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순간’을 설계하는 브랜드의 방식
많은 브랜드가 협업을 합니다.
하지만 모든 협업이 시장을 흔들지는 못합니다.
어떤 협업은 단지 “예쁜 한정판”으로 끝나고, 어떤 협업은 브랜드의 다음 성장 단계를 여는 전환점이 됩니다. SKIMS는 후자에 속합니다. 김 카다시안이 공동 창업한 SKIMS는 셰이프웨어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언더웨어·라운지웨어·맨즈·퍼포먼스 영역까지 넘나드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 매출은 7억5천만 달러로 추정됐고, 2023년 투자 라운드 당시 기업가치는 40억 달러, 2025년 11월에는 50억 달러 가치 평가를 받았습니다.
SKIMS는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카테고리를 확장할 때마다 그 확장 자체를 하나의 화제와 상징으로 만드는 브랜드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이 브랜드의 핵심은 “everyday essentials for every body”라는 문장에만 있지 않습니다. 진짜 강점은 그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반복 노출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SKIMS는 광고를 집행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새 타깃, 새 카테고리, 새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번역합니다. 그 결과 협업은 단순한 제품 출시가 아니라, 브랜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실제로 SKIMS의 고객 기반은 밀레니얼과 Z세대 비중이 높고, 반복 구매 지표 또한 강한 편으로 평가됩니다.
겉으로 보면 SKIMS의 협업은 명확합니다.
유명 브랜드와 손잡고 한정판 컬렉션을 내놓고, 희소성을 만들고, 소셜에서 폭발시키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SKIMS의 협업은 단순한 로고 교환이 아닙니다. 이 브랜드는 협업 상대의 자산을 빌리는 대신, 서로의 브랜드 문법을 재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FENDI x SKIMS는 럭셔리와 바디웨어의 경계를 허문 상징적인 사례였습니다. Fendi의 하이패션 코드 위에 SKIMS의 몸에 밀착되는 실루엣과 기능성을 얹으면서, “속옷 같은 기본 카테고리도 충분히 럭셔리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셰이프웨어 브랜드가 패션 대화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Dolce & Gabbana와의 협업도 같은 맥락입니다. 2024년 공개된 이 컬렉션은 이탈리아식 관능미와 SKIMS식 편안함을 결합하며, SKIMS가 더 이상 기능 중심의 이너웨어 브랜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다시 말해, 협업은 SKIMS에게 매출 증대 수단인 동시에 브랜드 포지셔닝 재정의 장치입니다.
SKIMS 협업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The North Face와의 협업입니다. 이 컬렉션은 겨울 퍼포먼스웨어와 SKIMS 특유의 바디 컨셔스한 실루엣, 절제된 컬러 팔레트를 결합했습니다. 즉, 단순히 “아웃도어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가 만났다” 수준이 아니라, 기능성과 미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새로운 사용 장면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 협업의 마케팅적 의미는 더 큽니다. SKIMS는 본래 실내, 일상, 언더레이어에 강한 브랜드였습니다. 반면 The North Face는 야외, 퍼포먼스, 아웃도어 정체성이 강합니다. 이 둘의 만남은 SKIMS가 소비자의 옷장 안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넓혀 준 사건이었습니다. “집에서 입는 편안한 옷”에서 “추운 계절의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브랜드”로 인식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죠. 실제로 WWD는 2024년 The North Face x SKIMS 협업이 공개 후 48시간 만에 540만 달러 규모의 미디어 임팩트 밸류를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협업이 단순 판매를 넘어 얼마나 강한 화제성과 earned media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SKIMS 협업에는 몇 가지 일관된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카테고리 확장을 협업으로 연착륙시킵니다.
브랜드가 혼자 새로운 영역에 들어가면 소비자는 종종 의문을 가집니다. “왜 갑자기 여기까지 하지?”라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뢰도 높은 파트너와 함께 들어가면 그 확장은 자연스러워집니다. SKIMS가 겨울웨어, 스포츠, 맨즈, 팀 유니폼 같은 영역으로 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 전략이 있습니다. SKIMS는 Team USA 컬렉션을 통해 국가대표 응원 굿즈와 라운지웨어를 연결했고, 이후 NBA·WNBA·USA Basketball의 공식 언더웨어 파트너십으로 남성 시장과 스포츠 문화 영역까지 빠르게 존재감을 넓혔습니다.
둘째, 협업을 브랜드 리프레이밍의 도구로 씁니다.
SKIMS는 종종 “보정 속옷 브랜드”로만 인식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하면 패션성이 강화되고, 스포츠 브랜드나 스포츠 조직과 손잡으면 퍼포먼스와 기능성이 강화됩니다. 이렇게 협업 상대에 따라 브랜드 해석의 폭이 넓어지면서 SKIMS는 하나의 카테고리 브랜드가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상황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형 브랜드가 됩니다. 2025년 나이키와 함께 발표한 NikeSKIMS 역시 여성 중심 스포츠웨어 영역에서 SKIMS의 확장 가능성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셋째, 협업을 “한정판 제품”이 아니라 “놓치면 안 되는 문화 이벤트”로 만듭니다.
