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유죄가 되는 나라
퀴어인컴퍼니 여섯 번째 인터뷰 날, 육군 A대위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사진 출처: 트위터 계정 동성애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Abolish92_65월 24일. 퀴어인컴퍼니 여섯 번째 인터뷰이인 제이슨 님과 인터뷰한 날, 육군 A대위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제이슨 님과의 인터뷰에 앞서 A대위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 개요
A대위는 휴가를 나가 애인과 사랑을 나눴다. 많은 군인이 A대위와 같이 휴가를 나가 애인과 사랑을 나눈다. 섹스를 한다. 하지만 A대위는 사랑의 대가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 이유는 A대위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다. 현행 군형법 제92조 6항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에 대해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이 대체 무슨 뜻일까? 아래는 A대위의 변호인인 김인숙 변호사와 경향신문의 인터뷰 중 일부이다.
“이 법은 강제로 성관계한 것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강제로 성행위하면 군형법상으로도 강간죄나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제92조의6은 합의 하에 성행위를 해도 처벌한다. 실제 군사재판에서는 항문성교뿐 아니라 구강성교나 유사성행위도 처벌한다. 법을 법 그대로 적용하면 대상이 ‘군인’이라고 돼 있으니 이성 간 항문성교를 해도 처벌받아야 한다. 실제 군사재판에서는 항문성교뿐 아니라 구강성교나 유사성행위도 처벌한다. 법을 법 그대로 적용하면 대상이 ‘군인’이라고 돼 있으니 이성 간 항문성교를 해도 처벌받아야 한다. 성관계를 상호 동의 하에 하면 결국 체위의 문제가 된다. 개인의 은밀한 성생활을 국가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어떤 체위는 되는데 다른 체위는 안 된다고 국가가 정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국가가 어느날 일반 국민을 잠자리에서 불러내 ‘당신들 체위 어떻게 했냐’ ‘구강성교를 했냐 안 했냐’ 묻는다면 어떻겠나. 잠깐만 생각해봐도 이 조항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 있다.”
A대위는 전역을 앞두고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항소할 경우 군인 신분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항소하지 않고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제이슨에게 군대에 다녀온 게이 당사자로서의 입장을 물었다.
A대위 사건이 있고 나서 ‘내가 A대위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숨이 턱 막히는 거예요. 그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몸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그런 일을 당해도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텐데, 전역을 앞두고 구속당해서 갇혀있는 상황이셨으니까요.
제이슨이 생각한 또 한 가지. 이때까지는 군형법 제92조 6항을 근거로 실제로 큰 처벌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는 핑계로 법이 유지됐다면, 이번 일로 인해서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법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제이슨은 A대위의 유죄 판결이 있기 전에 군형법 제92조 6항은 이미 폐지됐어야 했지만 아직 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진 출처: 트위터 계정 동성애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Abolish92_6같은 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군형법 제29조 6항을 삭제하는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 발의에는 김 의원 외 같은 당의 심상정·노회찬·이정미·추혜선·윤소하 의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권미혁,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의원이 함께했다.
이번에야말로 군형법 제29조 6항이 폐지되기를 바란다. 제2의, 제3의 A대위가 없는 한국 군대를 바란다.
앞으로의 연재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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