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호스트바의 게이 6"
3/1 화요일 호스트바 13일 차
언제나처럼 열한 시 반에 1등으로 출근해서 시집을 붙잡고 선비처럼 글을 읽는 하루를 시작한다.
참고로 내가 이때쯤 봤던 책은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집, 2012년도부터 최근해 당선작까지를 몰아봤다.
나도 신춘문예 이런 거 한번 당선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쓰면 뽑히는가를 알기 위해서 작품들의 공통점을 찾아가며 자세히 읽어보았는데
작품들에서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지만 수상소감에서는 어느 정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xxx대 xxx교수님께 감사하다."
"미흡한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xxx에게 감사하다."
라는 이야기가 꼭꼭 들어간다.
신춘문예라는 것도 어느 정도 거미들의 서식지마냥 줄타기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거미가 되기에는 자의식이 너무뚱뚱해서 줄타기하려다간 바닥에 추락해서 죽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보통 평일의 호스트바에는 손님이 새벽 3시쯤 가장 많이 찾아오는데 이유는 심플하다.
손님의 비중이 가장 높은 화류계 여성들 그 화류계 여성들이 퇴근하고 놀러 오는 시간대이기 때문.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손님들 중 70퍼센트는 화류계 여성이었고
나머지는 10퍼센트 정도는 트랜스젠더 또 10퍼센트는 돈 좀 있는 젊은 유부녀나 아줌마들
나머지 10퍼센트는 전문직이나 기타 등등의 직종이었던듯하다.
강남정빠에는 연예인들도 찾아온다고 하던데 우리 가게에 그런 사람이 온 적은 없었다.
아마도 오늘 메이드 된 손님이 내 생각에 가게에서 만난 손님들 중
가장 연예인에 가까운 직종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애초에 메이드 될 손님이 정해진 채 출근했다.
출근하기 전에 실장이 단톡에서 보드게임 잘하는 사람 특히 "카탄"이라는
게임 할 줄 아는 사람을 두 명 찾았는데 거기 부합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나는 바로 뽑혔고
카탄은 모르는데 보드게임 좀 해봤다는 다른 선수 한 명은
내가 대기실에서 미리 만나서 게임하는 법을 미리 좀 알려주기로 했다.
손님들은 한시쯤 온다고 했지만 2시가 다되어서 들어왔고
룸에 들어가자마자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보드게임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기들 진짜 잘한다고 자랑하면서
이기면 10만 원 줄 거니까 지면 너희들이 여기 술 가득 채워서 원샷하라며 자기 하이힐을 벗었다.
내가 만약 하이힐 페티시가 있었다면 헥헥 거리면서 게임 대충하고 졌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페티시가 없어서 차선책으로 현대인 모두를 심쿵하게 하는 돈을 노리기로 했다.
손님들이 가져온 게임은 카탄이라는 게임으로 4명이 각자 하나의 땅에서 시작해서
플레이어 간의 자원거래나 협상을 통해 도시를 짓거나 길을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고
이것을 통해 일정한 승점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인데
이미 나는 대학생 시절 카탄을 기계 수준에서는 알파고
인간 수준으로는 이세돌의 4국 수준으로 마스터해두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렇게 술 한잔씩 서로 마시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시작한 지 한 30분도 안되어서 내가 거의 이기기 직전까지 갔다.
손님들은 카톡 이모티콘들마냥 울상을 지으며 자기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교환해달라고 했는데
소심하고 섬세한 캐릭터로써의 역할을 망각한 채
줄듯 말듯 손님들을 괴롭히며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다.
나는 게임할 때 유난히 심리전도 많이 걸고 장난도 많이 친다.
그래서 대학시절 같이 게임하던 여자애가 울면서 얼굴에 카드를 집어던진 적이 있다.
그 아이가 닌자였다면 아마 내가 얼굴에 카드 몇 장 박히고 정신 차렸겠지만
나는 그 뒤로도 정신을 못 차렸고 이번에도 손님과 선수의 입장을 망각한 채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서 손님이 거래를 요청하면
" 그거 필요하면 강아지 흉내내면 줄게요!"라고 한 다음
손님이 낑낑! 왕왕! 하고 귀여운 강아지 흉내를 내면
"음 내가 원하는 강아지가 아니야, 좀 크고 강한 거대한 성견을 원해요"라고 말하고
손님이 왁왁! 월월! 컁컁! 하고 짖으면
"음 거래 안 할래요!" 하고 얄밉게 굴면서 쉴 새 없이 손님들을 괴롭히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전이 일어나서 아, 뭐지 폰켜야겠다 생각하며 폰을 찾는 순간 눈 앞이 밝아지면서
손님이 분노로 가득 차서 울고 있었다. 내 뺨을 후려쳤던 거였다.
