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호스트바의 게이 7"
3/4 금요일
호스트바 16일 차
이센스의 비행이라는 노래는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야 내가 많이 변했냐?” 이센스가 얼마나 변했는지는 몰라도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변했다.
내 성 정체성이 어떻든 간에 사람들은 생각보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기실의 기분 나쁜 무음의 술렁임도 유통기한 하루짜리 관심들이었을 뿐.
아주 오래전 베지터라고 불렸던 친구가 생각났다. 베지터도 딱 지금의 나 같은 상황이었는데
나는 멀쩡히 여기서 별일 없이 지내고 10년 전 그 친구는 학교를 옮겼었지.
베지터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우리 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작은 덩치에 유난히 여성스러운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있던 친구.
그 아이는 심각하게 많이 나는 여드름 때문에 급식에서 야채만 먹었다.
기름기 있거나 밀가루 음식은 먹으면 피부에 안 좋다며, 그래서 베지터볼로 불리다
베지터가 되어버린 친구.
베지터는 학기초부터 하이에나 같은,
그러니까 뭉칠 때만 마초적이고 공격적인 남자아이들에 의해서
계속해서 인신사냥을 당했다. 게이 새끼 더러운 새끼 소리 들으면서.
나는 그냥 인간이 인간을 학대하는걸 싫어해서, 그러니까 베지터가 좋아서가 아니라
엄마 에게 용돈타쓰는 갱스터 마초보이들의 비열한 모습이 보기 싫어서
일부러 베지터 옆에 붙어서 아이들이 괴롭힐 수 없게 데리고 다니면서 같이 놀았다.
내가 옆에 붙어 있으면 아이들이 못 건드니까.
고등학생 당시 나의 입지와 영향력을 지리학적으로 설명하자면
교실 안에서는 교실의 왕좌인 맨 뒷자리 창가에 앉았으며
급식 줄의 맨 앞에 늘 위치하는 교실 카스트 제도의 브라만 계급.
즉 나는 너무나도 강해따 마치 교실 안의 울부짖는 투명 드래곤이어따.
[위의 문장이 이해가 안 간다면 여긴 다음이니까 다음에 "투명 드래곤"을 쳐보세요]
어쨌든 그렇게 베지터를 데리고 다른 아이들이랑도 친하게 지냈는데
내 생일날 사건이 터졌다.
베지터가 커다란 케잌을 사 와서 나에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는..
그것도 아이들 다 있는 교실 안에서, 솔직히 진땀 났다.
아무렇지 않은 척 욕을 섞어가며 난 싫다고 평소처럼 장난치듯 소리 지르고
넘어가려는데 베지터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고
아이들도 그렇지 않았다. 공기도 무게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분위기.
그렇게 어색하게 며칠 지내다가
내가 멀어진걸 안 아이들의 괴롭힘에 못 이겨 혹은 뭐 진짜 상처받아서
직업학교로 전학 가버렸다. 미용사가 될 거라고.
참고로 그때 케잌은 다 먹었다. 얘들이 그거 먹으면 니도 게이라고 놀렸는데
도저히 그거 버리고 가는 짓은 못하겠어서 피시방에서 친구들 입에도 강제로 집어넣으면서
다 먹어 치웠다. 그거라도 먹어 치워야지 뭔가모를 내 양심의 가책들도 먹어 치워질 거 같아서.
그리고 10년이 지나고 내가 게이가 되어서
생각보다 둥글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보니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의 뾰족하고 모난 시선을 둥글게 갈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찢기고 파괴되어 나갔을지,
이런 사유가 흐르는 동안 대기실안의 시간도 주륵주륵 흘러가고
나도 몇 번의 즐거우세요를 외쳤다. 이때쯤부터 실장이 나를 소개할 때
가게에서 여심을 가장 잘 아는 여심 저격수라고 했다.
으악 그 멘트가 너무 오그라들어서 여심 말고 실장을 쏴 죽이고 싶었다.
아마도 실장은 내가 게이라서 여자들의 마음을 잘 알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어쨌든 가게의 여심 저격수는 총알을 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쓰레기 타다가
새벽 네시쯤 초이스가 되었다. 원래 들어가 있던 선수가 빠꾸 먹고 나와서 대신 들어간 방이었는데
나를 초이스 한 손님은 기존의 체계와 관습들에 반발을 일으킨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일종의 다다이즘적 신체.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가슴은 여자 배꼽 아래 이십 센티쯤은 남자인 트랜스젠더 손님.
