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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링jk Oct 18. 2021

니 고양이 니나 이쁘지

나도 고양이 있어 


‘나만 고양이 없어.’에서 

‘나’를 맡고 있던 나에게도 

고양이가 생겼다. 

누굴 만나면 

고양이 자랑하기가 바쁘다. 

누군간 주책맞은 나를 보면서 

‘니 고양이 지나 이쁘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 보리는 달라! 

정말 이쁘다고!



하며 팔불출 집사의 

흔한 과정을 겪어나가고 있다.      

일단 집에 붙어있게 되었다.

와식생활이 습관화 되어있어 

집에서는 전혀 

글을 쓰지 못한다.


억지로 글을 쓰러 

카페에 나가곤 했지만 

이젠 방에서도 

글을 쓰게 됐다.


옆에서 왔다리 갔다리 

자기만의 탐험을 떠나는

보리 한번 봤다가 

한 문장쓰고 하는 식이다. 

어쩌다 밖에 나가면 

가족톡에 3분간격으로

보리의 정황을 묻는다. 

그리고 밥 좀 챙겨주라며 

돌림노래를 불러댄다. 



저번엔 엄마가 

보리가 똥을 싸서

여기저기 발라놨는다는 말에 

십리길을 달려왔다.      

와서 보니 똥 싸서 

발라놓은게 아니라 

내가 배변패드에 싸라고 

일부러 묻혀 놓은걸 보고 

발라놨다고 했던 거였다.  

혹시 여린 살에 똥독이 

오르진 않을까

끌탕을 하면서 왔건만

천만 다행인 일이었다. 

    

아기 고양이는 체온조절에 

미숙하다고 하길래 

이부자리에 전기매트를 깔아주고, 

패트병에 따뜻한 

물을 넣어 껴안게 해주고. 

눈꼽 때문에 병원을 

두 번 다녀오고. 


똥 색깔이 너무 초록색이거나 

검은색이어서 전전긍긍하고 

왜 이렇게 우나, 

외로운 가 싶어서 

계속 끼고 자고.      

내 모든 일상의 초점은 

아기 고양이를 겨냥하고 있다. 


그렇게 내 모든 것이 된 

보리를 보며 

감성에 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래의 글은 조금 오글거리는 

문장들이 많이 써졌다.     

이 아기 고양이를 보면서 

감성에 젖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핑크 코, 핑크 시옷 입술, 

핑크 젤리를 가진 보리>     


보리는 생후 3일째 

눈도 제대로 못 뜬 아기 고양이였다. 

어미가 제대로 밥을 주지 않아 

짹짹 울다가 

살고자하는 의지 하나로 

짚단에서 뛰어내려 

주차장 한 가운데까지 

왔다가 구조되었다. 

형제들과 한데 뒤엉켜 

울고 젖을 먹으며

어미의 온기를 느껴야 하는 아기. 

그 아기가 어느날 나에게 왔다.      

아기 고양이는 간난쟁이 

만큼이나 손이 갔다. 


2-3시간 마다 

한번씩 분유를 타서 

먹여야 하고 

트림도 시켜줘야 한다.


나는 새벽 3시고 6시고 

아기가 삐약삐약 울기 시작하면 

일어나 분유를 먹이고 

배변유도를 시켜주었다.     


혼자 힘으로는 

오줌똥도 쌀 수 없어

수시로 항문을 톡톡 

두들겨 줘야한다. 

자신의 소중한 곳이 

자극당하는 이물감에 

배변유도를 시켜줄 때마다 

목청 돋궈 울며 바둥거렸다.      


살겠다고 젖병을 움켜쥐고 

쪽쪽 소리 내며 

분유를 빨아 당기는 

모습을 볼때면 

괜히 짠해서 눈물이 났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보살펴주고 

먹을 것을 주어 

생을 이어가게 해주는

사람이 나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아직 눈이 덜 트여 

이름을 부르면 맹한 표정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볼 때, 

울다가도 품에 안고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면

골골 거리며 잠이 쏟아져

내리는 눈을 볼 때 

매 순간 벅차오름에 울컥했다.

 

딸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시도때도 없이 우는 아빠들을

보면

왜 저래?

하는 마음이 들었었는데

이제 내가 그 심정이 되어 

아기 고양이를 보살피고 있다.      

지금 보리는 만 한 달을 채운,

네 발로 뛸 수도 있는 당당한

아기 고양이가 되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바닥에서 아직 어정쩡한 자세로 

네 발을 덜덜 떨며 후들후들 

걷던 이젠 자기 힘으로 

상자에서 뛰어내린다.      

깨물면 미끌한 잇몸이 느껴져서

느낌이 어딘가 웃겼는데

지금은 이빨이 오도도 솟아

깨물면 제법 아프다. 



이빨이 나는게 가려운지

귀, 목덜미, 손가락 할 것 없이

입에 닿는 모든 것을 깨무는 힘이 

아프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단단한 이빨로 까드득

소리를 내며 사료를 잘게 

부수어 먹을 수 있게 되겠지. 

사료를 먹으면 땅콩같은 단단한 

똥도 싸대겠지.      

지금처럼 항상 곁에서 

돌보지 않아도 

혼자 힘으로 

밥을 먹고 물도 먹고 

높은 곳에도 올라가고 

움직이는 것을 보며 사냥 포즈를

취하기도 하겠지.      

누가 옆에 없어도 짹짹 울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워나가겠지.      

아주 작은 덩어리에서 

점점 자라나 

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모습, 



또 그렇게 내 곁에 머물다 

떠나갈 존재. 

이별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아파온다. 

그전까지 해줄 수 있는 

모든 좋은 것을 해주고 

또 사랑을 주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내 마음속에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기 고양이 보리로 

남아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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