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편들
나를 쓰면 비가 된다
너를 쓰면 시가 된다
나를 연필처럼 잡고 종이 위에 쓰면
비처럼 무너져 종이를 다 적셔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런 순간조차
종이 위에 쓰기만 하면 언제나 시가 되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다.
시는 밝게 아름답거나 슬프게 아름답고
희망차게 아름답거나 참혹하게 아름답다
시는 어떤 순간에나 참 뻔뻔하게도 아름답다.
또한 시는 하나의 프리즘이다.
삶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의 빛들을
아름답고 선명한 색상으로 분류해버리는
때때론 참혹 함조 차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내 하루의 감정을 아름답고 선명한 색상으로 분류해주던 사람과 이별한 뒤
내가 삶이라는 종이 위에서 선하나 못 긋고 비처럼 무너져 내릴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 순간이 아름다운 사람을 바라보며 썼던 글.
때론 그 아름다움이 미웠으나
결국은 언제나 그것이 유지되기를 빌었다.
결국은 늘 상대방이 행복하고 아름답기를 빌었고
그래서 늘 나는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