내가 옆에 앉자마자 손님은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마찰력이 열에너지로 전환된다는 게 정확한 과학적 사실이라는 걸
손님의 열이 올라 부풀어 오른 열기구 같은 치마 모양을 보며 생각했다.
기분 나쁜 마찰력을 가진 손길을 요리조리 피하며 대화를 좀 해보려는데
갑자기 손님이 벌떡 일어나더니
오만원짜리 지폐를 잔뜩 꺼내서는 [대충 100만 원은 될 듯?]
자기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
자기 치마를 들어 올리고 열에너지로 가득 찬 그것을 꺼냈다.
그리고는 술잔을 그것위에다 천천히 기울이면서
[계곡주와 모양새가 비슷한데 저걸 담금주라고 부른단다. 담글게 있으니까]
여기에 입대고 술 한잔 다마시는 사람에게 저 돈을 다 준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시선이 내 입술을 향하는걸 느꼈다.
아마 내가 게이라고들 하니까 별 거부감 없이 마실 거라고 기대하는 눈빛들.
그냥 눈 딱 감고 마셨다. 입술에 닿는 그 더러운 감촉 글을 쓰는 지금도 입술이 찝찝하다.
라는건 거짓말이고 당황해서 그 자리에 잠시 얼어있다가, 아주아주 완곡하게 거절했는데
갑자기 다른 선수가 벌떡 일어나더니 "제가 마시겠습니다!" 하고 바로 손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님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낄낄거리며
아주 아주 천천히 컵을 기울였다 진짜 악질적인 속도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술방울들
그 술방울들을 스무살의 어린 선수는 아이가 눈 내리면 아~하고 신나서 입을 벌리듯
크게 입을 벌리고 아직은 애티가 나는 얼굴로 꿀꺽꿀꺽 마셔댔다.
술 한잔이 그 선수 입으로 다 들어가니 룸 안의 사람들이 짝짝 박수를 쳐 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껏 본 박수중 가장 복잡한 성분표의 박수였는데
그 박수 속에는 축하, 존경, 경멸, 동정, 눈치 등이 섞여있었고
나도 자본주의가 그려낸 기막힌 그림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박수를 쳤다.
오늘도 현대미술 하나 보고 온 기분.
진짜 좋은 작품은 아니지 그러니까 좋은 작품이라기 보단 광기가 가득한 작품들은
미술관보다 이런 곳에 더 많이 걸려있다.
그 뒤로 한 30분가량 더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손님과 마시고 있는 술이 임페리얼이 아니라 압생트인것처럼 느껴졌다.
손님의 내 몸을 향한 마찰력이 올라갈수록 내가 고흐가 된 것 마냥 잘라버리고 싶은 것이 생겨서.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손님은 그대로 기절해버렸고 나는 웨이터에게 뒤처리를 부탁하고
실장에게 돈을 받아 퇴근했다. 집에 와서 샤워하며 나도 모르게 샤워기 앞에서
아~하고 입을 벌렸다가 재빨리 닫았다. 내 해피타임 하나를 강탈당한 기분.
짜증나.
3/5 토요일
호스트바 17일 차
17일 차 글을 쓰려고 예전에 써둔 기록들을 읽어보는데
친구에게 카톡으로 링크가 하나 와있었다.
네이버 웹툰 외모지상주의에서 호스트바 이야기 나온다고 읽어보라면서
들어가서 보니 내가 일하면서 본 것과 조금 다른점들이 있긴 했는데 가게 모양은 비슷했다.
생각해보니 술집 모양이 다 비슷하지 뭐
내가 직접 경험해 본 호스트바와 만화의 다른 점 하나만 적어보자면
우리 가게는 대기실에서 담배 못 피게 했었다. 따로 흡연실이 있어서 흡연자들은 거기서 펴야 했다.
드물긴 한데 비흡선수를 찾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
요즘 좀 괜찮은 호빠들은 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다. 선수들 중에서 비흡도 꽤 있었고.
이날은 성수에 사는 시현이형과 출근하기 전에 만나서 밥을 먹었다.
내가 살던 곳에 호야초밥이라는 유명한 가게가 있는데 형이 거기 가보고 싶다고 해서
거기서 만났다. 사실 나는 회를 잘 못 먹지만 이야기를 써나 가려면 형과 관계를 계속 만들어야 하니까.
별수 없이 우적우적 나온 음식들을 먹어댔다. 밥을 많이 먹고 출근해야 술을 먹어도 빨리 안 취하고 버텨진다.
진짜 호스트바 일은 술 못 마시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
형이 연어회를 엄청 좋아하길래 내 그릇에 있는 것 까지 양보해주고
나는 그나마 먹을만한 알밥을 굴삭기처럼 열심히 퍼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형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거의 형이 질문하고 내가 대답하는 청문회 형태의 대화였다.