옆에 손님과 선수는 냉동실의 만두들마냥 분위기에 냉동되어 딱붙어 얼어 있었고,
나는 멋짐을 유지하며 남자답게 미안하다고 했다.
역시 사람과 기계의 공통점은 몇 대 두드리면 잘 돌아간다는 점.
나도 한대 세게 두드림을 당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하러 와서 뭐하고 있는 짓인지.
손님도 자기가 그런 게 미안했던지 울먹거리면서 10만 원을 꺼내 줬다.
그 돈 사양하지 않고 받은 다음 아까 게임하면서 손님이 순대 먹고 싶다고 말한 게 생각나서
웨이터에게 부탁해서 밖에서 파는 순대를 사다 줬다.
손님은 너무너무 좋아하며 자기 뺨도 한대 치라고 뺨을 들이밀었다.
여자의 살 냄새가 갑자기 훅치고 들어오니 뺨에 뽀뽀를 해주고 싶었지만
흙수저의 패시브인 인내 스킬을 이용한 후 그냥 살짝 툭 쳐줬다.
손님은 활짝 웃더니 그때부터 마음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줄창하기 시작했다.
보드게임을 하는 건 사실 대학 간 자기 중, 고등학교 친구들이
페북이나 인스타에서 저런 거 하고 노는 게 너무 다정하고 건전해 보여서 부러워서 시작했다고 했다.
자기는 맨날 술 먹고 클럽 다니고 밖에 놀 때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그런 자기 모습이 어느 날 너무 초라해 보였다고, 뭔가 인생 낙오자 같고..
그래서 자기도 카페 가서 책도 읽고 보드게임도 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집에 게임만 사모았다고 했다. 뭔가 공허함을 채우려고.
그런 사람 앞에서 게임 좀 잘한다고 놀리고 괴롭히고..
나의 인성이 고장난티비처럼 지직거리고 있었던 기분이 들었다.
내가 다시 대학가면 되겠네요 나이도 스물두살밖에 안됬다면서요
라고 말하니 손님은 그냥 그건 좀 힘들것 같다고 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손님의 이야기들을 들어주었는데 대부분이 인간관계 이야기
자기에게는 진실한 인간관계가 얼마 없다고. 하다못해 가족마저 그렇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게 자기 잘못인지 아니면 남들도 이렇게 사는 건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손님의 눈동자의 검정색이 너무 외로워보였다.
뭔가 숨막히는 검정색,
마치 남색의 바닷속에서 홀로 너무 깊어 점처럼 검정색으로 칠해진 해수면 같은 눈동자.
두려울정도로 외로운 검정색이 느껴졌다.
나는 이런 눈동자를 가진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갑자기 건너편 손님이 술이 좀 취해서는
저 얘 아프리카 방송하는 얘라고 막 자랑했다 오빠들 지금 연예인 보는 거예요! 라면서
손님은 뭔가 모르게 부끄러워하면서 자기 이름을 끝까지 말 안 해주고 떠났는데
알고 보니 아프리카 비제이가 아니라 상당히 수위가 강한 다른 인터넷 방송국의 비제이였다.
같이 들어갔던 선수가 진짜 뒤지고 뒤져서 찾아냈더라.
며칠 뒤 집에 와서 손님의 영상을 다운받아서 보았다.
화면 속에서 손님은 웃으며 옷을 하나씩 벗지만 눈동자의 색은 여전히 그 검정색이었다.
한동안은 검정색을 보면 그 사람이 떠올랐다.
3/2 수요일
호스트바 14일 차
오늘은 담당 실장이 자기차로 같이 출근하자고 연락이 왔다.
방배동쪽에 사는 사람이 뭐하러 건대까지 와서 나를 데려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야 좋은 일이니
조용히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열두시쯤 집 앞으로 나오라는 카톡이 와서 담당 실장의 차에 타니
그의 얼굴 표정에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어, 그런데 말 꺼내기가 참 어렵네"라고 궁서체로 써져있었다.
청담대교를 건너갈때쯤 실장이 일은 나처럼 해야 한다며 뜬금없는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괜히 손님들이랑 공짜로 자려고 치근덕 대지도 않고 서로 대화 잘하고 그렇게 깔끔하게 관계 가져야 한다고.
