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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쥐 Mar 20. 2024

성덕이 된 회사원 이야기

[단어의 위로] 프리퀄

처음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어떤 책을 통해서였다.

서점에서 중고서적을 뒤적이던 중에 앞머리에 손 편지가 적혀있는 책을 발견했다. 후배직원을 향한 선배의 편지. 묵묵히 일하는 후배에 대한 감사와 격려의 내용이었다. 어떤 관계이기에 직장동료에게 이런 마음을 보냈을까. 그 마음을 훔치고 싶어서 책을 샀다. 솔직히 책의 내용은 보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펼친 후 순식간에 마지막 장에 도착했다. 놓친 부분이 있을까 아쉬워서 한 번 더 읽었다. <이 미친 그리움>이란 책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에 찍힌 글자들이 만들어 냈던 감정의 선명함을 직접 표현해 보고 싶었다. 늘 흐릿하게 스케치된 것 같은 마음을, 그래서 나도 잘 모르던 내 속을 뚜렷하게 그려보고 싶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무엇을 써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네이버에 에세이의 뜻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무작정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편, 두 편, 또 1년, 2년이 지나 SNS에 글이 쌓였다. 그 사이 제법 그럴싸한 걸 쓰기도 했다.


어느 날, SNS에서 메시지를 받았다. <이 미친 그리움>의 작가였다.

그의 책을 사모으면서도 그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지 몰랐다. 원고를 보내면 출간을 검토해 보겠다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꿈같은 일이라 생각했던 일을 나의 최애로부터 제안받았다. 어안이 벙벙해 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더니, "원래 현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꿈 '같은' 일이라고 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답도 멋있다.


원고를 써 투고하고 수정 또 수정, 마지막 수정, 진짜 마지막 수정, 최종 수정을 거친 후에 책이 나왔다.

선망하던 작가의 출판사에서, 선망하던 작가의 책 후속작으로 내 것이 나왔다. 그리고 오늘 그가 SNS에 내 책을, 내 글을, 나를 소개했다. 이런 성덕이 세상에 또 있을까?


지금 나는 새로운 원고를 쓰고 있다.

이 원고도 "꿈같았던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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