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무얼 할까? 티나 오지에비츠 글, 알렉산드라 자욘츠 그림
오늘은 감정을 표현하는 수업을 해보았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여러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슬픔, 화남, 행복처럼 비교적 떠올리기 쉬운 감정들을 이야기하더니 점점 복잡한 감정들에 대해서 술술 이야기하더군요. 독전활동으로 제시된 시트에 감정을 적고, 그 감정에 대한 나의 느낌과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표정이나 아이콘 말고 오로지 느낌과 생각으로만 표현해 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다들 훌륭하게 표현해 주었습니다. 누구 하나 잘하고 못한 것 없이 기발하게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낸 것 보이시죠? 같은 짜증남이라도 누구는 검은색으로, 누구는 주황색으로 표현했습니다. 같은 귀찮음도 누구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누구는 연필 자국만 냈습니다.
감정을 하나, 둘도 아닌 열두 개나 써야 한다니! 처음에는 생각나는 데로 그렸지만 점점 찾는 게 쉽지 않았죠. 그럴 땐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 해보고 그때의 감정에 대해서 써보라'고 팁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또 다들 신나서 적어 내려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활동을 마친 뒤에 <감정은 무얼 할까?>를 함께 읽었습니다. <감정은 무얼 할까?>는 감정을 의인화해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책입니다. 색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명암, 사물의 크기, 펜터치의 농도 등으로 감정을 표현한 점이 특징입니다. 대부분의 감정 그림책이 색깔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다르죠. 화는 빨강, 즐거움은 노랑,, 같은 식으로요.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나눈 질문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
Q. 열등감은 왜 철장을 만들까?
A. 자기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가둬두고 싶어서요.
Q. 반가움은 왜 하필 케이크를 구울까?
A.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외국사람인데, 외국에서는 손님이 오면 케이크 같은 걸 구워서 같이 나눠 먹으니까 준비하는 것 같아요.
Q. 용기가 쉬고 있는 숲에 누군가 있네, 용기는 이걸 알고 있나?
A. 당연히 알지요! 그래도 자기가 싸워서 이길 걸 아니까 저렇게 누워있는 거예요.
Q. 행복은 비눗방울을 타고 있네
A. 행복은 (우리에게) 있다 가고 없고, 없다가도 있으니까 그렇게 표현한 것 같아요. 쉽게 깨질 수도 있고 어딘가로 가는 중이잖아요.
Q. 불안은 왜 저글링을 타고 있을까?
A. 불안이 타고 있는 저글링은 엄청 얇고 부러질 것 같은 외발자전거인데, 부러질까 봐 걱정되는 모습을 그린 것 같아요.
놀랍지 않나요. 감정의 고정관념에 휩쓸리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아이들과 감정에 대한 그림책을 읽어보신다면 왜 작가는 화를 빨강으로 표현했는지, 즐거움은 왜 노랑으로 표현했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의심하며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모두 다른 것을 이번에 몸소 체험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