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3
핑! (자유롭게 용감하게 현명하게)
아니 카스티요 글,그림 │ 박소연 옮김
저희 아이는 6살 때 지금의 유치원으로 전원을 했어요. 새로운 유치원에 등원하게 될 2020년부터 아시다시피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는 바람에 약 3개월간 등원을 못했었죠. 그러고 나서 새 유치원에 아이가 등원했을 때, 가장 큰 걱정은 유치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였어요. 가뜩이나 낯설 텐데 마스크도 써야 하고, 놀이를 할 때도 친구들과 떨어져야 하고, 밥 먹을 때도 아크릴 판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면서 먹어야 하고. 이런 상황이지만 오늘 하루도 친구들과 즐겁게 잘 지내다 오라고 유치원 버스 뒤꽁무니를 보면서 기도해 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저녁밥을 먹다가 아이가 “유치원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내가 같이 놀자고 했는데, 친구가 놀기 싫다고 그랬어” 라면서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침착하게 “속상했겠구나, 그 친구는 왜 그랬을까?”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어요. “그 친구가 놀기 싫다고 해서 어떻게 했어?”라는 제 물음에 아이는 또 다시 해맑게 “그래서 다른 애랑 놀았어, 걔랑만 친구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라고 답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싱겁게 그 날의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걱정이 되었던 저는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친한 친구’ ‘(같은 반)친구’ 같이 가깝게 느끼는 정도가 생긴다고 생긴다고 하셨어요. 어떨 때는 구분 없이 함께 놀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특별히 더 좋다고 느끼는 친구만 놀고 싶기도 하게 된다고요. 친구가 ‘너랑 말고 얘랑 놀 거야’라고 했을 때, 그것이 ‘싫다’는 표현은 아닌데 본의 아니게 저희 아이는 상처를 받게 된 거죠. 그 점을 아이에게 인지시켜주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친하고, 안 친하고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저희 아이는 모든 친구가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모든 친구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는데, 어떤 친구 입장에서는 그 스스럼없음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 ‘하, 정말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밀려듦과 동시에 사회 생활의 매운맛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일단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설명해주고자 했어요. 그러다가 이 보석 같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인간관계를 ‘핑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내가 ‘핑’했을 때 누군가가 ‘퐁’하고 받아주는 관계의 기본 원리를 귀엽게 표현했어요. 그러면서 때론 내가 기대한 ‘퐁’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줘요. 물론 이 ‘핑퐁’이 인간 관계에만 부합되는 것이 아니에요.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과가 그렇지 못할 때, 간절히 원했던 무언가를 얻지 못했을 때처럼 내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모든 상황에 이것을 대입해 볼 수 있을 거에요. 이런 상황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핑’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는 고마운 책입니다. 내 생각과 다른 ‘퐁’이 돌아올까 무서워서 ‘핑’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건 슬픈 일일 테니까요.
상대가 내 생각과 다르게 반응할 때 참 당황스럽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더라고요. 세상이 우리 마음처럼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어서요. 그럴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이 책의 부제는 <자유롭게 용감하게 현명하게> 입니다. 제가 우리 아이에게 바라는 3가지와 딱 부합되어서 놀랐어요. 자유롭게 표현하고, 용감하게 다가가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아이. 이렇게만 자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실패를 겪을 때, 상처 받을 때, 엄마한테 조르르 달려와 종알종알 얘기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때론 오버하며 아이의 편을 들어줄 수 있어서요. 그렇게 상처를 사랑으로 채워준다면 다시 ‘핑’을 할 용기도 생기겠죠? 새롭게 시작된 친구관계에서 고민이 생긴 아이들, 그리고 엄마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