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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씨앗 Jun 14. 2022

드디어 받았다, RAD 수료증

엄마의 발레일기13


 “띠링” 알람 소리에 쇼파에서 까무룩 잠들었던 낮잠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이 유난히 새벽부터 일어나서 지쳤던 하루라 집안일을 대충 마쳐놓고 쇼파에서 잠이 들었었다. 왠만한 알림은 무음으로 해두는 편이라 가까운 지인들 연락일텐데 뭐지? 하고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원장선생님! 오 뭐지? 메시지를 확인해보고 남아있던 잠 기운이 확 달아났다. 시험 준비했던 우리 모두가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메시지를 받은 것이 2월 18일. 11월 17일에 시험을 본 뒤 3개월만이었다. 연초에 시험결과가 나온다 해서 조금 긴장(?)하고 있었는데 연락이 없길래 ‘설마 떨어지지는 않았겠지’하고 기다리다 지쳐 거의 잊고 있었는데. 세상에! 자세한 성적은 수료증을 받은 이후에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합격 여부만. 아 그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지.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영국을 향해 절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영국에서 수료증이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한달 반 뒤였다.  2,3월 발레학원을 쉬었기 때문에 4월 초에야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빨간 파일 안에는 수료증 한 장과 디테일 성적표가 담겨있었다. 당장 열어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시험 메이트들과 간만에 만나 그간의 회포를 간단히 풀고 기념사진을 찍고 정신 없는 시간이 필요했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수료증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내가 받은 등급은 “Merit” 등급으로 “Standard Not Attained”, “Pass” 다음단계였다. 굳이 따지자면 “ 했음”? 가장 높은 등급인 “Distinction”(뛰어남)  단계 아래 등급이었다.  동작과 일부 센터 동작에서 중간 이상의 점수를 받았고, 댄스는 반타작 정도..?라고 간단히 적겠다. 총점은 58점으로 간신히 Merit 등급에 턱걸이를 했다. 대체 100점은 어떤자가 받는 겁니까 라는 생각, 그렇게 (망)했는데  점수라도 받은  어딘가 싶은 생각,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몸으로 하는 모든 활동, 시험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나였다. 지독하게 운동 신경이 없어 학창시절 체육 시험이란 시험은 전부 말아먹어 체육으로 평균 깎아먹었던 사람이 나야 나.. 어른이 되면서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Pass 만 받아도 감지덕지한 실력이겠거니 했는데 예상보다 나은 점수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 단계 시험도 도전해보라고 하셨지만 이것 이상은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랑스럽지 않은 점수지만) 빛나는 수료증을 받은 것으로 나의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 RAD 시험 준비기를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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