크를 360도 콘텐츠 전략으로 바꾼 방법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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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를 ‘콘텐츠 플랫폼’으로 재해석하다

패션위크의 첫날 밤, 런던 중심가 스트랜드(180 Studios)에서 열린 H&M의 대형 쇼 ‘The London Issue’는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었다.
이번 행사는 H&M이 패션 브랜드에서 ‘콘텐츠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H&M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요르겐 안데르손(Jörgen Andersson)은 이번 프로젝트를 “살아있는 매거진(living magazine)”으로 정의했다.
이는 곧, 런웨이를 하나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활용해 브랜드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공간·음악·영상·인플루언서·미디어 등 모든 접점에서 통합적으로 구현하려는 전략이었다.

즉, ‘쇼’ 그 자체보다 그 쇼를 둘러싼 모든 콘텐츠 경험—무대 뒤의 메이킹, 아티스트 협업, 라이브 퍼포먼스, 소셜 콘텐츠—가 H&M의 핵심 메시지로 작동했다.


‘The London Issue’: 도시를 매개로 한 문화 브랜딩

이번 컬렉션은 ‘런던’이라는 도시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플랫폼 180과 협업한 H&M은 런던 특유의 반항적이고 실험적인 감성을 중심으로, 무질서 속의 창조를 시각화했다.

무대는 붉은 런웨이, 도시 스카이라인 영상, 즉흥적인 음악, 그리고 모델들의 자유로운 동선이 어우러진 하나의 ‘문화적 축제’였다.
8시 45분, 쇼가 늦게 시작되는 것조차 런던의 ‘예측 불가한 에너지’로 해석될 만큼, 이벤트는 도시의 리듬과 감정선을 그대로 담았다.

이러한 콘셉트는 H&M이 글로벌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로컬 감성(Local Identity)을 강하게 입히려는 시도였다. 즉, “H&M이 사랑하는 런던(H&M loves London)”이 아닌, “H&M이 런던처럼 존재한다”는 새로운 브랜딩 선언이었다.


컬렉션 이상의 서사: ‘3막 구조’로 완성된 브랜드 스토리텔링

쇼는 단순한 패션 컬렉션이 아닌, 하나의 서사적 경험으로 기획됐다.

Act 1. Studio Line: 구조적인 테일러링과 오버사이즈 니트, 그리고 디스코 감성으로 시작해 브랜드의 정제된 이미지를 보여줬다.

Act 2. AW25 Collection: 플래드 스커트, 워시드 데님, 인조 퍼 힐 등으로 구성된 자유로운 스트리트 무드가 이어졌다.

Act 3. London’s Rebellious Soul: 가죽 수트, 레이스 바디수트, 타이룩 등 90년대식 반항과 유머로 마무리됐다.

런웨이의 주인공이 된 로미오 베컴, 리라 모스, 팔로마 엘세서 등의 캐스팅은 브랜드 메시지를 한층 강화했다.
‘글로벌 스타 + 로컬 감성’이라는 H&M의 이중적 아이덴티티가 자연스럽게 시각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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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감정: 로라 영(Lola Young)의 공연이 만든 ‘진짜 순간’

모든 패션쇼에는 ‘하이라이트 순간’이 있다면, 이번엔 음악이 그것이었다.
뮤지션 로라 영은 자신의 히트곡 “d£aler”과 “Messy”를 부르며 LED 미로 사이를 걸었다.
모델들이 그녀의 노래에 맞춰 춤추고 관객이 호흡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런웨이 연출을 넘어, 브랜드 감정선의 클라이맥스를 형성했다.

이는 곧 “패션을 보여주는 것에서,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의 전환이자, 패션위크를 ‘몰입형 공연 콘텐츠’로 재정의한 사례였다.


‘패션위크 콘텐츠화’: H&M의 360도 확장 전략

이날의 런웨이는 단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H&M의 연간 콘텐츠 허브로 확장되는 출발점이었다.

H&M은 런던 패션위크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360도 콘텐츠 전략을 전개했다:

1. 실시간 소셜 라이브

TikTok, Instagram Reels에서 백스테이지·퍼포먼스 생중계

2. ‘The London Issue’ 캠페인 페이지

Vogue·Dazed 등 주요 미디어와 협업해 쇼룸/스토리 콘텐츠 배포

3. 아티스트 협업 콘텐츠

로라 영, 알렉스 콘사니 등과의 인터뷰·리캡 영상

4. 오프라인-온라인 연계 리테일

쇼 다음날부터 컬렉션 상품이 앱 및 매장 동시 론칭

5. UGC 중심 커뮤니티 운영

#HMLondonIssue 해시태그 캠페인 전개

즉, 패션쇼는 단순히 ‘시각적 스펙터클’이 아닌, H&M이 한 해의 브랜드 내러티브를 촘촘히 엮어내는 콘텐츠 허브 역할을 수행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새 공식:

“Show less clothes, tell more stories”

과거의 런웨이는 옷을 보여주는 자리였다면, 이제의 런웨이는 스토리와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무대다.

H&M의 이번 전략은 그 전환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패션=콘텐츠’의 시대에서 단순히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을 중심으로 음악·도시·사람·감정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며,
글로벌 브랜드가 어떻게 ‘로컬 문화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브랜드 경험의 총체화가 곧 콘텐츠 전략이다

H&M의 ‘The London Issue’는 런웨이를 넘은 콘텐츠 실험이자, 브랜드가 미디어처럼 움직이는 시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패션쇼”는 하루 밤의 이벤트지만,
“콘텐츠”는 그 경험을 기록하고, 확장하고, 재생산한다.

결국 오늘날의 브랜드는 ‘무엇을 입히는가’보다 ‘무엇을 느끼게 하는가’로 기억된다.
그리고 H&M은 이번 런던 패션위크에서, 그 감정의 언어를 완벽히 해석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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