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편

신의 주사위 놀이

삶의 파편들

by 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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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 놀이를 즐긴다. 그것도 매우 악질적으로.


고등학생 때 윤리 선생님은 늘 선행을 강조했다.

우리가 치게 될 수능을 비롯해

인생의 많은 운을 필요로 하는 일들은

그간의 덕행의 영향을 받는다며.

1일 1 덕행을 모토로 항상 좋은 일을 행하시던 분.

그분은 내가 졸업하고 난 뒤 얼마 안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돌아 가셨다.


내가 29년간 나의 아버지를

바로 옆에서 정밀하게 지켜본 결과

나의 아버지는 부정하지도 않았고

게으르지도 않았으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지만

거래처의 도산과 자본가의 도피로 인해 빚더미에 올랐고 병을 얻었고

올해는 대장암으로 수술까지 받으셨다.

그 과정에서 내 모교 대학병원의 의료과실로

심장이 멈추고 30분간의 씨피알까지 받은 뒤 기적적으로 소생 후

2개월간 집중치료를 받고 그나마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되셨다.

변호사를 만나보니 인간이 죽음의 문턱을 넘고 돌아온 정도의 고통의 값은 참 싸더라.

내 아버지가 인간이 살아서 갈 수 있는 곳 중에 가장 먼 곳을 왕복하고 오셨는데

지구의 제일 비싼 비행기표값보다 못한 수준의 위자료를 받는 게 법이라는 게 참 신비로웠다.


내가 아는 가장 선비 같은 친구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신의 일을 가장 묵묵히 성실하게 해나가는 친구

학창 시절 전교 1,2등을 하면서도

욕심내지 않고 수많은 친구들의 질문에 하나씩 다 친절하게 대답해주던 친구

살면서 험한 욕 하는 것 한번 보여준 적이 없는 친구

그의 가족들도 성향이 비슷해서 내 어머니는 그 친구의 어머니가

참 양반이라고 늘 그 인품을 칭찬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어쨌든 그런 착한 친구의 어머니께서 오늘 돌아가셨다.

너무 갑작스럽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다.

이 악질적인 말판 위에서

무기력한 말로 우뚝 서서

독기만 남은 눈으로 주사위를 굴리는 거대한 손을 바라본다.

그저 주사위는 인정없이, 선과 악의 구분 없이 그저 무작위로 구르고 구르고

우리네 인생은 착한 놈 나쁜 놈 없이 그 거대한 주사위에 치이고 깔리고


조금 있다 장례식장에 가서

친구 어머니께 절 드리고,

친구 가족에게 절 드리고,

친구 손 한번 잡고,

그 뒤는 어떻게 할까

나도 주사위나 굴려서 살까 싶다.

그게 신의 삶의 방식인가 보다.

근데 인간은 그렇게 살 수 없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

생이라는 이 악질적인 말판 위에서

인간이라는 무기력한 말로 우뚝 서서


신이 인간을 가지고 놀 때

나는 사람을 더 사랑해야지


아 그냥 뭐 친구 어깨나 한번 만져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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