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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ie Coree Sep 30. 2024

쓴맛이 가장 치명적인 쑥은?

Q. 8 난이도 중

오늘의 성경 넌센스 퀴즈.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쑥은?


힌트.

이 '쑥'이라는 건 강물을 덮친 별의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운석의 이름이 쑥이었던 걸까요? 별이든 별똥별이든 과학사에서는 아직 보지 못한 이름 같습니다만...

그 쑥 때문에 인간 세상이 쑥대밭(!)으로 변모하는 걸 환상 속에서 봤다고 하죠. 누가요? ~이요. 아, 세례자 좐 말고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좐 얘기입니다.





요한계시록Revelation 8:10-11

10
 셋째 천사가 나팔을 불자, 큰 별이 횃불같이 활활 타면서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 별은 강의 삼분의 일과 샘들을 덮쳤습니다.
The third angel blew his trumpet, and a great star fell from heaven, blazing like a torch, and it fell on a third of the rivers and on the springs of water.

11
이 별의 이름은 쑥입니다. 물의 삼분의 일이 쓰게 변했고, 이 쓴 물을 마신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The name of the star is Wormwood. A third of the waters became wormwood, and many people died from the water, because it had been made bitter.


답:




요한 계시록의 쑥.




  이 계시록의 쑥이 체르노빌을 가리킨다는 설이 있지요. '체르노빌'의 뜻이 '쑥'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는 저도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직접적 피폭도 심각했지만 오염수와 그곳에 내린 비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물을 통한' 피해가 광범위하다는 사실 때문에도 신경이 쓰였고요.

  (2022년 조사 결과, 36년이 지났는데도 현장에서 치사량의 수십 배에 이르는 방사능이 검출된 곳도 있다는군요. 무시무시하여라...)


  혹자는 폭발 당시 거대한 원자로 뚜껑이 화염 속에 튕겨 올랐다가 떨어지는 걸 환상 속에서 봤다면 고대 사람에겐 별똥별 같은 걸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 것 같다는 둥, 코걸이 귀걸이 프리 사이즈 해설을 달기도 했습니다. 저는 '별' 하니까 체르노빌 사고가 있기 두어 달 전에 마침 지나갔던 핼리 혜성도 떠올랐고요. 우연이 겹치니 신기하지만, 관련성을 논리로 증명할 수 없는 한은 여전히 우연일 뿐이겠죠. (우연과 필연은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르지만요.) 이 셋째 천사 나팔 외의 나팔 사건들이 체르노빌 외에 이런 식으로 맞아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인지, 일단 합리적 추론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 듯합니다. 


  비교적 근년에 개정된 영어 성경들 중엔 'Wormwood' 대신에 그냥 '쓴맛Bitterness'라고 번역된 경우도 보이는데요. 1986년 이전에 나온 성경 중에도 다르게 번역된 게 있을지 모르고 과학적인 추측은 아니지만, 혹시 초르노빌(체르노빌) 때문에 논란이 많아져서 완곡하게 표현한 걸까, 하는 의문도 가져 봅니다. 그 지명이 붙은 건 그 지역에 체르노빌이라는 이름의 쑥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엄밀히 wormwood와는 다른 종류라는 지적도 있고요. 우리에게 익숙한 쑥떡, 쑥국 재료로 쓰이는 쑥mugwort과 어떻게 다른지 살짝 맛보고 싶네요. 물론 청정한 걸로.

  



  참고로 영화도 볼 만했습니다. <체르노빌 1986>.



  2011년에는 쑥의 별 기념 공원Wormwood Star Memorial Complex를 조성했나 봅니다. 나팔 부는 천사의 상이 보이는군요.

https://www.atlasobscura.com/places/angel-monument-chernobyl



위 링크 페이지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래 인용란의 내용을 간추리면요: 


  영어 성경에서 wormwood라고 번역된 명칭이 우크라이나어 및 러시아어 성경에서는 'polyn(*Полин/Полынь)'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wormwood보다 광범위한 쑥 종류 식물을 지칭하며 '초르노빌'도 polyn에 포함된다. 

   

  초르노빌의 선지자 엘리야 교회의 한 신부는 '원전 사고가 있기 10년 전, 많은 현지 주민들이 구름 위 성모 마리아의 형상을 목격했다. 성모께서 마른 쑥polyn, 즉 우리가 초르노빌이라고 부르는 그 쑥을 온동네에 뿌리시는 것이었다. 사고가 터진 몇년 뒤에야 그것이 계시였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While English-language Bibles translate this name as “wormwood” (Artemisia absinthium), in local Ukrainian and Russian Bibles the name of the star is “polyn” – a word which here is used interchangeably for numerous plants within the larger mugwort or Artemisia family. “Chornobyl” (the plant from which the town takes its name) is one such polyn. 

(...)

One of these believers was the rector of Chornobyl’s Church of the Prophet Elijah, Archimandrite Sergius, who also recalled an omen seen in the sky ten years before the disaster: “Many locals saw a cloud fall to the ground so that the outline of the figure of the Blessed Virgin Mary became clear on it… In her hands She held bunches of dry polyn, which we call chornobyl. The Mother of God dropped polyn over the town… Only years later, after the accident, did it become clear what this sign foreshadowed.”

  

  흠... 그 계시를 저도 볼 수 있었다면 전율이 일었을 텐데 말입니다.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이런 '가시적인 기록이 없어 후대 사람에게는 다소 억울하기도 한' 이야기는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방언 한 번 터지지 않는 저에겐 아직 미스터리일뿐입니다만... (가끔 제가 말해 놓고도 '아니 내가 이걸 말했다고?' 싶을 때는 그게 방언과 뭐 그리 다르겠나 싶기도 합니다. 딥페이크 시대에 가시적 기록이 무슨 큰 의미가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요.)

  설령 요한이 본 건 체르노빌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우리가 속한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어떤 힘이나 메커니즘에 의해 '리메이크, 응용, 오마주' 등으로 표현될 법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망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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