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모임에 책임까지 '무(無)'일 수는 없습니다
"AI 시대라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아서, 혹은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 용어들이 버거워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안개처럼 짙게 깔려 있었다.
도서관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나는 생각했다. '이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저 나 혼자 시대를 앞서간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었다. 서툰 첫걸음을 떼지 못해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내민 손이 되어 동기를 부여해 보자는 결심이 섰다.
그렇게 조심스레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한두 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은 두 달 만에 무려 100명이라는 규모로 불어났다. 그만큼 이 시대의 변화 앞에서 길을 잃고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었다.
온라인 채팅방에서 수많은 정보와 팁을 공유했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눈을 맞추며 대화해 보니 그들의 막연함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깊었다. 나는 이들이 두려움을 걷어내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단순히 툴(Tool) 사용법을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것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온전한 '재능 기부'의 마음으로.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나의 순수한 열정은 차갑게 식어가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모임의 규모가 커지면서 조금씩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료'라는 단어가 주는 가벼움이었다.
돈을 내지 않았으니 약속을 가볍게 여기고 당일 노쇼(No-show)를 내는 사람들은 예사였다. 무언가를 배우러 온 것이 아니라, 마치 식당에 온 손님처럼 "내가 왔으니 빨리 유용한 걸 내놓아라"는 식의 수동적이고 당당한 태도. 심지어 팔짱을 낀 채 내 지식의 깊이를 평가하려는 듯한 시선들까지.
그들은 무료(無料)라는 이름 뒤에, 책임마저 '없을 무(無)'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회의감이 밀려왔다.
'내가 대체 왜 나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가며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그냥 다 그만둬버릴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은 허탈함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임을 멈추려던 찰나, 문득 뒷자리에 앉아 서툴지만 진지한 눈빛으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몇몇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정말로 이 시간이, 그리고 나의 작은 안내가 간절한 사람들이었다.
무례한 다수 때문에 간절한 소수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었다.
생각의 방향을 틀기로 했다. 모임을 포기하는 대신, 내가 만든 이 귀한 시간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기로.
수동적인 사람들을 억지로 끌고 가는 대신, 정말로 이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이다. 비슷한 열정과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그룹을 재편하고, 내가 나누고자 하는 것들이 온전히 흡수될 수 있는 환경을 다시 설계해야겠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사람의 마음을 모으고 이끄는 일에 지름길은 없으니까. 하지만 애초에 쉬운 길이었다면 누구나 했을 테고, 내가 굳이 나설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다시, 기분 좋은 고민을 시작해 보려 한다.
공짜의 가벼움을 걷어내고, 진짜 성장의 무게를 견딜 준비가 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