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세안에 투자하는가 - 알리바바, 앤트파이낸셜
현재 아세안 스타트업 시장은 크게 세 개의 돈뭉치로 구성된다. 아세안 현지 자금, 미국 그리고 중국이다. 시나르마스 그룹(Sinarmas Group), 목타 리아디(Mochtar Riady), 골든 게이트 벤처스(Golden Gate Ventures) 등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대규모 자금은 토코피디아(Tokopedia), 그랩(Grab) 등 성공 사례를 낳으며 여타 아세안 현지 자금을 시장에 푸는 효과를 낳았다.
아세안 현지 대기업, VC 등을 제외하고 시장 초기부터 적극적인 사냥에 나선 이방인은 미국에 본사를 둔 500스타트업이다. 일찍이 아세안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두리안 펀드라는 이름을 붙여 자금을 풀었다. 2014년부터 두리안 펀드 시리즈를 이어가며, 두 번째 시리즈에선 5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아세안에 베팅했다. 이후 세콰이어 캐피털, Y콤비네이터도 아세안 중심의 펀드를 마련하며 아세안은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으로 입지를 굳혔다.
스타트업의 본고장이나 다름없는 미국의 아세안 현지에 관한 관심은 놀랍지 않다. 오히려, 흥미로운 건 중국이다. 대륙에서 J 커브를 그리며 성장한 경험을 그대로 아세안에 주입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2회에 걸쳐 아세안에 팔을 뻗는 중국 큰 손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인도네시아의 토코피디아, 고젝(Go-Jek), 트래블로카(Traveloka), 싱가포르의 라자다(Lazada), 그랩, SEA 등 아세안을 대표하는 유니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알리바바 그룹과 알리바바 금융서비스를 담당하는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 텐센트(Tencent), 징동닷컴(JD.com) 등 중국 자본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만 장악해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기업이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 상거래 분야에서 내수 시장을 거머쥠과 동시에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해 중국 시장 규모를 전 세계에 증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력이라는 장기를 활용해 결제 분야를 내부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핀테크 비즈니스로 확장했다. 알리페이를 구현한 앤트파이낸셜의 이야기다.
알리바바의 계산대 역할을 하는 앤트파이낸셜은 전자 결제부터 신용등급평가, 보험, 블록체인까지 저변을 넓히며 종합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더불어 모회사인 알리바바 못지않은 투자 능력으로 긍정적인 모자 관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6년 4월 12일 이미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며 아세안 6개 국가에 전자 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던 라자다를 당시까지 알리바바가 지급한 최고액으로 인수했다. 매출 성장세만큼이나 순손실도 증가하던 2016년 라자다의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과감한 결정이었다. 알리바바의 라자다에 대한 의지와 확신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또한, 라자다가 구축해둔 유통망과 창고 등 인프라를 활용하되 B2C, B2B, C2C 등 전자 상거래 관련 모든 비즈니스 형태를 궤도에 올린 알리바바의 노하우를 라자다에 심었다. 광군절 하루만으로도 44조 원 매출(2019년)을 견딜 수 있는 기술력을 가파른 성장에 챙기지 못했을 라자다 기술 부채 해소에 공급했고, 타오바오 콜렉션(타오바오의 제품을 라자다 웹사이트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등 양 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발굴해냈다. 그야말로 윈-윈이다. (알리바바의 라자다 인수 과정 및 상세한 당위는 다음 글을 참고하자.)
전자 상거래 비즈니스를 향한 알리바바의 의지는 멈추지 않는다. 2016년 라자다 인수 후 2017년, 2018년 연달아 토코피디아 대규모 투자 물결에 합류했다. 토코피디아는 신흥세력임에도 안방인 인도네시아에서 전통적인 절대강자 라자다를 턱 끝까지 추격한 상황이었다. 경쟁사에 투자한 셈이다. 다르게 해석하면 전자 상거래 전체 시장을 키우겠다는 선포다. 아세안 내 전자 상거래 매출 중 인도네시아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확실한 건 알리바바는 일관성 있는 투자를 하고 있다.
해외 직구 쇼핑이나 여행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신용카드 결제 후 발생한 수수료에 놀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자국 화폐가 아닌 달러 결제 등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팁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싱가포르 기업이 있다. M-DAQ는 국가 간 온라인 거래 비용을 줄이겠다는 미션을 품고 통화 변환 플랫폼을 제공한다. 앤트파이낸셜은 일찍이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고, 세계 최대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Mastercard) 결제 규모를 뛰어넘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앤트파이낸셜은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계산대를 만들어야 할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M-DAQ에 2015년 시리즈C 부터 2019년 11월 현재까지 지속적인 투자로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20% 이상으로 추정)
재화가 오가는 모든 곳엔 결제가 필요하다. 현물 화폐 거래가 사라져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거래 방법을 거머쥔다는 건 경제를 손에 넣는 것과 같다. 국내 기업들이 전쟁처럼 OO페이를 내놓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제 시장은 새로운 수단의 장점이 눈에 띄게 크지 않다면 소비자가 기존 수단을 유지하는 성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브랜드 인지도와 선점이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앤트파이낸셜의 투자&인수는 초기 단계(Early Stage) 참여에도 적극적이며, 가능하다면 알리페이 브랜드를 유지하는 방향을 고수한다. 라자다 인수 후에도 리 브랜딩 하지 않았던 알리바바와 다르다. 앤트파이낸셜은 라자다의 계산대 역할을 했던 헬로페이 인수 후 알리페이 싱가포르, 알리페이 말레이시아, 알리페이 인도네시아, 알리페이 필리핀 등 즉각적인 리 브랜딩에 착수했다.
또한, 2016년 태국 핀테크 기업 어센드머니, 2017년 필리핀 기업 민트에 투자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터치앤고와 손잡고 대중교통 결제 수단인 스마트카드를 보급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온,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전 세계 모든 통화가 알리페이를 통하도록 하겠다는 Alipay Universe를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다.
Big1. 유사 기업에 투자하는 ‘알리바바’와 DNA를 바꾸는 ‘앤트파이낸셜’
전자 상거래의 강자 알리바바. 그리고 알리바바의 계산대 역할을 하는 알리페이 운영사 앤트파이낸셜.
알리바바는 중국을 넘어서 글로벌 진출을 위해 아세안 전자 상거래 전문기업 라자다와 토코피디아 투자&인수·합병했다. 이후 피 투자사의 기반시설을 적극 활용함과 동시에 알리바바의 노하우를 제공하며 양사가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추진 중이다.
앤트파이낸셜은 아세안 지역의 핀테크 기업에 투자&인수·합병 후 피 투자사를 알리페이로 리 브랜딩하며 전 세계 모든 통화가 알리페이를 통하도록 하겠다는 Alipay Universe를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다.
이어 2회에서 Big2, 3인 텐센트와 징동닷컴(JD.com)에 대해 살펴보자..
이 글은 아비랩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