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이 넓지만 산간지가 많아 개발된 지역이 적고, 인접지역인 평창, 홍천과 비교해 매력적인 휴양 인프라가 적다. 그래서 서울에서 동해로 오가는 길에 지나가긴 하지만 들르진 않는, 이름만 익숙한 동네였다.
그러다 이십여 년 전부터 안흥면이 찐빵으로 유명해졌고, 착한식당을 찾는 TV 프로그램에 나와 막국수가 유명해졌고, 무엇보다 지자체 브랜딩 우수사례로 꼽히는 횡성한우가 특산품으로 정착하면서 방문객이 늘었다. 그 물결을 타고 경관 좋은 곳에 펜션과 카페, 리조트, 루지 등이 추가되어 그럴싸한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먹거리가 부족하다. 횡성한우곰탕 식당은 군청 주변에 모여있고, 관광지에서 맛집을 찾아가기에는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 그래서 몇 변을 방문했음에도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말토종순대가 눈에 띄었다.
새말은 IC가 있다. 서울에서 동해바다를 오가는 길목에 있는. 그리고 새말토종순대는 그 IC에서 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잠깐 들러 먹기에도 좋은 위치다.
새로 생긴 국밥집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순대국밥의 경우 공장화된 순대와 육수가 전국각지에 너무나도 골고루 배포되고 있다. 거기다 들깻가루까지 더해지면 서로 다른 프랜차이즈끼리도 비슷한 맛을 낸다. 그러니 전통과 노하우가 없으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간 이유는 카카오맵 평점 때문이다. 네이버와 비교해 잔인할 정도로 신랄한 카카오 리뷰에서 4점 대를 유지하고 있다. 100개의 리뷰가 달렸음에도 이 정도라면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을 곳이 틀림없다.
깔끔한 외관과 실내. 노포에서 느껴지는 정스러움은 없지만 청결하고 쾌적해서 위생적이다.
가족단위 고객을 배려한 흔적이 많다. 주로 여성을 위한 것일 머리끈이 있고 테이블마다 비치돼 있고, 아이들을 위한 육수는 무료로 주신다. 간도 양념도 되어있지 않은 맑은 국물이다.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아뿔싸. 막상 방문해 보니 신규 점포가 아니다. 30년이나 된 국밥을 새 건물에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만화가 허영만 씨가 출연하는 <백반기행>에도 나왔다. 역시나 높은 평점에는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는 사전조사에 더 성실하리라 반성한다.
메뉴가 많은데 장순대국(특)을 주문했다. 나물순대가 궁금하긴 했으나 순대까지 따로 시키기엔 혼밥러에게 양이 너무 많다. 장순대국은 강원도식 막장을 넣은 국밥이다. 충청북도 충주 시장에 가면 순대국밥을 시래기 된장국 끓인 듯 만드는 데 그와 비슷하다. 무겁고 텁텁하지 않은 맑은 국물에 간이 세지 않게 장을 풀어 끓인다.
그럼에도 국물맛이 개운하고 깔끔한 걸 보니 아마 손님에게 내기 직전에 팔팔 끓는 사골육수에 장을 살짝 풀어 한 번 더 우렸을 것이다. 역시나 소심해서 직접 물어보진 못했다. 배추를 작은 조각으로 썰어 넣어 시원함을 더한다. 반주를 곁들이기보다 해장용으로 먹고 싶은 국밥이다.
직접 키운 배추로 김치를 담근다고 하는데, 솔직히 빼어난 맛은 모르겠다. 그냥 국밥에 곁들이기 좋은 정도고 새끼손톱만 하게 썰어진 깍두기도 김치와 비슷한 정도의 맛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가장 좋은 점은 부추를 아주 듬뿍 넣어준다. 야채 물가가 고공행진이고 특히나 부추는 더 고가의 채소여서 가니쉬처럼 모양만 내는 집이 많은데, 아주 듬뿍듬뿍 준다. 더 달라고 해도 아끼는 내색 없이 또 듬뿍 담아낸다. 국물 맛처럼 음식은 담아주는 마음도 친절하고 푸근하다.
유명인 사인과 사진보다 인증패가 더 많다. 블루리본서베이, 착한가게, 모범음식점, 좋은 이웃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