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현금흐름의 유혹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by 이영태

얼마 전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나온다. 대기업에서 평생을 일한 김 부장이 퇴직금을 받아 상가를 사고, 그 선택 하나로 노후가 흔들리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니까 과장된 거 아니야?”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장면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김 부장은 대한민국에서 상위 5% 안에 드는 사람이다. 소득, 직장, 사회적 지위, 성실함까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한 인생’의 조건을 거의 다 갖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투자 한 번에 노후가 불안해진다. 이 장면이 불편하다면, 그건 김 부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같은 착각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10억짜리 상가, 월세 350 상가 분양 설명을 들으면 대개 이런 말이 따라온다. “요즘 10평짜리 상가가 한 10억 정도 합니다.” “월세는 350 정도 나오고요.” “안정적인 노후 자산이죠.” 겉으로 보면 그럴듯하다.

10억을 투자해 매달 350만 원이 들어온다면 연 4% 남짓. 은행보다 낫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생각을 멈춘다. 그런데, 질문을 하나만 바꿔보자 이 상가를 사기 전에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누가, 어떤 장사를 해서 이 10평짜리 공간에서 월세 350을 맞출 수 있을까?”

여기서부터 계산이 아니라 현실이 시작된다. 10평에서 가능한 장사는 극히 제한적이다. 식당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좌석 수, 동선, 주방 설비, 객단가 모두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남는 건 소형 프랜차이즈, 테이크아웃, 배달 특화 업종이다. 그런데 배달을 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플랫폼 수수료, 포장 비용, 광고비, 리뷰 관리 비용이 붙는다. 장사는 바쁜데 통장에는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오래 못 간다.

그래서 이 질문이 핵심이다 “내가 그 자리에서 직접 장사를 해서 월 350을 낼 자신이 있는가?”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그 상가는 이미 위험 자산이다. 투자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이렇게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못하지만 누군가는 들어와서 이 월세를 맞추며 장사해라.” 이게 상가 투자다.

여기서 업계의 또 하나의 마술이 등장한다. “전액 현금이 아니라 5억은 대출로 하시면 수익률이 7%, 8%까지 올라갑니다.” 계산은 맞다. 이자를 빼기 전까지는. 대출이 들어가는 순간, 상가는 ‘자산’이 아니라 현금흐름 사업이 된다. 공실이 나면? 이자와 관리비는 그대로 나간다.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은 즉시 무너진다. 원금 상환까지 시작되면? 노후는 ‘수익’이 아니라 의무 노동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10억을 전액 현금으로 사도 문제인데 대출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상가는 오르는 자산이 아니다 여기까지 와도 사람들은 마지막 희망을 붙든다. “그래도 나중에 상가 가격 오르지 않나요?” 이 말에는 결정적인 착각이 있다. 상가가 오른 게 아니다. 땅값이 오른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가에서 내가 가진 땅의 지분은 1~2% 남짓이다. 그마저도 분리해서 팔 수도 없고, 재건축을 결정할 권리도 없다. 가격이 올랐다는 말은 들리지만 자산을 행사하기는 가장 어려운 구조다. 아파트처럼 오르는 줄 알았지만, 상가는 애초에 그런 자산이 아니다. 상가와 오피스텔의 본질은 이것이다.

초기 투자 후 이자를 받는 구조. 자본차익 자산이 아니다. 시대는 이미 방향을 바꿨다 온라인 구매는 늘고, 오프라인 소비는 선택적으로 줄어든다. 살아남는 오프라인은 대형 브랜드, 체험형 공간, 플래그십 스토어다. 10평짜리 동네 상가는 시대의 방향과 정반대에 서 있다. 그래서 이 말이 과장이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상가 투자는 원수에게나 추천할 물건이다.

김 부장은 실패한 사람이 아니다 김 부장은 무모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었다. 문제는 하나였다. 자본의 세계에 너무 늦게 들어왔다는 것. 투자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시간 위에 쌓이는 과정이어야 한다. 퇴직금은 씨앗이 아니다. 열매다. 씨앗은 훨씬 이전, 훨씬 작을 때 심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그래도 나는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번 그 질문으로 돌아가면 된다. “내가 저 자리에서 직접 장사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이 없다면, 그 상가는 이미 답을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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