그래야 이 바닥에서 오래간다며 너는 그 욕망을 제어할줄 알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칭찬세례에 내 눈 모양이 물음표 형태로 궁금하게 일그러질 때쯤 실장이 갑자기
"너 근데 진짜 게이야?"라고 물어봤다 이번엔 진지하게.
뭐라할까 생각하다가 눈 딱 감고 "네.."라고 말한 뒤 어떻게 안거냐고 물어보니
어제 네가 대기실에서 컴퓨터로 보던 거 다른 선수가 다 봐서 그렇다고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제 내가 대기실에 혼자 있을 때
지인이 알려준 게이 카페를 정보수집용으로 구경하다
다른 선수 보드게임 가르쳐주러 가면서 그대로 인터넷 창에 켜두고 간 게 떠올랐다.
그걸 나 다음 앉은 선수가 보고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닌 것 같았다.
실장은 안 그래도 얼마 전에 트랜스젠더 손님이 다녀가면서 저 새끼 백퍼 게이라고 소리 지르고 갔는데
내가 그런 것까지 보고 있었으니 선수들이 어느 정도 확신한 것 같은 분위기라고.
오늘 출근하면 아마 사람들이 많이 물어볼 거니까 알아서 대처하라고 했다.
계속 일할 거면 그냥 아니라고 둘러대라고.
그리고 만약에 네가 원하면 중빠 쪽에도 연결해줄 수 있다고 하길래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남자가 남자를 찾아오는 빠라고 했다.
근데 거기는 거의 2차가 목적인 곳이라서 네가 원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다길래
그런 건 아니라고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게 앞에 도착할 때쯤
실장이 도대체 여기서 왜 일하냐고 물어봐서
그냥 호기심에 왔다고 하니 실장이 웃으면서 "너 남자 보러 왔지 야 나는 안돼! "라고 소리쳤다.
생각보다 편하게 받아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게로 들어가는 문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거짓말이긴 하지만 반강제적인 아웃팅을 당하는 상황에 처해보니
진짜 성소수자들이 아웃팅을 당할 때 기분이 얼마나 참담할까 싶기도 하고..
대기실의 문을 여니 주원이도 시현이 형도 없어서 그나마 알고 지내는
토토충들이랑 인사하고 빈자리에 털썩 앉는데
내가 꼭 인간으로 가득 찬 욕조속에 털썩 앉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 나쁜 무음의 술렁임
사람들의 늪같은 시선이 내 몸에 들러붙는 게 느껴진다. 끈적끈적하게.
내가 몸부림치면 더 악질적으로 나를 바닥으로 잡아끌게 분명한 눈길들.
아마 왕따를 당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대기실에서 시간의 유동성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동안
초이스를 위해 몇 번 룸을 왔다 갔다 했고
새벽 4시쯤 술이 잔뜩 취해온 손님에게 초이스 되었을 때
처음으로 손님 옆자리가 대기실보다 편안하게 느껴졌다.
안마방에서 일하는 서른살의 손님, 동갑내기지만 누나라고 불러야 했던.
손님은 내 옆자리에 앉아서 마법사의 미래를 보는 커다란 수정구슬 같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뭐 그게 눈 수술 덕이든 유전자의 덕이든 그 눈 속에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손님과 함께할 미래를 보고 싶었을까 생각하는 동안
몸은 자연스럽게 잔에 얼음을 넣고 술을 따르고 있었다.
실장이 오늘부터 양주 한 병씩 더 깔때마다 이만원씩 챙겨줄 거니까
더 열심히 해보라고 말하게 생각났다.
어차피 게이라는 정체성도 확실하게 알려졌고, 이제는 그 이야기가 퍼질 동안 돈이나 모아보자는 마음이 들어
평소보다 더 빠른 템포로 손님과 술을 마셔 나갔다 세번째 양주병을 깔때쯤
애초에 거의 인사불성 상태로 들어온 손님들은 정상적인 대화도 불가능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나와 다른 선수는 그저 조용히 술잔에 술만 따라주고
이리저리 쓰러지는 손님들의 상체균형을 어깨와 팔로 잡아주는 역할만 수행하고 있게 되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마담이 들어와서 손님상태를 둘러보고는 집에 보내고 정산받고 가라고 말하고 다시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갑자기 같이 들어갔던 선수가 잘 보라는 눈빛을 보이더니 폰을 꺼내 무음 카메라로
꽐라가되어 쓰러진 손님들을 찍기 시작했다. 가슴이 드러나도록 손님들의 윗옷을 살짝 까서
내가 게이라고 하니까 일부러 그런짓을 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냥 무표정하게 바라만 봤다.
