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숫자, 가난해지는 감각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와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일

by 이영태

최근 월가에서 하나의 보고서가 화제가 되었다. Citrini Research 가 발표한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이 보고서는 2028년을 가정한다. AI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기업의 생산성은 급등한다. 지능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고, 거의 전기처럼 공급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기업 이익은 늘고 GDP는 성장한다. 그런데 보고서는 묻는다. 그렇다면 왜 위기인가.


1. 유령처럼 남는 성장


보고서가 제시한 개념은 ‘Ghost GDP’다. 유령 GDP. GDP는 성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삶에는 닿지 않는다.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줄어들고 임금은 정체되고 소비는 위축된다. 성장은 존재하지만 체감은 사라진다. 성장의 숫자는 있는데 성장의 온기는 없다. 그래서 유령이다. 나는 이 표현이 낯설지 않았다.


2.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었다


수출이 반등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다. 주가지수는 다시 고점을 향한다. 그런데 자영업자는 힘들다고 말한다. 중산층은 점점 얇아진다. 생활비는 오르는데 소득은 그대로다. “경제는 괜찮다”는 말과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나는 WCSI, 서민경제 체감지수를 만들었다. GDP가 아니라 가계의 감각을 보자는 시도였다.


3. 총량과 체감의 분리


Ghost GDP가 말하는 구조는 단순하다. 총량은 성장한다. 분배는 왜곡된다. 소비 기반은 약해진다. WCSI가 보여주는 흐름도 같다. 2021년 92.40이던 체감지수는 2026년 81.12까지 하락했다. GDP는 유지된다. 그러나 체감은 무너진다. 숫자는 살아 있고 사람은 불안하다. 이 괴리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4.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


경제는 언제나 완충지대를 통해 유지된다. 그 완충지대가 바로 중산층이다. 중산층은 위기 때 소비를 줄이지만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 경기가 좋아지면 가장 먼저 지갑을 연다. 그런데 이 완충지대가 얇아지면 경제는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린다. Ghost GDP가 경고하는 미래는

AI가 그 완충지대를 더 빠르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AI 이전부터 같은 흐름을 경험하고 있었다. 제조업 기반 고용은 줄고 플랫폼 중심의 불안정 노동은 늘고

자산 격차는 확대되었다. AI는 원인이라기보다 가속기일지도 모른다.


5. 성장의 귀속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성장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생산성이 상승해도 그 과실이 자본에 집중된다면 노동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GDP는 국가의 숫자다. 그러나 체감은 가계의 문제다. 국가는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은 가난해질 수 있다. 이 모순이 반복될수록 사회는 통계가 아니라 감정으로 반응한다.


6. 80이라는 숫자


WCSI에서 80선은 단순한 지표가 아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80 아래로 내려가면 소비는 구조적으로 위축된다. 한계 가구가 늘어난다. 사회적 불안은 증폭된다. Ghost GDP가 말하는 위기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일지 모른다. 그러나 체감지수의 하락은 이미 시작된 현재다.


7.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


우리는 종종 GDP를 지키는 데 집중한다. 성장률 1%, 2%에 안도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중산층을 지키고 있는가. 완충지대를 복원하지 못하면 성장은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한다. 유령 같은 숫자는 사회적 신뢰를 대신할 수 없다.


8. 남는 질문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라는 보고서는 미래를 가정한다. 그러나 그 보고서가 던진 질문은 이미 우리의 오늘을 설명하고 있다. 성장은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붕괴는 체감으로 온다. 우리는 지금 어느 지표를 믿고 있는가. GDP인가, 아니면 우리의 삶인가.

매거진의 이전글사상최고치의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