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을 읽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공통 언어가 필요하다.
액면가와 만기
* 액면가는 약속된 원금이다.
* 만기는 그 약속이 끝나는 시점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가격 논쟁은 사라진다. 그 이전에는 가격이 흔들린다.
쿠폰과 쿠폰금리
* 쿠폰은 이자이다.
* 쿠폰금리는 액면가 기준의 고정 이자율이다.
이 말을 쉽게 풀면 이런 뜻이다. 쿠폰금리는 ‘내가 얼마에 샀는지’와 상관없이 채권에 적힌 원금(액면가)을 기준으로 정해진 이자율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주 단순한 채권
액면가: 1,000원
쿠폰금리: 연 5%
이 채권은 매년 50원의 이자를 지급한다. 이건 변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 채권을 얼마에 샀느냐는 전혀 상관없다는 점이다.
싸게 샀을 때
이 채권을 시장에서 900원에 샀다고 해보자.
매년 받는 이자: 여전히 50원
하지만 내가 투자한 돈은 900원
이 경우 체감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비싸게 샀을 때
반대로 이 채권을 1,100원에 샀다면?
매년 받는 이자: 여전히 50원
하지만 내가 투자한 돈은 1,100원
이 경우 체감 수익률은 낮아진다. 쿠폰금리는 채권에 적힌 ‘약속’이다 고정이다 액면가 기준이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내가 얼마에 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채권 시장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쿠폰금리는 참고사항이고, 진짜 중요한 건 만기수익률(YTM)이다.”
한 문장으로 다시 말하면 쿠폰금리는 채권이 약속한 이자이고, 수익률은 시장이 정해준다. 중요한 점은 쿠폰은 변하지 않고, 가격만 변한다는 사실이다.
만기수익률(YTM)
YTM은 개인 투자자가 가장 오해하기 쉬운 개념이다. YTM은 이렇게 묻는 질문이다. “지금 가격으로 사서 만기까지 들고 가면, 연평균 얼마를 벌게 되는가?”
이자 + 가격 변동 + 만기 상환을 모두 합친 값이다.
듀레이션
듀레이션은 채권 공부의 관문이다. 정의는 단순하다. 금리가 1% 변할 때, 채권 가격이 몇 % 움직이는가 듀레이션이 길다는 것은
* 시간이 길고
* 금리에 민감하며
* 방어보다는 반응형 자산에 가깝다는 뜻이다.
듀레이션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 이렇게 느낀다.
“어렵다.”
“수식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사실 듀레이션의 생각은 아주 단순하다. “금리가 조금 움직였을 때, 이 채권 가격은 얼마나 크게 흔들릴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듀레이션이다. 듀레이션을 생활 예로 바꿔보면 듀레이션은 ‘충격에 얼마나 크게 반응하는가’를 말한다. 작은 진동에도 크게 흔들리는 물건이 있고 웬만한 충격엔 꿈쩍도 안 하는 물건이 있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보자
채권 A
만기 2년
이자도 자주 받는다
채권 B
만기 20년
이자도 적다
금리가 1%만 올라가도, A는 가격이 조금만 움직인다 B는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 B의 듀레이션이 더 길다는 뜻이다. 그래서 ‘듀레이션이 길다’는 말은 이런 의미다 듀레이션이 길다는 건 단순히 “기간이 길다”는 말이 아니다. 이 말 안에는 세 가지 뜻이 들어 있다.
* 돈을 회수하는 데 오래 걸린다
* 금리가 조금만 바뀌어도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
* 안정적으로 버티기보다는 시장 변화에 크게 반응한다
그래도 어렵다면 듀레이션은 이 채권에서 투자한 돈(이자포함)을 평균적으로 돌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장기채는 ‘안전한 자산’이라기보다 금리 변화에 베팅하는 자산에 가깝다. 여기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착각하는 부분 많은 초보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장기채는 더 안전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단기채는 가격이 잘 안 움직인다
장기채는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
그래서 장기채는 위기 때 방패라기보다 금리 하락기에 가속기 역할을 한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듀레이션은 ‘이 채권이 금리 변화에 얼마나 예민한가’를 보여주는 온도계다. 이걸 이해하는 순간, 채권은 더 이상 “안전한 자산”이 아니라 성격이 분명한 자산으로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