사진을 찍어대던 선수는 내 반응이 재미가 없었는지 자기 손님을 데리고 슥 나가 버렸고
나도 내 손님을 부축해주려고 일어나려는데
정신은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데 몸이 아직 의자에 앉아있었다.
다시 일어나려고 하니 이번엔 정신도 잠들고 육체도 잠들어 버렸다.
아, 생각해보니 술 먹으면서 한 번도 자리에서 안 일어났네.
피가 안 통했나? 알콜이 갑자기 급하게 피를 타고 뱅뱅 돌기 시작해서 이러는 걸까?
아,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술을 많이 먹어본 것도 5~6년 만이네
그때 내가 술 많이 먹으면 순식간에 기절해서 잠드는 주사가 있다는 걸 알았었지.
아, 내가 지금 잠드는 거구나 그럼 일어나야지까지 생각하고
눈을 떠보니 우리 집 천장이 보였다.
무슨 수로 들어온 건지 전혀 기억 안 났는데 폰을보니
주원이가 실장이 집까지 챙겨 넣어줬으니 고맙다고 카톡보내라고 연락이와있었다.
실장에게 카톡해서 고맙다고 말한 뒤에
집 비번은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내가 집 앞에 놔두니 알아서 잘 열고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고는 내가 자기 잡아먹으려고 파둔 함정일까 봐 엉덩이에 힘 잔뜩 주고 데려다줬다고 했는데
그 말이 너무 웃겨서 호스트바에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진심의 ㅋㅋㅋ를 보냈다.
내가 간호사의 주삿바늘이 된 기분이었다.
엉덩이에 힘 빼라고 아무리 말해도 다들 내가 다가가면 엉덩이에 힘이 잔뜩 들어가겠지.
바보들 이거 전부 거짓말인데.
"형 고마워요 ㅋㅋ 엉덩이 걱정은 하지 마세요 ㅋㅋ"
라고 답장하고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응급실에 입원했다.
3/3 목요일
호스트바 15일 차
전 날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신 탓인지
폭발적인 두통과 반복되는 구토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아침에 응급실에 입원했다.
집 앞 건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해서 누워있으니
의사가 약을 달아주고 한 세 시간 누워있다가 괜찮아지면 집에가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 약물 같은 거 복용했는지 물어봤다.
어제 온 손님들이 혹시 뭘 탓나??생각해보다가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서
아니라고 했다. 시현이 형이 예전에 어떤 여자가 자살하려고 와서 선수들 술에도 약 타서
난리난적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준 게 생각났다.
응급실 침대에 한 시간 정도 누워있으니 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좀 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니
내 옆자리에 교통사고 환자가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다리에서 피가 잔뜩 묻은채 실려왔다.
그 환자는 순식간에 응급수술실로 옮겨갔고
이번에는 아기 환자가 엄마품에 안겨 들어왔다.
아기엄마의 전화통화를 엿들어보니
울먹거리면서 의사가 아기가 뇌수막염인 것 같다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아기 너무 불쌍해서 어떡하냐고.
고통이라는 게 뭔가 순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살 것 같아진 게 미안해졌다.
내가 살 것 같아지는 순간에는 누군가는 죽을 것 같아지고있는건가..라는
멍청한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은 일을 하루 쉬었다.
"나의 거짓말 여행기"는
나는 나로 태어나면 나로만 살아야 하는 걸까?
인생은 동전하나 넣고 캐릭터 하나로 끝까지 달려야 하는
원코인 게임이라는데 동전 좀 더 넣고 살면 안 되는 걸까?
만약 내가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나와 전혀 다른 나를 설명하면 나는 그렇게 인식되는 걸까?
예를 들면 내가 고위층의 자식이나 금수저라고 설명하고 그런 척을 하고 살면?
내가 만약 동성애자라고 이야기하고 살아가면?
내가 만약 소년원 출신이거나 복역하고 나온 사람이라고 설명을 하면?
라는 궁금증들로 출발하여 궁극적으로는
나라는 건축물은 타인의 눈속에 어떻게 쌓아 올려지는 걸까.
내가 겪어온 수많은 시간과 경험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정체성으로?
아니면 그저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는 말 몇 마디 혹은 문장 몇 개로?
라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지역에서 지역이 아닌
인간에서 인간으로 떠나 보는 여행기입니다.
여기 써져 있는 모든이야기는 제가 직접 뛰어들어 겪은 실화들입니다.
만약 "나의 거짓말 여행기"를 에피소드 중간부터 읽으셨다면
프롤로그부터 차례차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