기억에 남아있는 대화조각들만 진열해보자면
게이들 눈에는 여자가 어떻게 보이는지 , 언제부터 자기가 게이라고 생각했는지,
애인은 있는지 , 그 외에 성경험이나 성적취향같은 성적인 측면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고
[참고로 이 시기쯤에는 가게 사람들은 모두 내가 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나는 별문제 없이 하나하나 다 준비한 대로 대답했다.
형이 던진 질문들은 이 챕터를 계획하면서
만들어둔 예상 질문지에 있던 질문들이라서 쉽게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질문과 답변으로 반복되는 대화가 대충 끝나고 형이 자기는 니가 게이든 뭐든 별로 신경 안 쓴다고
가게 사람들도 거의 그렇게 생각하니까 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여긴 나쁜 새끼들 투성인데
너처럼 멀쩡한 얘도 오랜만에 본다고 여기서 일하면 진짜 믿을놈이 별로 없어서 외롭고 회의감이
많이 든다고 그러니까 우리끼리는 불편함 없이 지내자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계산대 앞으로 걸어가며
너 커오면서 존나 힘들었을 건데 밥이라도 내 가 사줄게라고 말하고 카드를 그었다.
내가 저런 사람을 속이고 나중에는 좋아한다고 고백까지 해서 난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안의 작은 양심 위로 톱날 모양의 바퀴가 윙윙 돌아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따끔따끔한 그 기분, "내가 나중에 이 챕터가 끝나면 밥 사줄게 연어회 많이 사줄게"라고
속으로 나보다 어린 형님에게 말했다. 그리고 저 말은 실제로 실현되었다.
토요일 답게 출근하자 말자 선수들이 분주하게 룸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나는 새벽 2시쯤 30대 후반 2명 20대 초반 한 명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나이 조합의 룸에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손님에게 메이드 되었다.
트위드 수트가 섹시하게 어울리는, 자기가 어떻게 입고 꾸며야 가장 아름다울지 완벽하게 아는듯한
여자 손님 옆에 착석한 뒤 언제나처럼 술잔에 얼음을 넣고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거짓으로 지어낸 인사를 건네고 거짓으로 지어낸 이름을 말한 뒤
궁금하지도 않은 상대방의 신원을 궁금한 척 거짓으로 물어보자
손님은 기품 있고 세련된 목소리의 서울말로 하나씩 하나씩 느리지만 답답하지 않은 속도로 대답을 해줬다.
아나운서톤의 서울말을 쓰는 여자는 내 개인적인 페티시라서 뭔가 마음이 쿵쿵 뛰는 기분.
손님은 자기는 접대를 위해서 온 거니까 불편함 없이 편하게 옆에만 있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어린 여성이 자기네 회사가 현재 입주해있는 건물의 건물주라고 했다.
손님은 뷰티 관련 사업을 하는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 사실 브랜드 이름을 말해줬는데 그건 비밀]
이번에 사업이 잘 풀려서 한층 더 임대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조금 있어서 해결하려고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자기들 사업이 잘되는 걸 알고 임대료도 갑자기 너무 많이 올렸다고.
나보고 돈 많이 벌면 부동산 사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이 뭔가 씁쓸해 보였다.
사업이라는 게 하나가 잘 풀리면 두개가 발목을 잡아서 넘어지게 된다며
한숨 쉬듯 말하는 손님의 무릎을 바라보았다.
신체가 마음으로 만들어졌다면 손님의 무릎은 까맣게 멍들었겠지
섹시한 까만 스타킹이 그냥 멍을 가리는 보호색으로 쓰였겠지.
저 어린 여자는 무슨 수로 그 큰 빌딩의 건물주가 되어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학교는 조금 더 현실적인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세상이 경제적 계급제 사회라는 점과 낮은 계급의 경제계층으로 태어난 사람의 인생에서
희망은 부산에 눈 쌓이듯 발생한다는 점을 명확히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좀 쌓인다 싶어서 즐겨보려고 하면 순식간에 녹아버리는 부산의 눈.
꼭 그 눈처럼 희망이 내린다. 그냥 뭐 허상 비슷한 거지. 사람을 미치게 하는 허상.
