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다시 “재미”와 “개성”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
지난주 Instagram 피드가 ‘타임캡슐’처럼 느껴졌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10년 전 사진이 쏟아지면서 함께 소환된 건 그 시절 메이크업 코드였죠. 팔레트 런칭은 이벤트였고, 각진 브로우는 “on fleek”의 상징이었고, 컨투어·하이라이터는 ‘과감하게’가 기본값이었습니다.
그런데 2016 이후 뷰티는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노메이크업 메이크업”, “클린 걸” 같은 말이 시대의 미학을 정의했고, 그 흐름은 꽤 오래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2026을 앞둔 지금,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핵심은 하나예요. 사람들이 다시 “재미”와 “개성”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
컨설턴트이자 크리에이터인 Rachel Lowenstein은 클린 걸 미학을 “자기표현이 빠진 쇼핑 리스트”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Rhode, Saie, Merit 같은 브랜드들이 ‘정돈된 자연스러움’을 대중화하면서, 미학이 점점 표준화됐습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나만의 룩”은 희미해졌죠.
여기에 WGSN이 2026 트렌드 키워드로 꼽은 “Unserious Everything(진지하지 않은 모든 것)”이 겹칩니다. 꾸밈이 다시 ‘놀이터’가 되는 흐름, 즉 룰보다 재미가 우선인 분위기가 온다는 신호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배경은 2016년의 플랫폼 변화입니다. 그해 Instagram이 피드를 시간순에서 알고리즘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알고리즘이 좋아할 것’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룩도 비슷했습니다. 플랫폼이 선호하는 얼굴, 선호하는 톤, 선호하는 질감이 생겼고 사람들은 그걸 “따라 하면 안전한 정답”이라고 느꼈죠.
하지만 지금은 반대의 욕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덜 연기하고, 더 나답게.” 그래서 2026의 복귀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획일화에 대한 반동”으로 읽혀요.
이번 변화가 흥미로운 건, 업계가 “2016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게 아니라 당시의 에너지를 2026 문법으로 번역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2016년의 대표 제품인 Shape Tape를 10주년 캠페인으로 다시 꺼내며 “메이크업은 재미있고, 표현적이고, 약간은 뻔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둡니다. 데이터 회사 Circana의 수치가 언급될 만큼, 이 제품은 여전히 강력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도 포인트예요.
2025년 9월 론칭한 그의 브랜드는 선명한 컬러 팔레트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예상과 달리 강렬한 색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특히 Sephora에서 레드 립이 다시 강하게 반응하는 흐름은 상징적이죠. 그는 Selena Gomez의 Golden Globes 룩에 사용한 레드 컬러가 품절될 정도라고 언급하며, “유행은 원형처럼 돈다”고 말합니다. 다만 Jodie Comer처럼 미니멀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기에, 완전 회귀는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팔레트 시대의 상징이었던 Modern Renaissance Palette의 기억을 가진 브랜드는 ‘클린 걸’이 자기 DNA와 맞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대신 지금은 “눈이 다시 부활할 타이밍”이라 보고, 스틱 섀도우처럼 간편하지만 임팩트 있는 제품으로 다리를 놓습니다. 결론은 동일합니다. “피부는 예전처럼 두껍게 돌아가지 않더라도, 포인트는 다시 강해진다.”
정리하면 2026은 “두껍게 돌아가는 해”가 아니라, 조용함에서 벗어나 ‘선택적 과감함’이 강해지는 해에 가깝습니다.
Eye Renaissance: 눈이 다시 대화의 중심이 된다(스틱·컬러·그래픽 포인트).
Wearable Bold: ‘과감하지만 일상 가능한’ 하이브리드(풀페이스가 아닌 포인트 중심).
Individualism: 클린 걸의 유니폼에서 벗어나, 취향 기반으로 갈라지는 룩(같은 제품도 각자 다르게 쓰는 시대).
이 변화는 단지 “진한 메이크업이 유행한다”가 아니라, 표현 욕구가 시장을 다시 움직인다는 신호입니다.
제품 전략: 스틱/팔레트/립처럼 “표현을 쉽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 강해집니다. 핵심은 난이도 낮은 아트(=초보도 ‘성공하는’ 과감함).
콘텐츠 전략: ‘정답 룩 튜토리얼’보다 변주 가능한 룩 포맷이 반응합니다. 예: 한 제품으로 5가지 룩, 같은 컬러로 다른 무드, “나만의 버전” 챌린지.
커뮤니티 전략: 2016식 “아티스트리 대회/참여형 콘텐츠”가 다시 유효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브랜드가 억지로 복고를 흉내 내면 ‘크린지’가 되기 쉬우니, 그 시절의 형식을 복사하지 말고 ‘에너지’만 가져오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2026의 메이크업은 2016의 재현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몇 년간 ‘깔끔함’이 제공했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다시 나를 드러내는 재미로 이동하는 흐름입니다.
모두가 같은 교복을 입는 하이틴을 지나, 각자 취향대로 옷을 고르는 시기로 넘어가는 것처럼요. 이제 뷰티는 다시 묻기 시작합니다.
“예쁘게”보다, “나답게”는 어떤 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