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양이 이끄는 백 마리의 사자 보다 한 마리의 사자가 이끄는 백 마리의 양이 더 무섭다.
나폴레옹을 황제로 만든 공신, 샤를모리스 드 탈레랑의 말이다.
전쟁에서 지휘관, 즉 리더의 중요성을 비유한 것이다. 훌륭한 리더는 양 떼도 용맹한 군단으로 탈바꿈시킨다.
지난 몇 주간 저녁시간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아시안컵이 끝났다. 이전 대회와 비교하면 썩 나쁜 성적이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의 축구위상과 황금세대라 불리는 멤버들을 고려했을 때 매우 아쉬운 결과다. 아니, 이랬으면 안 됐다.
예선전부터 시원한 게임이 없었다. 바레인에게 1점 차 신승을 했고,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에게는 비겼다. 심지어 대량실점하며 간신히 비겼다. 모든 시합에서 경기력이 좋을 수는 없겠으나 한 경기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는 게임이 연속됐다. 강팀과 붙었더라면 두고두고 술안주로 회자 됐겠으나, 호주를 제외하면 강하다고 할만한 팀도 없었다. 경기 내내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민망하고, 가슴이 터질 만큼 답답했다. 그 와중에도 그라운드를 뛰고 구르며 애쓰는 선수들이 안쓰러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임시기부터 잡음이 많았다. 독일과 미국 대표팀에서 이룬 성과가 없고 프로팀에서도 매우 짧은 기간에 경질당했다. 이후 수년간 경력이 없다. 부임 후에도 사상 최초 비대면 감독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대한민국에 머물지 않는 대한민국 축구감독. 그럴 때마다 그는 아시안컵 결과를 보고 평가해 달라고 했다. 지난 6경기에서 충분히 봤다.
'독이 든 성배' 국가대표 감독은 그런 자리다. 지금껏 어느 감독도 좋은 평가만 받지 못했다.
국민영웅이 된 2002년의 히딩크 감독도 '5대0'이라는 별명이 있었고(사실 이건 프랑스, 체코와 같은 강팀과의 경기였다), 국민 리베로 홍명보도 2014년 월드컵에서 혹평을 당했다. 지난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성공시킨 벤버지 벤투 감독도 월드컵 직전까지 욕을 먹었다.
잔인하지만 감당해야 하는 자리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 심지어 한 국가를 대표하는 지휘관이니 모든 이목이 집중된다. 잘해도, 잘못해도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가장 아쉬운 것은 황금세대가 허무하게 흘러갔다는 것이다.
이렇다 할 전술도, 인상 깊은 활약도 보여주지 못한 채 과거로 사라지게 됐다. 우리에게 남은 모습은, 그 와중에도 탈진할 때까지 뛰어다니던 선수들. 그리고 몇몇 스타플레이어의 개인능력이 빛난 순간 덕분에 황망했던 90분을 뒤집었던 경기가 있었다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