세상 더럽다 맞죠?라는 주제로 손님과 이야기를 해나가다
갑자기 대학시절 중고등학생의 멘토가 되어주는 멘토링 캠프 갔다가
멘토에서 잘린 기억이 나서 손님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그때 멘토링 캠프 스케줄 중에 학생들의 인생을 크게 설계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담당했던 조의 학생들에게
부모님의 자산가치 기준으로 일정 금액 [정확히는 20억이라고 말했었다.] 이상은
대충 놀고먹고 살면 되니까 어디 여행 갈지 어디 가서 놀지 이런 거나 정하고 살면 된다고 했고
몇천만원 이하나 빚만 있는 경우에는 진짜 피나게 노력해야 먹고살수 있다고 이야기 한 뒤
그래도 행복하진 못할 거라고 말했었다.
네가 개처럼 노력해서 얻는걸 그냥 날 때부터 가지고 사는 사람들 보면 결코 행복하게 살 순 없다고.
너무 극단적인 말이었지만 거기 있는 다른 멘토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희망차게만
말해서 그게 싫어서, 멘토링 캠프라는 게 무슨 희망 전도회도 아니고 다양한 조언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다는 걸 이야기해주니 손님이 킄킄 웃으며
"사회생활은 못하겠네요. 사업은 하지 마세요 ㅋㅋ"라고 말했다.
손님의 웃는 표정을 보니 실패하지 않기 위해, 완벽한 모습을 만드려고
스스로 목 끝까지 채워놓은 답답한 단추 하나를 풀어준 기분이 들어서 뿌듯했다.
편하게 가끔 이야기나 하자며 손님은 가기 전에 명함을 하나 주고 갔다.
명함에 적힌 사무실의 주소를 검색한 뒤 그 빌딩의 가격을 대충 검색해보았다.
200억, 세상 더럽다 맞죠?
3/6 일요일
호스트바 18일 차
일요일은 해피해피 휴무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쓰기도 그렇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선수들의 외모에 대해서 간단하게 서술해보려고 한다.
지금 호스트바는 대충 강남 정빠, 퍼블릭, 남자 보도 정도로 나눠져 있는데
대충 축구로치면 1군 2군 2.5 군정도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강남 정빠는 진짜 연예인급 남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오는 손님들도 굉장하다고.
내가 일한 곳은 퍼블릭 정도 되는 등급이라고 실장이 말했는데 여기는 좀 조각 같은 미남들 보다는
아이돌스러운 사람들이 많았다. 진짜 자기를 잘 꾸미는 사람들
그런데 예상외로 잘생기고 키 큰 그런 사람이 무조건 인기 많은 건 아니었다.
보통 에이스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평범한 외모에 엄청난 화술을 가졌던 사람들이었다.
시현이 형이 이야기해줬는데 우리 가게에서 에이스였던 사람은 쇼핑몰 쇼호스트가 되어서
엄청 성공했다고 했다. 억대 연봉받는다고. 자기가 여기 일하는 것도 돈이 첫 번째지만
낮에 하는 일이 영업이다 보니까 그런 능력도 키우려고 온 이유도 있다고 했다.
만약 여성을 상대하는 영업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호스트바를 특훈 장소로 추천해주고 싶다.
아마 어떤 천사 같은 여자도 마음속에는
악마 같은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다.
다시 외모 이야기로 돌아가면 내가 있었던 퍼블릭급 기준으로는
미남 30% 훈남 30% 평범 30% 뭐지? 10% 수준의 외모가 형성되어있었고
나는 아마 거기서 뭐지? 계열군의 오징! 이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미남 계열군보다 훈남 계열군들이 인기가 더 많았는데
아마도 미남 계열군에는 성형 냄새가 많이 나는 얼굴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 싶다.
훈남 계열군은 진짜 딱 대학교 남친st 라서 뭔가 더 편해하고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성형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진짜 많은 선수들이 성형을 한다.
거의 대부분 한다 정말로. 코를 가장 많이 하고 그 뒤는 눈.
주원이 말로는 자기는 성형하기 전과 한 뒤의 초이스 차이가 너무 커서
돈 생길 때마다 한 군데씩 고치고 싶어 진다고 했다.
자기 다음 목표는 안면윤곽이라고 800 모으면 바로 할 거라고 말했었는데
지금쯤 얼굴에 붕대 감고 미라처럼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선수들의 이스터섬 석상처럼 거대하고 우뚝 솟은 코가 참 부러웠는데
어느 날부터는 하나같이 비슷해 보여서 좀 무섭기도 했다.
뭔가 대기실에서 손님방으로 향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지구를 침공하는 로봇 부대의 습격 같아서.
선수들은 하나같이 우뚝 솟은 코와 눈썹 문신을 통해 강렬한 눈썹을 쟁취하고 있었다.
그게 아마 요즘 트렌드 얼굴인 것 같다.
비비크림은 당연히 모두가 바른다. 나도 열심히 바르고 들어갔다.
