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광고 시대’에 미디어 플래닝이 더 어려워졌다

광고 매출은 또 성장했다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광고 시장은 늘 “불확실하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2025년은 그 불확실함이 유난히 컸던 해였습니다. 관세 이슈를 포함한 지정학적 변수, 경기 둔화 우려, 플랫폼 규제 리스크까지. 그런데도 결과는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WPP Media(구 GroupM)의 연례 미디어 리포트와, 리포트 저자이자 WPP Media 글로벌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총괄인 Kate Scott-Dawkins의 코멘트를 종합하면 2025년 글로벌 광고 매출은 8.8% 성장했습니다. 중간 업데이트에서 6% 수준으로 낮췄던 전망보다 훨씬 높고, 12개월 전(7.7%) 예측보다도 높습니다.

요약하면: 시장은 흔들렸는데, 광고는 더 깊게 ‘경제의 중심’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1) 2025년 광고가 “예상보다” 자란 3가지 이유

리포트가 제시하는 성장 동력은 크게 3개입니다.

(1) AI 붐은 ‘광고 성장 엔진’이 됐다

AI는 단순히 크리에이티브 자동화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Scott-Dawkins는 AI가 광고 매출을 키우는 경로를 3중 구조로 설명합니다.

GDP 성장 촉진 → 기업 성장 → 마케팅 투자 확대

효율 개선(운영비 절감) → 절감분의 재투자(마케팅 포함)

새로운 산업/카테고리 탄생 → 경쟁 심화 → 광고 수요 증가

즉, AI는 “광고를 더 싸게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광고가 더 필요해지는 경제”를 만드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2) 광고주는 ‘불확실성에 적응하는 근육’을 키웠다

예전에는 외부 충격이 오면 캠페인을 멈추고,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마케터들은 멈췄다 다시 켜는 비용이 더 크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불확실성을 전제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그게 시장 회복력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입니다.


(3) 광고는 더 이상 ‘부수 기능’이 아니라 ‘핵심 산업’이다

광고 매출이 점점 소수의 거대 플랫폼에 집중되는 흐름은 이미 익숙하죠. 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광고 판매자이면서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들입니다. 리포트의 표현을 빌리면, 광고는 이제 세계 경제의 “드럼 비트”처럼 계속 울립니다. 흔들려도 완전히 멈추지 않습니다.


2) 돈은 어디로 가나: “디지털 83.7%”의 의미

2026년에는 광고비의 83.7%가 디지털 채널로 간다고 리포트는 전망합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디지털 우세’가 아니라 미디어 플래닝의 기본값이 바뀌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변화는 아래 3가지입니다.


(1) 검색의 재상승: 전체 매출에서 21.4%

‘검색’은 오래된 채널처럼 보이지만, AI 시대에 다시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탐색 방식이 “검색창 → 답”에서 “AI 요약/추천 → 행동”으로 변할수록, 검색은 더 상단 퍼널이자 더 강력한 상업 신호가 됩니다.


(2) 소셜은 여전히 확장 중: 2025년 12.8% 성장, 4,130억 달러

소셜은 단순 노출 채널이 아니라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가 한 몸이 된 구조로 계속 확장합니다. 리포트는 소셜이 전체 광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34.8% → 2025년 36.1%**로 커졌다고 짚습니다.


(3) 커머스 미디어가 TV를 추월: 15.6%(1,782억 달러)

가장 상징적인 변화입니다. 커머스 미디어가 처음으로 TV를 넘어섰다는 건 “브랜딩 vs 세일즈”의 구분이 약해지고, 구매 데이터가 있는 곳이 광고 예산을 흡수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커머스 미디어 안에서도 여행 미디어가 22.9% 성장(33억 달러)처럼 새로운 세부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죠.

반면 TV는 전체 비중이 2025년 14.6% → 2026년 13.9%(전망)로 내려갑니다. 다만 TV 내부에서는 스트리밍의 비중이 계속 커집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TV가 사라진다기보다, TV의 ‘형태’가 갈라지고 있습니다.


3) ‘AI 광고 시대’의 진짜 문제: 예측과 측정이 더 어려워진다

광고비가 늘어도 마케터가 편해지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측정과 예측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WPP는 이번 리포트 공개와 함께 ‘The Future of Advertising Intelligence’라는 연구 스트림을 예고합니다. AI가 바꿀 미래가 “한 가지”가 아니라 “멀티버스”처럼 여러 갈래로 펼쳐질 수 있으니, 그 가능성 자체를 다루겠다는 취지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 문장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AI 도구를 점점 더 자주, 더 깊게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사용이 어떻게 수익화(광고화)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리포트는 OpenAI(ChatGPT) 같은 AI 플레이어도 향후 광고 사업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언급하지만, 동시에 Netflix의 광고 도입 사례처럼 “시스템 구축과 광고주 관계 형성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적인 속도 문제도 함께 강조합니다.

즉, 앞으로의 미디어 환경은 이렇게 정의될 가능성이 큽니다.

노출은 늘어나는데, 기여도는 더 안 보이고

매체는 쪼개지는데, 예산은 몇 개 플랫폼으로 더 몰리고

자동화는 커지는데, 검증(Measurement)은 더 느려지는


4) 한국 브랜드(특히 글로벌 확장 중인 K-브랜드)가 가져갈 실행 포인트

마지막으로, 이 리포트가 주는 시사점을 “실행 언어”로 바꿔보면 아래 5가지로 정리됩니다.

1. 플랫폼 운영 역량 = 브랜드의 코어 역량
디지털 비중 83.7% 시대에는 ‘대행사에 맡기는 집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사 내에 플랫폼별 크리에이티브/데이터/커머스 운영 근육이 있어야 합니다.


2. 커머스 미디어를 “퍼포먼스 채널”로만 보면 늦는다
커머스 미디어는 구매데이터 기반이기 때문에, 이제는 브랜딩까지 흡수하는 상단 퍼널이 됩니다. “검색-리뷰-장바구니”까지 한 흐름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3. 소셜은 콘텐츠가 아니라 ‘유통’이다
소셜의 성장은 채널 성장이 아니라 소비자 여정의 재편입니다. 제품/브랜드 메시지를 “영상으로 만들기”보다, 영상이 구매로 연결되는 경로를 설계하는 쪽이 경쟁력이 됩니다.


4. ‘측정 가능한 것’에만 투자하면 성장 정체가 온다
AI 시대에는 측정이 오히려 더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브랜드 리프트, 검색량/소셜 언급량, 리테일 시그널처럼 다양한 지표를 조합해 “증거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5. 예측이 어려워질수록, 시나리오 플래닝이 답이다
한 번의 연간 플랜으로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분기 단위 가설-실험-재배분이 가능한 운영 체계를 전제로 플래닝해야 합니다.


광고 시장은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장은 “편한 성장”이 아닙니다. AI가 광고를 키우는 만큼, 미디어의 구조는 더 낯설어지고 측정은 더 어려워지는 성장입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플래너/바이어의 역할은 더 중요해집니다. 이제 미디어는 단순히 “어디에 집행할까”가 아니라, “AI가 재편한 소비자의 탐색-신뢰-구매 흐름을 어떻게 설계할까”의 문제가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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