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모델”이 아니라 “주주”가 된 10대들

Evereden이 Gen Alpha에게 ‘지분’을 건 이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관계는 꽤 단순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대가를 지불하고, 캠페인이 끝나면 관계도 종료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죠. 그런데 요즘 뷰티 시장에서는 그 공식을 과감히 뒤집는 실험이 늘고 있습니다.


키즈·틴 스킨케어 브랜드 에버이든(Evereden)이 공개한 ‘Generation E’ 프로그램은 그중에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례입니다. 14세, 15세, 17세의 Gen Alpha 크리에이터 3명에게 ‘지분(equity)’을 제공했습니다. 단순 앰배서더가 아니라, 회사의 미래에 참여하는 “공동 소유자”로 초대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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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지금, “지분”인가: 거래형 인플루언서 모델의 한계

에버이든 CEO 킴벌리 호(Kimberley Ho)는 “전통적인 셀럽 페이스”도, “모든 브랜드가 하는 단발성 유료 인플루언서”도 원치 않았다고 말합니다. 대신 Gen Alpha가 이미 신뢰하는 실제 목소리와 깊게 협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핵심은 여기입니다.

팔로워 수가 영향력의 전부가 아닌 시대

Gen Alpha에게 ‘영향력’은 ‘팔로워’보다 ‘신뢰’

그래서 브랜드는 “노출”을 사는 게 아니라 관계와 의사결정권을 설계해야 함

지분은 그 설계의 가장 강한 신호입니다.

“우리는 너를 ‘광고판’으로 쓰지 않는다. 함께 만든다.”

이 메시지는 Gen Alpha에게 특히 강하게 작동합니다.


2) Evereden의 타이밍이 좋은 이유: 리테일 확장 × 캠페인 런칭

에버이든은 2018년 베이비 제품으로 시작해, 고객 요청을 듣고 키즈·틴 카테고리로 확장해 왔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최근 세포라(Sephora) 온라인 입점(2025년 10월) 이후, 이제 미국 640개 전 매장으로 확대합니다.

즉, 지금 에버이든에게 필요한 건 단순 인지도가 아니라,

매장 확장 국면에서의 브랜드 정체성 고정

‘세포라 키즈’ 논쟁 속에서의 정당성(why us) 확보

매장 내에서 “어른 브랜드”와 경쟁할 차별적 신뢰 자산

이때 “Gen Alpha가 직접 브랜드의 한 축으로 들어왔다”는 스토리는, 리테일 스케일업에 필요한 설득 장치가 됩니다.


3) Gen Alpha가 원하는 건 “대표 얼굴”이 아니라 “좌석”이다

에버이든이 선택한 크리에이터는 1명이 아니라 3명입니다. 이 역시 전략적입니다. CEO는 “Gen Alpha는 하나의 ‘완벽한 얼굴’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즉, 이 캠페인은 “대표 모델”을 뽑는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현실감을 가진 ‘동시대 인물군’을 세팅하는 방식입니다.

Embreigh: 강한 친근감과 대중성

Madison: 에너지와 캐릭터성(기존 2년 협업)

Kaili: 탈모(alopecia) 경험을 통한 리얼 스킨 저니와 대표성

이 조합이 의미하는 건 뚜렷합니다.
Gen Alpha의 ‘자기표현’은 단일 서사가 아니라, 다중 정체성의 합이기 때문입니다.


4) “지분”의 진짜 목적: 콘텐츠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에버이든이 이 10대들을 단지 콘텐츠 생산자로 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제품 개발 조언

브랜드 보이스/톤 자문

커뮤니티 빌딩 참여

HQ 방문, 립오일 제작 과정 체험

LA 커뮤니티 이벤트 참여

일부 제품은 공동 개발까지

즉, ‘크리에이터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내부 파트너’로 역할이 확장됩니다.

지분 제공은 “보상”이라기보다, 이 구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거버넌스 장치입니다.
단발 광고비로는 얻기 어려운 “브랜드 내부의 현실감”을, 실제 사용자 세대에게서 끌어오는 방식이죠.


5) 마케터 관점에서의 시사점: “브리프”를 바꾸는 3가지 질문

이 사례를 한국 브랜드가 그대로 복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브리프의 질문 방식은 바꿔야 합니다.


(1) “누가 말하느냐”보다 “누가 결정하느냐”

이제 크리에이터는 ‘메시지 전달자’가 아니라 제품과 문화의 공동 설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건 돈만이 아니라, 결정권의 일부입니다.


(2) KPI를 “조회수”에서 “관계 지속성”으로

지분형/장기형 파트너십은 단기 효율보다

재구매

커뮤니티 잔존율

제품 개발 성공 확률

브랜드 신뢰도

같은 후행 지표에 강합니다. 측정 프레임도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합니다.


(3) “대표 모델 1명” 대신 “대표성 포트폴리오”

특히 Z·알파 타깃에서는 “완벽한 1명”보다 “진짜 같은 여러 명”이 브랜드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
캠페인도 캐스팅도 단일 아이콘 전략 → 집단 서사 전략으로 이동 중입니다.


6) 놓치면 위험한 포인트: 미성년자 파트너십의 ‘윤리·리스크’

이 모델이 강력한 만큼, 브랜드가 반드시 챙겨야 할 리스크도 있습니다.

미성년자 계약 구조(보호자 동의, 대리인 협상, 촬영/노출 가이드라인)

“지분”의 이해 교육(실제 사례에서도 크리에이터가 equity를 처음엔 몰랐다고 언급)

커뮤니티 반응 관리(상업화 논란, ‘세포라 키즈’ 비판과의 충돌)

장기 파트너십 종료 조건(평판 이슈/콘텐츠 논란 발생 시)

정리하면, 이건 단순 캠페인이 아니라 사람을 ‘브랜드 안’으로 들이는 인사/파트너십 설계에 가깝습니다. 법무·PR·브랜드가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Gen Alpha는 “광고”가 아니라 “참여”에 반응한다

Evereden의 실험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Gen Alpha에게 브랜드는 소비가 아니라 자기표현이며, 그래서 그들은 관객이 아니라 참가자(co-creator)가 되길 원한다.”

지분은 그 참가권을 가장 극단적으로 구현한 방식입니다.
이제 브랜드가 고민해야 할 질문은 “누가 우리 제품을 소개할까?”가 아니라,

“누가 우리 브랜드의 다음 장을 함께 쓸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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