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계속'의 쉼표다

66일 차 : 끝

by 나예스

시작의 끝은 언제일까?

오늘의 끝은 자기 전일까, 자정일까?

계절의 끝은 가을일까, 겨울일까?

시간의 끝은 언제일까? 삶의 끝은 언제일까?

빗물의 끝은 어디일까?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

땅끝은 어디일까? 해저의 끝도 땅일까?

그러니까, 우주의 끝은 어딜까?


오늘까지 66일 글쓰기 챌린지를 끝내고 있다. 66일 글쓰기의 제시어였던 무형의 단어들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배움의 끝, 인연의 끝, 핑계의 끝, 선택의 끝, 기록의 끝, 역사의 끝, 기다림의 끝, 숫자의 끝은?


끝은, 허상이다.

끝없이 펼쳐지고 이어지는 차원 속에서 인간끼리의 목표 인식을 위한 약속 지점이다. 또한 쉼을 위한 지점이기도 하다. 인간은 다리를 쓰는 한 계속 걷거나 달려야 하지만, 달리기의 끝지점을 약속함으로써 기록을 측정하고 특정 시간의 성과를 다른 사람의 능력과 비교하여 판단한다. 하루의 끝지점을 시간과 날짜로 약속함으로써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고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속임수 아닐까? 하루의 삶도 사실은 끝없는 세상에서 일단락 맺어 측정하기 위한 관념일 뿐이다. 끝이 없다고 하면 지치는 게 인간이니까. 하나를 해내고 끝내야 또 다른 걸 시도하고 성과에 만족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과거보다 더 좋아진다고 믿을 수 있으니까.


약속으로 이루어진 것 중에 언어가 있다. 말의 끝이 있어야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고, 단어의 끝이 있기에 '끝말잇기'를 할 수가 있다. 삶의 끝에 죽음이 있다. 누군가가 죽어도, 그게 나일지라도 서글프게도, 세상은, 지구는, 태양계는, 우주는 계속 잘만 돌아간다.


끝이라는 건 없지만, 계속되고 있지만, 쉼과 성과 측정을 위한 목표지점으로서 오늘을 잡았다. 하루 쉬고나서 이틀 뒤부터는 평소에 크게 관심 가지지 않았던 '그림책 필사 챌린지 21일'전을 하기로 했다. 66일 동안 브런치에 글도 썼는데 21일 그림책 필사도 가뿐히 하지 않을까? 기간 안에 여행도 있고,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손쉽게 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한편, 너무 쉬워 보이는 게 자신에게 함정일 수도 있다. 예측했던 것보다 그림책으로 사유하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고, 마음 놓다가 정신줄을 놓을 수도 있다. 그래도 끝이 있기에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어제 '함께'라는 제시어로 조금 이른 축배일수 있었지만, 챌린지 마무리 글을 썼다. 설레발 치다 오늘 못쓰면 안 되는데, 하며 종일 신경이 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써 해치우지 않고, 마지막 제시어인 '끝'에 대해 길게 생각해 본 날이었다. 66일은커녕 매일 나의 글쓰기를 10일 이상 해본 적도 없었다. 66일 목표지점을 통과하며 나의 가능성을 인식했다. 훗날 내 실력이 향상되어 66일 동안 쓴 글들이 모조리 부끄럽고 조잡해 보여 오글거리겠지만 일단 지금은 내가 자랑스럽다.

끝은 '일단'의 약속이며, '계속'의 쉼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