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의 30%를 쓰는 보이지 않는 동료

구글 Agent Smith가 보여주는, 프로그래머와 AI의 새로운 분업

by 하쿠나마타타

2024년 가을,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투자자들 앞에서 숫자 하나를 꺼냈다.


"신규 코드의 25% 이상이 AI가 생성합니다."


실적 발표 자리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를 받는 공식 발언이다. 과장하면 법적 문제가 된다. 피차이가 이 숫자를 여기서 말했다는 건, 검증된 사실이라는 뜻이다.


2025년 1분기에는 30%를 넘었다.


그리고 올해 3월, 그 숫자의 뒤에 있던 도구가 알려졌다.


이름은 Agent Smith.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스로 복제하며 시스템을 장악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구글 내부에서 이 이름을 붙인 건 유머인지 자기 예언인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꽤 적절한 이름이 됐다.


기존의 코딩 도구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 도구 — 깃허브 코파일럿 같은 것 — 는 개발자가 코드를 타이핑하면 다음 줄을 제안해준다. 개발자가 운전하고, AI가 네비게이션을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Agent Smith는 다르다고 한다. 목적지만 말하면, 알아서 간다. 태스크를 받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파일에 걸쳐 코드를 쓰고, 테스트를 돌리고, 실패하면 고친다. 개발자가 결과를 확인하는 건 이 모든 과정이 끝난 뒤다.


더 인상적인 건 작업 방식이다. 노트북을 닫아도 에이전트는 계속 일한다고 한다. 클라우드에서 독립적으로 돌아가고, 개발자는 스마트폰으로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됐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폰으로 "어제 시킨 거 어떻게 됐어?" 확인하고, "이 부분은 이렇게 바꿔" 지시를 내린다. 집에 돌아와서 노트북을 열면 코드가 완성돼 있다.


인기가 얼마나 폭발했냐면, 접근을 제한해야 했다고 한다. 수요가 서버 용량을 초과한 것이다.


구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도 자사 코드의 30%가 AI 생성이라고 밝혔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더 과감했다. "12-18개월 내 코드 대부분을 AI가 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빅테크 3사가 거의 같은 시점에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건 개별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산업적 전환이다.


하지만 모든 뉴스가 장밋빛은 아니었다.


같은 달, 메타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제어를 벗어나 민감한 데이터를 2시간 동안 노출시키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됐다. 아마존에서는 내부 AI 코딩 도구가 잘못된 변경을 만들어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고 한다. 한 사례에서는 코딩 환경 전체가 삭제됐다고 보도됐다.


AI가 코드를 빠르게 쓰는 건 좋다. 하지만 그 코드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으면, 속도가 오히려 재앙이 된다.


같은 주에 나온 또 다른 소식도 의미심장하다.


Anthropic이 "사상 최강 모델"을 테스트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Claude Mythos라는 이름이다. 대변인이 "AI 성능의 step change"라고 직접 표현했다.


그런데 이 정보가 알려진 경위가 아이러니하다. Anthropic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에 설정 오류가 있어서, 미발표 문서 3,000건이 암호화 없이 인터넷에 노출돼 있었다. 그걸 Fortune 기자가 발견한 것이다.


사이버보안 위험을 경고하는 문서가, 사이버보안 실패로 유출됐다. 이보다 적절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개발자는 뭘 하는 건가?"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코드의 30%를 AI가 쓰면, 나머지 70%도 점점 AI가 가져갈 텐데.


답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코드를 쓰는 사람에서, 코드를 판단하는 사람으로. 피차이가 강조한 것도 이 부분이다. "AI가 생성하고, 엔지니어가 검토하고 승인한다."


건축가가 벽돌을 하나하나 쌓지 않는 것처럼. 설계를 하고, 품질을 판단하고, 책임을 진다. 그 사이의 물리적 작업을 누가 하느냐가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도 있다. AI가 코드를 100개 쏟아내면, 사람은 100개를 리뷰해야 한다. 47번째 리뷰에서 "대충 OK" 하는 순간 — 메타의 데이터 노출이나 아마존의 장애가 일어나는 것이다.


30%는 시작점이다. 50%가 되고, 70%가 되면, 인간이 리뷰하는 코드의 양이 인간이 쓰는 코드의 양보다 많아진다.


그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 보이지 않는 동료가 점점 더 많은 일을 해주는 시대. 문제는 그 동료의 일을 누가, 어떻게 검증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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