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마케팅 플랜은 허구다”

2026년, 계획을 다시 정의하는 법

어느덧 2026년도 2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마케팅을 둘러싼 공기는 한마디로 “확실한 게 없다”에 가깝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 불확실성, 플랫폼 규칙의 급변이 겹치면서, ‘멀티이어 로드맵’은 더 이상 전략이라기보다 희망사항에 가까운 문서처럼 느껴집니다.

최근 The Drum의 예측 행사(런던)에서 HSBC, General Mills, Oracle Red Bull Racing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메시지도 같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1) 2026년의 계획: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 된다

① ‘70:30’이 ‘60:40’으로 바뀌는 이유

Nicole German(HSBC)은 원래 연간 70%는 사전 기획, 30%는 리액티브로 운영하던 공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에 따르면 Donald Trump 집권 이후 관세·세금 이슈가 연일 터지며 그 계획은 사실상 무력화됐고, 결국 60:40으로 더 ‘대기 예산/대기 리소스’를 키웠습니다.

핵심은 비율 자체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예외 상황’이 아니라 ‘상시 상태’가 됐다는 전제입니다.
이제는 “연간 계획 + 예외 대응”이 아니라 “상시 대응 가능한 엔진 + 연간 방향성”으로 바뀌는 거죠.


② 장기 플랜 대신 “월간 의사결정 루프”로 전환

Eileen Hanna(General Mills)은 3년 플랜도 “maybe”라고 말합니다. 대신 월간 리더십 체크인으로 다음 질문을 매달 반복합니다.

지금 무엇을 바꿔야 하지?

무엇을 더 가속해야 하지?

무엇에서 철수(디인베스트)해야 하지?

예전에는 “연 1회급”이었던 의사결정이 월 단위 운영으로 내려온 겁니다.
이 구조가 강력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변화의 속도에 의사결정이 뒤처지지 않게 해주니까요.


③ “로드맵”이 아니라 “결정 프레임”을 만든다

Caroline Buckland(Red Bull Racing)은 더 직설적입니다.

12~18개월 고정 계획은 점점 더 “픽션”

대신 브랜드 인텐트/우선순위/성장 야망은 고정

실행은 If X, then Y로 유연하게

즉, 미래를 “정답”으로 쓰는 게 아니라 상황별 분기표(의사결정 트리)로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2) 불확실성이 미디어 투자에 미치는 영향: “롱 vs 숏”이 아니라 “롱+숏의 재조합”

① 브랜드 예산을 지키려면 ‘교육’이 먼저다

General Mills는 예산 논쟁의 출발점을 브랜드 건강 지표 + 계량 모델(이코노메트릭)로 둡니다.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마케팅이 가장 먼저 잘리는 비용”이 되면 안 된다

ROI가 검증된 항목을 자르면 장기적으로 원하는 성과가 더 멀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하나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을 ‘감’이 아니라 ‘증거 기반 언어’로 번역하는 역량이 2026년의 생존 스킬이 됩니다.


② 유럽처럼 예산이 작은 시장일수록 “채널을 줄이는 용기”

Hanna는 “TV로 도달·빈도만 채우는 시대는 끝”이라고 말합니다. 예산이 크지 않으면 더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적게, 더 잘하는 것”

2026년의 KPI는 단순 인지도보다 연결(connection)

그 문장을 가장 잘 요약하는 한 줄이 이거죠.

“Awareness is not connection.”


③ 리테일 미디어의 재평가: ‘단기 성과’의 현실적인 해법

과거엔 “브랜드 자산을 깎는 채널”로 무시되던 리테일 미디어가, 데이터/정교화 덕분에 단기 임팩트 채널로 부상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완전 삭감 대신 단기 투자로 재배치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 됩니다.


④ B2B/B2C 구분 없이 “모바일 비디오 집착”이 기본값

HSBC는 채널 선택에서 “더 많이”가 아니라 “더 명확하게”를 강조합니다. 글에서는 Shanghai의 모바일/비디오 사용 행태를 예로 들며(모바일 사용과 비디오 소비가 매우 큰 비중), 모바일 비디오에서 이길 방법에 ‘과하게 집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리하면:

채널이 많아서 분산되는 순간, 실행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2026년엔 스케일 가능한 몇 개의 승부 채널이 더 중요하다


3) 한국 브랜드/마케터에게 바로 적용하면 좋은 2026 운영 원칙 6가지

연간 계획서는 “방향성 문서”로 축소하고, 운영은 월간 루프로 가져오기

예산 구조를 사전기획:대응예산 = 60:40 수준으로 재설계(업종에 맞게 조정)

“로드맵” 대신 의사결정 프레임(If X, then Y)을 문서화

브랜드 캠페인을 지키려면 브랜드 지표 + MMM/계량 모델로 ‘CFO 언어’를 준비

채널은 늘리기보다 1~2개 승부 채널에서 크리에이티브/빈도/리타게팅까지 완주

KPI는 “인지”보다 연결(경험·관련성·리텐션 신호) 중심으로 재정의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계획이 깨졌을 때 더 빨리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팀이 이긴다.”

불확실성은 이제 변수(리스크)가 아니라 기본값이 됐고, 그래서 연간/18개월 로드맵은 완성본이 아니라 방향만 잡아주는 초안이 됩니다. 대신 리더들이 붙잡는 건 세 가지예요.


1. 고정 로드맵이 아니라 ‘결정 프레임’
무슨 일이 생기면 무엇을 할지(If X, then Y)를 미리 정해두고, 실행은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2. 예산은 “장기 vs 단기”가 아니라 “장기 + 단기의 재조합”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되, 상황이 흔들릴수록 단기 성과 채널과 연결해 설득 가능한 형태로 재배치합니다. 중요한 건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덜 하고 더 정확하게 쓰는 것이죠.


3. 인지보다 연결(Connection)

도달과 노출만 쌓는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사람들이 왜 우리를 기억하고, 다시 찾게 되는가”를 만드는 경험과 관련성이 핵심이 됩니다.
Awareness는 숫자지만, Connection은 관계니까요.


그래서 2026년의 마케팅 전략은 멋진 장기 계획서가 아니라, 매달 점검하고, 빠르게 고치고, 덜 하지만 더 강하게 집행하는 ‘운영력’으로 증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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