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이라는 가면을 쓴 메기
사모펀드 3편 마지막 회
사모펀드를 설명할 때 흔히 등장하는 비유가 있다. ‘메기 효과’다. 메기효과의 기원은 노르웨이 어부들의 실용적 지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어부들이 청어(정어리)를 살아있는 상태로 운반하기 위해 수조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넣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사모펀드는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존재이며, 비효율을 제거해 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든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비유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빠져 있다.
문제는 규제 없는 메기다. 규제 없는 메기에게 미꾸라지는 경쟁자가 아니다. 그저 먹잇감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홈플러스 사태는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모펀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였다. 구조조정도 합법이었고, 점포 정리도 계약에 근거했다. 형식적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유통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졌고, 수만 명의 고용과 지역 소비,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가 함께 사라졌다.
사모펀드의 가장하기 쉬운 효율은 구조조정이다. 인력은 비용으로 환원되고, 점포는 숫자로 환산되며, 관계와 신뢰는 재무제표에서 증발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관계의 절단이다. 구조조정된 직원은 그 회사의 가장 충성스러운 고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가족과 지역사회 역시 중요한 소비자였다. 직원을 자르는 순간, 기업은 비용만 줄인 것이 아니라 고객을 함께 잘라낸 셈이다. 이 손실은 분기 실적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차를 두고 반드시 되돌아온다.
일부는 말한다. “유통업 자체가 사양 산업이었다”라고. 그러나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이마트와 코스트코는 같은 산업 안에서도 다른 길을 택했다. 유통을 단순한 매장 운영이 아니라 데이터, 물류, 시스템, 고객 경험이라는 ‘보이지 않는 R&D 산업’으로 재정의했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그런 전환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전환을 감내할 주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구조적으로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은 사모펀드의 자산이 아니다. 그래서 혁신보다 정리가, 미래보다 회수가 선택된다. 그래서 질문은 이것이어야 한다. “사모펀드가 나쁜가?”가 아니다. “모든 산업에 사모펀드식 효율이 적합한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미꾸라지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메기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메기가 미꾸라지를 다 먹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가 필요한가.
제도는 ‘착한 메기’를 기대하며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먹을 수 있으면 먹고, 빠져나갈 수 있으면 빠져나가는 존재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을 불신해서가 아니라, 시장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다.
홈플러스는 단순한 기업 실패 사례가 아니다. 통제 없는 효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다. 이 경고를 흘려보낸다면, 우리는 또 다른 홈플러스를 다음 메기의 먹이로 내놓게 될 것이다. 그때도 우리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었다”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메기를 어떻게 수조에 가둘 것인지 고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