지금 소비자는 제품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맥락, 장면, 참여감이 있어야 움직입니다. SKIMS는 드롭 중심 운영, 강한 비주얼, 셀럽 및 화제성 설계를 통해 협업을 하나의 인터넷 이벤트처럼 만듭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지금 가장 뜨거운 문화적 순간의 일부가 된다고 느끼게 됩니다.
SKIMS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포용성입니다. 이 브랜드는 초기부터 다양한 피부 톤, 체형, 사이즈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의 공백을 공략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메시지가 단순한 캠페인 카피로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품군, 착용 이미지, 사이트 구성, 사이즈 운영 전반이 그 방향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SKIMS 공식 사이트 역시 “solutions for every body”라는 문장을 전면에 두고, 여성뿐 아니라 맨즈와 각종 컬렉션을 폭넓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포용성은 협업 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왜냐하면 협업이 성공하려면 새로운 타깃이 “이 브랜드가 나와도 관련 있다”고 느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SKIMS는 이미 폭넓은 몸, 라이프스타일, 연령대에 열려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새로운 파트너와의 만남이 낯설지 않습니다. 결국 포용성은 브랜드 이미지 차원을 넘어, 확장 전략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구조적 자산인 셈입니다.
아시아에서 SKIMS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흔히 “김 카다시안이라는 셀러브리티 파워”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SKIMS는 아시아 소비자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첫째는 핏과 실루엣, 둘째는 소재와 편안함, 셋째는 소셜에서의 화제성입니다.
이미 SKIMS는 한국 원화 결제와 카카오 기반 체크아웃을 포함한 한국 로컬라이즈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국제 배송 안내에서도 한국을 지원합니다. 또한 공식 스토어 로케이터와 스탁리스트에는 홍콩의 Lane Crawford 같은 파트너가 포함돼 있으며, 2025년에는 Lane Crawford 상하이 타임스퀘어에서 “SKIMS Loves Shanghai” 팝업이 진행됐습니다. 이는 SKIMS가 아시아를 단순 해외 배송 시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지 접점과 경험 설계를 강화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기본템”조차 매우 높은 심미적 기준을 요구받습니다. 단순히 편한 옷이 아니라, 몸을 더 좋아 보이게 만들고, 레이어드했을 때도 세련되며, SNS에 올렸을 때도 촌스럽지 않아야 합니다. SKIMS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강합니다. 기능성 이너웨어의 언어를 패션의 언어로 번역해 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KIMS는 단지 속옷 브랜드가 아니라, ‘보여줘도 되는 이너웨어’, ‘한 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베이스웨어’로 인식됩니다. 이 관점은 한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같은 패션·뷰티 감도 높은 시장에서 특히 강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식적으로도 SKIMS는 한국 사이트를 운영 중이고, 홍콩 주요 럭셔리 리테일 채널과 연결돼 있습니다.
SKIMS 사례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이것입니다.
협업은 유명한 상대와 손잡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의 다음 장면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
많은 브랜드가 협업을 할 때 “누구와 하면 화제가 될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SKIMS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이 협업이 우리를 어떤 카테고리로 이동시킬까”, “어떤 새로운 고객에게 합리적인 진입 명분을 줄까”, “브랜드의 세계관을 더 넓게 해석하게 만들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그래서 SKIMS의 협업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 성장 로드맵의 일부처럼 보입니다.
한국 브랜드에도 시사점이 큽니다.
이제 협업은 단순한 컬래버 굿즈 제작이나 한정 패키지 출시로는 부족합니다. 소비자는 더 정교합니다. 그 협업이 왜 필요한지, 어떤 조합이었는지, 브랜드가 무엇을 새롭게 말하고 있는지를 봅니다. 결국 협업의 승패는 제품 디자인보다 브랜드 전략의 밀도에서 갈립니다.
SKIMS는 셰이프웨어를 파는 브랜드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협업을 통해 스스로를 계속 다시 정의하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FENDI와 만나 럭셔리를 입었고, The North Face와 만나 기능성을 입었으며, 스포츠 조직 및 Nike와의 연결을 통해 퍼포먼스와 확장성을 입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SKIMS는 매번 더 큰 시장으로 이동했고, 더 넓은 고객층을 흡수했습니다.
결국 SKIMS의 협업 전략이 마스터클래스로 평가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협업을 ‘콜라보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 진화의 엔진’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이미 아시아에서도 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SKIMS가 다음에 누구와 협업하느냐가 아닙니다.
그 협업을 통해 또 어떤 시장과 카테고리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