메이크업 같은 경우는 눈썹 칠하는 선수들이 참 많았다.
헤어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세팅해서 오는데
자기가 직접 집에서 준비해오는 선수들이 있고
선수들 전문적으로 드라이해주는 가게들에서 하고 오는 선수들이 있었다.
정빠 같은 곳들은 아예 헤어디자이너가 가게 안에 상주하고 세팅해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아 그리고 거의 모든 선수들이 키높이 깔창을 깐다.
나는 9센티 키높이 구두까지 신는 사람도 봤다.
거의 슬리퍼라서 여자들이 더 싫어할 거 같은데도 어떻게 초이스 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옷 스타일은 실장들이 보통 셔츠에 슬랙스를 많이 권하는데 그런 스타일로 무난하게 입는 선수들도 있고
약간 한물간 명품스타일을 고집하는 선수들도 꽤 있었다. 뭐 디퀘 바지 톰브라운 삼선 닐바렛 맨투맨 같은..
보통 거의 저 두 가지 스타일이 전부고 제일 옷 잘 입는다고 생각한 선수는
라르디니 같은 이탈리안 핏의 옷을 참 잘 입던 선수
이 선수랑은 이야기도 꽤 많이 했다. 나도 옷을 좋아하고 전공도 해서 이야기할 거리가 꽤 많았는데
어느 날 언젠가는 자기 브랜드 하나 런칭 하는게 꿈이라며 참 순하게 생긴 착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지금 공사 치는 여자만 세명이라고
그중에 하나만 제대로 넘기면 진짜 호스트일 그만두고 옷 만들러 갈 거라고 했다.
참고로 천만원 이상 먹고 나르는걸 공사
천만원 이하로 먹는걸 농사라고 한단다. 뭔가 귀여운 표현이네 농사.
거의 대부분의 호빠 선수들의 목표가 저거다. 공사 쳐서 크게 한 번 먹어보기.
그리고 공사 쳐서 한 번 크게 먹은 뒤에는 가게를 옮긴다고 했다.
찾아와서 난리 부리고 그러면 난처해지니까. 내가 일하는 동안에도 한번 그런 일이 생겨서
가게가 이말년 만화마냥 와장창소리로 가득 찼던 날이 있었다.
토토충 패거리 중 한 명이었는데 손님에게 같이 가게 차려보자고 꼬셔서 사천 받아먹고
삼일만에 불법 도박으로 다 날리고 다시 일하러 나왔다가 기다리고 있던 손님에게 잡혀서 난리가 났던 날.
그 선수는 그 뒤로 가게에 보이지 않았다.
이제 거짓말 여행도 종반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데
누구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해야 할까.라고 고민하다
그냥 친분이 깊었던 세명 모두에게 고백하기로 했다. 담당 실장, 주원이, 시현이 형 이렇게 세명
다음 주는 고백할만한 분위기나 친분감조성을 위해
그러니까 여자와 썸타는 단계로 가기 위해 만남을 계속 가지는 것처럼
호빠 사람들을 사적으로 더 자주 만나기 위한 계획을 방에서 뒹굴거리며 치밀하게 짰다.
만족스럽게 계획을 짠 뒤 월요일에 여느 때처럼 일등으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전혀 엉뚱한 사람에게 봉변을 당했다.
"나의 거짓말 여행기"는
나는 나로 태어나면 나로만 살아야 하는 걸까?
인생은 동전하나 넣고 캐릭터 하나로 끝까지 달려야 하는
원코인 게임이라는데 동전 좀 더 넣고 살면 안 되는 걸까?
만약 내가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나와 전혀 다른 나를 설명하면 나는 그렇게 인식되는 걸까?
예를 들면 내가 고위층의 자식이나 금수저라고 설명하고 그런 척을 하고 살면?
내가 만약 동성애자라고 이야기하고 살아가면?
내가 만약 소년원 출신이거나 복역하고 나온 사람이라고 설명을 하면?
라는 궁금증들로 출발하여 궁극적으로는
나라는 건축물은 타인의 눈속에 어떻게 쌓아 올려지는 걸까.
내가 겪어온 수많은 시간과 경험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정체성으로?
아니면 그저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는 말 몇 마디 혹은 문장 몇 개로?
라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지역에서 지역이 아닌
인간에서 인간으로 떠나 보는 여행기입니다.
여기 써져 있는 모든이야기는 제가 직접 뛰어들어 겪은 실화들입니다.
만약 "나의 거짓말 여행기"를 에피소드 중간부터 읽으셨다면
프롤로그부터 차례차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