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편들
어린 시절 언제나 어른이 되고 싶었던 때,
가루약에서 알약을 먹게 되었을 때
조금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곧 알약을 한 번에 입에 다 털어 넣지 못해
조금 시무룩해졌지만.
그때 엄마는 어른이 되면
알약을 한 번에 털어 넣어 삼킬 수 있다고 말해줬다.
며칠 뒤면 서른이 되지만
나는 사실 아직도 알약을 한알씩 따로 삼킨다.
아직도 알약을 한알씩 따로 삼키지만
알약보다 더 크고 쓴 삶을 꿀꺽꿀꺽 삼키고 산다.
아빠의 아픈 모습도 꿀꺽
엄마의 지친 모습도 꿀꺽
내 실패의 순간과 쳐지는 기분들도 꿀꺽
결국 다 좋아질 거란 생각으로 그냥 눈감고 다 꿀꺽
다 토해내고 싶은 순간도 넘쳐나지만
결국에는 다 내가 소화해야 되는 삶이니까
꿀꺽 삼킨다.
아직도 알약을 한알씩 따로 삼키지만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