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는 설렘에, 나는 밤새 뒤척였다.
창밖 어둠 속으로 흘러가는 시간도 모른 채, 마음은 들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덕분에 약속 시간엔 이미 늦었지만, 서두르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켠은 무겁고 불안했다.
삼촌 차를 타고 세마역에 내리자,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이 나를 기다렸다.
숨이 차오르고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시간에 맞추려 애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계단을 오르며 내 안에도 묵직한 무언가가 쌓이는 듯했다.
기차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꼭대기층의 창문 틈으로 몸을 집어넣으려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들어가지 않았다.
팔에 힘을 주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밀어 넣으려는 그 순간,
“기차가 곧 출발합니다. 얼른 들어가세요.”
기관사의 차가운 목소리가 얼음처럼 내 가슴을 꿰뚫었다.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 나는 간신히 몸을 실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보이지 않았다.
숙모님 한 분만이 가까이에 있었고, 기차 안으로 들어오려다 여기저기 찢기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가득했다. 꼭 좀비한테 물린것처럼,,
그들이 차지한 빈자리에는 죽음의 냄새가 서려 있었다.
숨이 턱 막히고, 온몸에 한기가 번졌다.
‘왜… 왜 나는 이 기차를 탔을까? 좀 더 여유롭게 기차를 탔으면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급하게 몸을 밀어 넣은 자신을 원망했다.
내 안에서 두려움과 후회가 무겁게 뒤엉켜 마음을 조여왔다.
이 기차는 끝없이 세계를 누비는 기차였다.
낯선 나라 경계선을 지나, 병사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어쩌면 잠깐의 안도처럼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어느 바다가 보이는 나라의 병원에 도착했을 때, 손등에 생긴 염증이 따갑게 아팠다.
간호사를 제외한 사람들은 내게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마치 내가 범죄자라도 된 듯, 차가운 시선들이 날 에워쌌다.
연고를 받아 서둘러 병원을 나섰지만, 그 무거운 시선이 계속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 알람 소리가 울리며,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